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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마지막 단상

by choco 2008. 8. 3.

주말에 잠시 귀국한 -중국 진짜 가깝다.  ^^;;;- 동생과 대화 중에 나온 얘기.

부지런하신 내 동생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현재 아침마다 중국어 학원에 나가는 동시에 미국 대학에 다시 등록해서 롱 디스턴스로 학위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 학기에 수강하는 사회 경제학(쯤으로 해석이 되는?) 과목 얘기가 나왔다.

가난을 바라보는 자본주의의 두 가지 시선이 있다고 한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가난은 개인의 탈출에 대한 의지부족과 무능력으로 전적으로 그 가난한 개인의 책임이다.  반대로 진보적인 관점에서 가난은 균등한 기회를 박탈당했기 때문에 심화되는 것이니 국가와 사회는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들으니 지금까지 우리 자매는 확실히 진보적인 관점에서 가난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열을 내면서 부르짖는 게 교육이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거였고, 개천에서 용이 날 가능성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공정택은 절대 안 된다고 외쳤다.  하지만 뭐... 정작 가장 처절해야 할 이해당사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데 용 빼는 재주가 있나.

개천에서 용이 나와서 자기 아들이나 딸이 차지할 자리를 뺏기는 걸 두려워하는 소위 강남 엄마들 -다른 동네 엄마들도 포함되겠지만 강남 엄마는 일종의 고유명사가 되어버렸으니 그대로 쓰겠다-의 철저한 집단 이기주의가 나름 이해가 되기는 하면서도 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교육을 받았는데도 저 아줌마들의 머리에는 공생이나 공존이라는 단어가 전혀 입력이 되지 않았을까? 

이 선거의 부작용일지 아니면 이제 우리도 우리 나이에 맞게 사상이 변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교육감 선거 결과를 보면서 가난에 대해 확고한 진보주의자였던 우리 자매는 이제 가난은 개인의 책임이고 탈출에 대한 의지부족이라는 보수적인 견해에 동조를 하게 되어 버렸다.  못 사는 사람은 못 사는 이유가 있다.  -_-+++ 

이제는 이런 일로 흥분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딴나라와 이메가 일당을 찍어주겠다는 소리는 아님.  한국땅을 뜨거나 세상을 뜨는 그날까지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반대당에 꾹꾹 찍어주고 안티 선거운동도 열심히 할 거다.  인간 관계의 저변을 넓혀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투표독려 문자를 보내야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