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004년인가 로얄 오페라 하우스에 회원으로 가입했는데 예약하면 예약 수수료까지 챙겨받던 이 콧대높은 인간들이 지금 예약하면 할인해준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가입한 이후 정말 처음으로 있는 일. 처음엔 내가 잘 못 읽은줄 알았을 정도. 할인을 해줘도 본래 비싼데다가 살인적인 파운드 환율을 생각하면 전혀 싸지 않은 가격이긴 하지만. 그리고 파운드가 2300원을 훌쩍 넘긴 지금 1700원대에도 후달달하던 영국에 무슨 돈으로 가냐고. -_-;
불경기 체감 또 하나 더.
니만 마커스 사이트의 클리어런스 세일 코너. 평소라면 절대 클리어런스 세일 때까지 남아있지 않는 발렌티노나 장 폴 고티에, 베라 왕에다 스텔라 매카트니며 프라다 등이 남아있는 정도가 아니라 늘어서 있음. 브랜드와 상관없이 이렇게 예쁜 옷들이 많이 남은 것도 처음 본다. 더구나 제일 먼저 매진되는 내 사이즈와 동생 사이즈까지!!! 원 가격의 30% 정도거나 그 아래 밖에 안되는 걸 보니 돈이 없음에도 충동구매 욕구 마구마구......
인간의 심리가 참 묘한 것이... 아예 손 닿을 수 없는 가격대면 그냥 그런가보다~ 욕심도 안 나는데 미쳐 볼 범주에 들어서면 죽을 걸 알면서도 욕구가 백만배로 상승하는듯. 다행히 파뤼~ 에 갈 일이 없어서 비싼 옷들은 조신하게 구경만 했다. ^^
통장과 몸매를 생각지 않고 지르고 싶었던 옷~ <-- 내 키가 5cm만 더 컸다면 다음 달에 굶어죽을 망정 저질렀을 지도... 다행히(? -_-???) 하이힐로도 절대 커버되지 않는 디자인이다.
너무 마음에 들지만 가격 때문에 좌절한 옷 <-- 디자인이며 색깔이 딱 내 취향이긴 하지만 원 가격은 아예 안드로메다이고 세일 가격도 머나먼 당신. 블라우스 하나에 몇십만원이라니... 로또나 맞으면 모를까... ㅠ.ㅠ
환율이 아무리 올라도 이 정도 세일이면 여유 있는 사람들은 진짜 갖고 싶은 거 싸게 마음껏 지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겠다. 만불 가까이 하던 발렌티노 드레스가 3500불이니... 이건 뭐. 진짜 부자들은 IMF 2를 기다린다는데 그 심정이 살짝 이해가 되기도 함. -_-;
내핍이 절실한 이 불경기 와중에 올 초부터 파업도 하면서 간당간당하던 커터기가 조금 전에 드디어 숨을 거두셨다. ㅠ.ㅠ 힘들어 퍼질 때 1시간 정도 쉬게 해줬다 다시 돌리면 움직였는데 오늘은 그마저도 거부. 98년에 이모가 사주신 거니 걔도 나름 살 만큼 살긴 한 거지. 그리고 그 커터기 입장에서는 하필이면 우리 집에 떨어져서 그동안 수천개의 만두속과 수백개의 햄버거, 떡갈비용 고기를 가는 중노동에다 시시때때로 빵가루와 양념용 양파, 마늘, 생강을 갈아댔으니 많이 지쳤겠지.
근데 중요한 건 지금 떡갈비를 위한 갈빗살을 가는 도중이었다는 것. 꺼내놓은 고기가 썩을까봐 야밤에 내가 칼로 다져서 양념에 박아놓긴 했는데 문제는 아직 손도 대지 않은 두근짜리 한팩이다. 양념은 네근 분량을 만들어놨기 때문에 고기를 다 넣어야 하는데... 지금 커터기 주문하면 내일 오려나? 아니면 대장금이 되어서 진짜 원시적으로 다져야 한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