원제 Tasha Tudor's Heirloom Crafts로 1995년에 나온 책이다.
요즘 너무나 시끌거리는 세상을 도피하고 싶은 충동으로 고른 책인데 현명한 선택이긴 했다.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느린 삶을 추구하는 타샤 튜더라는 할머니의 생활과 그녀가 직접 만든 공예품(물론 튜더는 이 단어를 싫어한다지만)과 그걸 만드는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복잡한 머릿속이 좀 정리되고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걸 느낀다. 손을 움직이는 단순 노동이 만들어 주는 평온함을 눈요기를 하면서 대리만족을 한다고 하면 정확한 표현이지 싶다.
각 장별로 나눠서 먹는 것, 천과 바느질, 도자기, 화초 가꾸기나 비누, 양초 만들기 등등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것을 가능한 손으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타샤의 생활과 집의 모습이 공개되는데 우리가 얼마나 분업화되어 편한 삶을 사는지 실감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옷을 만들기 위해서 양을 키우거나 아마를 재배해 그 털이나 섬유를 얻어 실을 자아내고 그걸 다시 베틀에 걸어 천을 짜서 옷으로 만들기까지.... 아마가 옷이 되는데 3년이 걸린다니 앞으로 린넨이 비싸다고 투덜거리는 걸 말아야겠다. 특히 아직도 수공업으로 주로 만든다는 그 이집트산 린넨에 대해서는 그 어마어마한 가격이 이제 이해가 될 것도 같다.
타샤 튜더처럼 살라고 하면 불가능이겠지만 예전에 터무니없는 가격이라고 생각했던 튜더의 코키 코티지 투어에 대한 욕구가 다시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 그러나 모든 외국인을 예비 테러리스트 취급하는 미국의 재수없는 입국 심사가 떠오르니 욕구 급하강이다.
타샤의 정원을 읽으면서 타샤의 집이 어떤지 궁금했는데 제목과 달리 집이 중심이 되어 자세히 보여지는 건 아니다. 그 이유는 원제목을 보면 다들 이해가 될 듯. 하지만 단편적으로나마 엿보기를 할 수 있었으니 이걸로 만족하기로 했음. 타샤의 집을 채우고 그녀가 사용하고 만드는 물건들의 구경만으로도 훌륭하니까.
튜더 시리즈는 읽기보다는 보는 책이다. 꽂아놓고 머리 시끌거리고 마음의 평화가 필요할 때 사진이라도 훑어보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듯.
책/기타
타샤의 집 - 손으로 만드는 따뜻한 세상
타샤 튜더, 토바 마틴 (지은이), 리처드 브라운 (사진) | 윌북 | 2008.6.2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