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볼만하다는 얘기와 돈만 비싸고 별볼일 없다는 얘기가 혼재하고 있지만 일단 가깝기도 하고, 아르미안의 네딸들이나 알렉산더 때문에 형성된 페르시아에 대한 로망도 작용을 했고 지난 주에 펑크냈던 약속 땜빵도 할 겸 일석삼조의 정신으로 고고~
이 유물전 관련 수많은 포스팅에서 막장 무개념 초딩들에 대한 수많은 경고를 듣고 간 덕분인지 걱정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다. 애들의 자제력은 한계가 있는 거니까 뭐 그 정도면 그럭저럭 견딜만.... 다만 찍지 말라는데 열나게 플래쉬까지 터뜨려가면서 사진 찍는 어른들에게는 좀 열이 나기도 했음,
각설하고, 이미 보고 오신 부친의 별로라는 코멘트와 달리 유물전은 꽤 볼만했다. 이름만 거창하지 볼것도 하나 없는 그런 특별전이 많은데 여기는 도판으로만 보던 유물들이 꽤 쏠쏠하니 왔음. 입구에 배치되서 사람들의 시선을 뿅~하니 끌어당기던 황금유물들. 특히 그 황금사자잔은 실제로 보고 좀 실망했던 티파니의 그 노란 다이아몬드와 달리 진짜 위풍당당한 사이즈였다. 그외에 정교한 금세공품들도 내건 아니었지만 상상의 나래를 자극하는 눈요기거리였음.
금이나 구슬로 된 액세서리들은 그냥저냥 좀 볼만한 정도였고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건 페르시아의 인장들. 단면으로 찍는 도장식이 아니라 진흙판 위에 굴리는 인장들이 어떤 식으로 사용됐는지 그래픽화해서 보여주는 건 아주 괜찮은 아이디어였던 것 같다. 큐레이터의 세심함을 칭찬해주고 싶었다.
다만... 이왕 친절한 김에 그 인장이 누구의 것인지 그 이름과 의미를 적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솔솔. 우리나라처럼 페르시아의 이름은 그 자체가 의미를 갖고 있고 인장의 글자는 그걸 풀어내주는 것인데 그걸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으로만 다가갔을 거라는 게.... 띄엄띄엄 한두글자씩은 읽어내 유명한 이름은 대충 때려잡기라도 가능한 이집트 상형문자와 달리 페르시아 문자는 완벽한 까막눈이라 짐작도 불가능해서 더 갑갑했다.
선사시대부터 알렉산드로스의 침입을 받아 그리스 문화의 영향을 받은 이후까지 유물을 시대순으로 배치해 헬레니즘의 영향을 받기 이전과 이후의 모습을 비교해볼 수 있는 것도 역시 즐거움. 그외에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일듯한 마스티프 상과 유명한 설형문자의 경계석 등등도 꽤나 볼만했다.
이번 기획에서 가장 괜찮았던 배려는 현재 페르시아의 유적지 실사에다가 과거의 모습을 재현해 보여주는 3D를 활용한 짧은 영상물. 아이디어도 좋았고 근사하게 재현되는 과거 페르시아 궁전의 모습을 보면서는 가슴이 살짝 두근거리기까지.
저게 도대체 몇장이냐, 저 정도 퀄리티의 CG를 저렇게 발라대면 견적이 얼마나 나올까를 대충 따져보면서 동종 업자 입장에서 많이 부러워했음. 나도 저렇게 3D를 마음껏 쓰면서 작업을 좀 하게 해달라고!!! 하지만 후반부에 Copy -> Paste를 한 흔적이 남발된 부분을 보면서 돈이 모자랐을까, 아니면 시간이 부족했을까를 따져보기도 했다는.... ㅎㅎ; 저렇게 CG를 마음껏 바르면서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 아이디어를 변형해서 써먹을 곳이 꽤 많은 것 같다. 구경도 좋았지만 이렇게 하나 건져왔다는데 또 만족을. ^^
곳곳에 포토존이 있었지만 카메라를 잘 챙겨놓고 손에 지고 다니다 결정적으로 가방에 넣지 않은 덕분에 사진은 한장도 없음. -_-; 그래도 눈요기하고 머리에 남았으니 만족하기로 했음. 그리고 보통 이런 전시회 가서 기념품 사오는 일 절대 없는데 여기는 꽤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적당한 가격대의 기념품이 많다.
7천원짜리의 페르시아 벽화 문양의 머그잔 앞에서 모님과 둘이 계속 침을 질질 흘리다가 모님은 들고갈 일이 끔찍하여, 난 둘 곳이 없다는 이유로 결국은 포기. 이번 유물전의 대표선수인 황금사자잔 뺏지와 설형문자 경계석 핸드폰줄을 사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