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말하자면 그 오빠가 카페를 넘긴 뒤 그다지 맛이 없는 냉면집이 좋은 위치 덕분에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다가 드디어 올해 접고 -솔직히 그동안 버틴 게 신기. 처음 먹어보고 최대 2년 예상했는데 1년 더 버텼음- 그 자리에 새로 생긴 집이다.
그동안 한번 가봐야지 하고 노리고만 있었는데 휴가 때 한국 들어온 동생이 가보더니 파스타도 무난하기 괜찮고 특히 피자가 아주 괜찮다고 해서 드디어 결심.
10월 말에 태국으로 떠나는 ㄷ군과의 1차 송별회 (2차는 떠나기 전에 우리 집에 와서 내 컴과 노트북을 다 점검해줘야 하는...ㅎㅎ;) + 코스트코에 노가다로 끌고 가 부려먹을 작정으로 메뉴를 고르라고 했더니 느끼한 파스타를 원해서 예약을 했다.
꽤 넓은 공간인데 주방을 크게 만들었는지 테이블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안락한 소파 스타일이 아니라 편안하긴 하지만 좀 딱딱한 의자들이 있는 캐주얼한 이태리 레스토랑이다. 동생은 피자를 극찬했지만 나는 아침을 늦게 먹어서 배가 불렀고 ㄷ군은 느끼함 지수를 채워야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어서 샐러드 + 파스타 + 커피가 나오는 18000원짜리 런치 세트 하나와 단품 파스타를 시켰다.
내가 고른 토마토 크림 소스 꽃게 스파게티는 17500원짜리라서 세트에 넣어 주문했고 (^^) 베이컨 크림 소스 파스타는 14000원짜리라 단품으로 주문. 주문하고 금방 뜨거운 마늘빵이 나온다. 구워놨다 덥힌 게 아니라 금방 구워 나오는 것에 일단 합격점.
할라피뇨, 양배추, 무우 피클이 나오는데 양배추와 무우 피클은 여기서 직접 담은 것 같다. 적당하게 아삭하고 새콤 달콤하니 맛있었음. 양배추 피클은 내가 따로 담궈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색깔도 비트를 함께 넣고 절였는제 고운 연자주색.
샐러드는 새싹 채소 등 다양한 야채들로 양배추 산더미가 아니라는 것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소스는 오리엔탈 드레싱. 드레싱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뭐 소스의 맛에 큰 불만이 있는 건 아니었음.
그 다음 적절한 시점에 내가 시킨 토마토 크림 소스 꽃게 스파게티와 베이컨 크림 파스타가 나왔다. 배가 너무 불러서 ㄷ군의 파스타는 먹어볼 생각을 못했는데 기대했던 만큼 느끼하지 않았다는 걸 볼 때 크림 소스면서도 굉장히 깔끔한 쪽이 아니었나 짐작.
내 토마토 크림 소스 꽃게 스파게티는 강추! 껍질을 까서 나오지 않는다고 경고를 받았지만 그래도 뭔가 적절히 느끼하면서도 집에서 만들기 쉽지 않은 걸 먹고 싶어서 선택했는데 최고의 선택이었던듯. 냉동이 아니라 신선한 꽃게 특유의 탄탄하고 싱싱한 맛.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는 재료가 조금만 덜 신선해도 비린내가 나고 영 아닌데 얘는 탱글탱글 신선함에 토마토와 크림의 밸런스도 너무 잘 맞았다. 다른 사람과 함께 가면 추천을 해주고 싶다.
후식으로 세트에 커피, 녹차 중에 선택이 가능한데 본래 세트에만 후식 음료가 제공됨에도 그냥 주겠다는 걸 내가 배가 너무 불러서 사양. 홀 서빙 인원이 2명으로 결코 많지 않은데도 물이 떨어지면 바로바로 물을 채워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적절한 타이밍에서 접시를 치워주는 등 스태프의 손발이 잘 맞는 것 같다.
부가세 10%가 추가되는데다가 세트가 아니라 단품으로 먹는다면 결코 싼 가격이 아니지만 좋은 서비스와 잘 만든 음식 덕분에 돈 아깝다는 생각을 전혀 안 하고 나왔다. 그리고 가깝다는 결정적인 장점이 있으니 더더욱. ^^
디너 세트도 나름 구성이나 가격이 괜찮던데 다음에 기회 있으면 여기서 여럿이 가서 까탈스런 동생이 칭찬한 피자와 디너 세트를 한번 먹어봐야겠다. 비손을 좋아하긴 하지만 너무 거기만 가서 좀 질려 있었는데 또 마음에 드는 곳이 생겨서 기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