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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원치않는 이해와 공감

by choco 2008. 7. 18.
한국현대문학 관련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며 자료들을 읽을 때, 바로 어제까지 형제보다 다정했던 친구였고 부모 자식보다 가까웠던 스승과 제자가 사상 때문에 거의 원수가 되고 물어뜯는 그 극심한 대립을 보면서 솔직히 좀 의아했었다.

누구보다 많이 배웠고 또 예술을 통해 넓고 높은 세계를 공감해온 이들이 도대체 왜 이렇게 격렬하게 서로를 미워하고 철천지 원수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들이 왜 그랬는지, 자신이 믿는 반대편에 선 이들이 얼마나 극악무도한 악의 무리로 봤을지 정말 1000% 이해한다.

모든 상황과 인간들에게는 다각적인 부분이 존재하고 그 모든 걸 감안해 최대한 중도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믿어왔고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했던 나마저도 요즘은 특정 무리에 대해서는 내가 싫어질 정도로 강렬한 증오심을 키우고 있는 걸 발견한다. 

작년 12월 이메가를 지지하겠다고 나섰던 연예인들, 그리고 뉴라이트에 포섭되어 이름을 올린 소위 예체능계 인사들.  그 이름 하나하나를 다 기억해 두겠다. 

앞으로 내가 관여하는 프로그램이나 광고에서는 이 이름과 관련자들이 혹시라도 물망에 오른다면 반드시 잘려 나가도록 최선을 다해 주겠다.  나 개인이야 좁쌀알 하나 만큼의 영향력도 없지만 광고주들이 두려워하는 허물 한두가지가 없는 인간은 없는 법이고 그걸 알려주는 건 너무나 쉽다.  아니 지금 상황에서는 "열성적인 뉴라이트 회원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저처럼 관심없는 사람도 알 정도면 어지간한 사람은 다 안다는 얘기고, 요즘처럼 민감한 시국에서는 문제 생길 여지는 가능한 피하고 조심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정도면 게임 끝일 걸.  누군가를 밀어올리고 돕는 데에는 많은 힘과 영향력이 필요하지만 해를 끼치는데는 그 1/100도 필요없다는 게 이 바닥의 씁쓸한 진리거든.  아마 미리 알려줘서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해준 능력있는 작가라는 칭찬까지 받을 걸.

참 치사해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게 기분이 엄청 나쁘지만 이렇게라도 토해내고 발산하지 않으면 내 풀에 지쳐서 죽어버릴 것 같다.  그 시대에 그 사람들도 이렇게 독기를 반대 진영에 품어내면서 살아남았겠지. 그게 다수가 되면서 일종의 광기가 되어 약한 편을 깔아뭉갰을 것이고. 그게 우리 민족과 예술계의 비극이 됐을 것이다.  그가 어떤 품성을 지녔건, 어떤 능력을 가졌건 내가 증오하는 집단에 동조하거나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의 범주에서 제외되던 그 증오들. 이제는 끝난 줄 알았던 역사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다.

국민에게 사라진 줄 알았던 그 무차별적인 증오를 처절하게 학습시키고, 그걸 기반으로 정권을 유지하려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메가 일당과 이 정권은 절대 용서받아서는 안 된다.

이메가 일당이야 어차피 욕심으로 꽉 차서 뇌가 사라진 종자들이라 그렇다고 치지만 뉴라이트와 그 일당들에게 들어붙은 사람들은 정말 역사를 통해 배우는 게 전혀 없다는 소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