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 읽으려고 들면 한시간도 안 걸릴 분량인데 요즘 도통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 읽다말다 계속 들고 다니던 책이다. 오늘 검진 받으러 병원에 가는 길에 읽으려 가져가서 다 읽고 왔음.
저자의 이름이 예전에 알던 애와 같아서 혹시? 했는데 당연히 (^^) 아니었다. 안과의사인데 취미로 미국의 조직범죄를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약력을 보고 조금 걱정했는데 주말 학자지만 인정해줄만한 재야의 고수쯤 되는 것 같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전문 연구자들은 접근하기 힘든 남의 나라 범죄에 대해 그 계보도를 세세하 그려나가고 또 마피아의 역사를 진짜 감탄이 나올 정도로 쉽게 풀어내 설명해주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마피아 하면 바로 연상되는 '대부'나 '벅시'같은 영화와 소설을 활용해서 실제 모델이 된 인물들과 사건을 연결시켜주는 능력이며 알 파치노 같은 유명한 인물들을 통한 훑어내기. 서로 이용하고 유착된 미국 상류층과 마피아의 관계 등. 이 한 권으로 마피아에 대한 기초 지식은 충분히 습득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추론은 케네디 암살의 배후에 마피아가 있었다는 것. 마피아의 히트맨이었다는 오스왈드의 배경이며 케네디 형제의 마피아 탄압(?)의 분위기를 보면 수수께끼로 남은 그 사건의 배후에 마피아가 있었다는게 왠지 납득이 간다. 책에선 언급되지 않았지만 형에 이어 대통령을 향해 달리다가 또 다시 암살 당한 로버트 케네디가 국무장관 시절 마피아 소탕에 열을 올렸던 걸 감안하면 그의 암살 역시 마피아의 손길이 스치지 않았을까하는 상상도 또 조심스럽게. ^^ 앞으로 프랭크 시나트라의 지상에서 영원으로를 보면서 예전처럼 감동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게 오늘 독서의 부작용.
오래 전에 봤던 영화의 주인공 살바토레 줄리아노가 마피아의 대척점으로 이 마피아의 역사에 언급되는 것도 재밌었고 또 전쟁 중에 이어졌던 마피아 보스와 미국 정부와의 거래 등등도 새로웠지만 궤멸된 걸로 생각했던 마피아 패밀리들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은 쇼킹이었다.
시간 날 때 마피아에 대해 좀 더 내용이 많은 다른 책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꼬리를 무는 독서를 유혹하는 책이었음.
책/인문(국외)
마피아의 계보
안혁 | 살림 | 2007. 6? - 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