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게 숄 | 시간과공간사 | 2005. 11.7~9
내게 나름대로 추억이 많은 책. ^^ 저작권이나 지적 재산권이 어떤 것인지 처음으로 알게 해줬다고나 할까.
어학연수를 갔을 때 READING CLASS에서 WHITE ROSE라는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선택했다. 제목을 들으면 뭔가 낭만적이고 가슴 뛰는 로맨스나 아니면 최소한 아련한 내용이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절대 그런 내용은 아니고 나찌 시대에 나찌스에 대항한 독일 청년들의 실화를 다룬 내용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하지만 하나의 목표를 향해 광기로 똘똘 뭉친 사회에서 가장 엘리트에 속하는 청년들이 내부에서 목숨을 걸고 저항했다는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또 매력이 있었기에 그냥 밀고 나갔다. 그런데... -_-;;; 청소년 권장도서라는 이 책의 내용이 만만치가 않은 것이다.
독후감을 내야 하는 날은 다가오고 책은 반도 안읽은 상황에서 혹시나 하고 찾아간 도서관에 이 책에 대한 평론이라고 해야하나... 여하튼 리뷰 서적이 떡하니 있는 것이다. 한국 생각을 하고 신난다~ 하고 빌려와 그 책을 열심히 요약해서 자랑스럽게 제출했다.
A를 기대하며 다음 그 수업에 갔더니 선생이 나를 부른다. 그리고 내 페이퍼를 앞에 내놓으며 이건 점수를 줄 수 없다는 청천벽력을 떨어뜨림. 놀래서 왜? 라고 묻는 나에게 그녀는 어찌나 놀랐는지 지금도 그녀의 말을 원문 그대로 기억한다 "You know? It's kind of crime.... 불라불라...
그날 다시 써오는 것은 물론이고 엑스트라로 다른 것도 하나 더 읽고 쓰겠다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서야 풀려났음. 당근 이틀만에 다 읽고 인간은 극한 상황에 몰리면 초능력을 발휘한다. ㅎㅎ; 덤으로 제인 오스틴의 엠마까지 읽고 독후감을 쓰게 한 추억의 책.
그리고 오래 뒤 책이 번역됐다는 기사를 보고 다시 한번 읽어야지 벼르고 벼르다 이번에 드디어 읽었다.
당연하겠지만 느낌이 많이 다르다. 정말 같은 책이었나 싶을 정도로. 단어의 뜻을 머리에 집어넣고 요약할 궁리만 하며 줄 그으며 보던 것과 책의 느낌과 흐름에 부담없이 집중하는 것은 많이 다르겠지.
모두가 당연하게 밟는 과정, 히틀러 유겐트부터 시작된 그 꽉 짜인 세뇌교육 과정에서도 생각을 하고 반발을 하는 인간이 형성되는 것을 보면... 인간의 자유 의지는 유전 정보화되어 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히틀러 치하에서 대다수 독일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았을까... 시대는 좀 다르지만 레마르크의 소설도 괜시리 떠오르고. 그 소설을 읽으면서 1차 대전에서 절대악이던 독일에도 사람들이 살았고 그들도 아파하고 고민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었는데. 2차 대전 때 평범한 독일인들의 삶과 그들 안의 상념들이 궁금해진다.
처음 읽었을 때도 그랬듯 내게 또 대입을 시켜보게 됨. 대답이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걸 보면 나란 인간은 크게 변한 것 없이 그대로 살고 있나보다. ^^
이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뮤지컬 캬바레가 보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진다. 오늘 날씨랑 딱이구만. 작년에 세종에서의 공연.... 음울하면서도 멋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