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인가 신사동에 OGA KITCHEN이라는 일본식 술집이랄지 밥집이랄지... 이자까야 비스무레한 것이 있다. 나와 먹는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름 괜찮다는 평을 들었지만 동네나 근처에서도 충분히 충족되는 걸 먹으러 굳이 길 막히는 강남까지 내려갈 일이 없어서 그냥 듣고 잊어버렸는데 우리 동네에 분점이 생겼다.
하지만 거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생일 턱으로 3층에 있는 같은 계열의 오가노 라운지에 브런치를 예약. 지난 토요일에 친구들과 같이 갔다. 금요일의 패배를 설욕(? -_-;)하기 위해 사진기를 잘 챙겨놨지만 역시 지갑과 핸드폰만 챙기고 디카는 책상 위에 고스란히 놓고 나갔음.
하지만 본격 식도락 블로그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친구 ㅇ양 덕분에 사진을 좀 건졌다. 그래서 오늘은 백만년에 사진이 있는 음식 포스팅이 되겠음. ^^
오가노 주방의 가격대가 쫌 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고 또 우리 동네 음식점들의 수준 역시 만만하지 않기 때문에 브런치만으로 충분히 한 턱이 될 거라고 예상을 했는데 오가 라운지의 브런치 가격 수준이 생각보다 좀 많이 저렴했다. (물론 대한민국 브런치의 미친 가격에 대비한 상대 평가로. 전 세계적인 절대 평가로 볼 때는 결코 싸지는 않다. -_-;)
그날 새벽 5시까지 술을 펐다는 ㅇ양은 오사카식 해물 짬뽕을 시켰는데 이건 사진을 미처 찍기 전에 다들 국물 퍼먹고 하느라고 너무 흉측한 몰골이 되어서 촬영은 패스. 7천원인데 새우며 오징어, 홍합, 조개 등 해산물도 풍부하고 느끼하지 않은 깔끔한 매운 맛. 면발의 탄력은 미타니보다 덜 했지만 칼칼하고 시원한 것이 해장으로 죽였다. 브런치를 싫어하는 남자를 끌고 왔을 때 추천 메뉴가 되겠음. ^^
나는 연어 와플. 와플은 소세지, 샐러드, 달걀도 있었는데 연어가 당겨서 시켜봤다.
내가 찍은 건데 역시 주인이 아닌 사람이 찍으니 표가 난다. 촛점이 나가 버렸네. -_-;;;
하지만 진짜 맛있었다. ^ㅠ^
오랜만에 싱싱한 연어와 샐러드가 조화를 잘 이루는 연어 샐러드를 먹었음.
와플은 하루에 스타일로 유행하는 투툼한 스타일이 아니라 좀 얄팍함.
두께나 모양을 볼 때 내가 쓰는 와플 기계랑 같은 모델인 것 같다.
지나치게 두꺼워 축축한 와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마음에 들었음.
가격은 13000원. 여기에 음료로 커피나 녹차, 우유, 주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친구 ㅅ양이 시킨 초밥 정식.
이것도 15000원인데 이게 훌륭했음.
초밥 7개와 우동, 튀김, 게살 (게맛살 아님) 무침, 샐러드와 장국이 제공된다.
초밥에 쓰인 생선의 면면을 보면 아주 고급 어종은 아니지만 자기 수준에서 품질이나 신선도, 맛은 다 괜찮았다.
이건 2층 오가노 주방에서도 나오는 점심 메뉴인 모양인데 이게 마음에 들어서 조만간 오가노 주방의 2만원 짜리나 3만원짜리 점심 정식을 먹어보기로 했을 정도였다.
그 주까지는 이 가격에 10% 부가세가 붙었는데 불경기 대비인지 이번 주부터는 부가세가 사라진다고 한다.
그런 줄 알았으면 점심 약속을 한 주 미룰 것을.... ㅠ.ㅠ
음식이 전반적으로 아주 깔끔하고 부담이 없다.
요즘 속이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 조금만 잘못 먹거나 강렬하면 탈이 나는데 이날은 아주 편안했음.
브런치 세트를 먹은 나와 ㅅ양에 제공된 녹차.
찻잔과 티포트는 완전 정식으로 제대로인데 정작 제공된 차는 티백이다.
메뉴에 보니 애프터눈 티세트가 있어서 어떤 홍차를 쓰나 물어봤더니 티백이라고 함. -_-;
입구에 진열된 디저트들을 보니 꽤 괜찮아 보여서 언제 애프터눈 티를 한번 즐기러 와줄까 했는데 티백이라는 소리에 완전히 의욕상실.
도대체 애프터눈 티세트를 하면서 티백 홍차를 내놓을 생각을 하다니!!!
커피는 스웨덴에서 수입한 거 어쩌고 하면서 엄청 자부심이 강하던데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내게는 아무 의미가 없음.
스칸디나비안 스타일 라운지 어쩌고 하는데 의자가 푹신하지 않고 모던하게 꾸민 걸 스칸디나비안 식이라고 우긴다면 몰라도 딱히 이유를 모르겠음. 메뉴는 완전 일식 퓨전이더만. 가격도 나쁘지 않고 전반적인 만족도는 괜찮았지만 세명이 음식을 주문해다면 세명이 함께 나와야지 하나가 먼저 나오고 한참 있다가 또 나머지가 나오고 하는 식의 초보적인 진행은 좀 에러였다.
본래는 이렇게 잘 먹고 집으로 가서 차를 한잔 할 계획이었지만... 평소 친구들이 생일에 쏘던 거에 비해 좀 현저하게 가격 차이가 나기도 했고 또 같은 건물에 커피 미학이라고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명성 자자한 커피 전문점이 있길래 그냥 2차도 밖에서 사기로 했다.
얼굴이 ^________________________^ <-- 이렇게 된 커피 매니아 두 친구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층을 올라갔다.
이 커피미학은 청담동에 본점이 있다더니 강북으로 건너온 주제에 청담동 시절을 잊지 않고 그 가격대를 받는 저력을 보여주셨다. -_-;
메뉴판을 받았는데 커피나 홍차라고 이름 붙은 것들은 출발이 9천원. 대부분은 만원을 넘어간다.
내가 시킨 타르투포라는 아이스크림.
6천원이라길래 아이스크림 치고는 싸군 했더니.... -_-;
사진에서는 저 아이스크림 덩어리의 지름은 5백원 짜리 동전보다 아주 눈곱만큼 크다.
얼음덩이처럼 얼려서 나오지 않은 건 칭찬할만 하지만 여하튼 저 한덩어리에 6천원은 좀 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ㅅ양이 시킨 카페모카.
얘도 아마 만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돈값을 한다는 평을 하겠다.
커피에 둔감한 내가 한입 얻어 마셔봤을 때도 볼륨감이며 여운이 장난 아니었음.
위에 얹은 크림도 도톰하니 제대로 내어서 올려줬고.
비싸고 맛없는 게 너무나 흔한 서울이니... 비싸고 맛있는 것까진 용서를 해줘야 한다고 결정.
물론 내 돈 내고는 안 마신다. ^^
ㅇ양이 고른 커피.
예가체프던가? 여하튼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희한한 종류였는데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은은하면서 찐~한 아주 역설적인 표현을 해야하는 특이한 커피였다.
뭐 맛은 있었다는 얘기.
커피에 엄청 까다로운 ㅇ양이 정말 괜찮다고 극찬을 했으니까.
역시 만원이었던 걸로 기억.
커피 한잔에 만원이라니.... ㄷㄷㄷㄷㄷㄷㄷ
먹다가 뒤늦게 찍어야 한다고 기억을 한 치즈케이크. ^^
미즈 모렌과 같은 베이커리에서 케이크를 납품받는 것 같다.
디저트 장에 진열된 피라미드 케이크의 모양도 그렇고 얘의 맛도 예전에 가봤던 미즈 모렌과 아주 흡사.
맛은 나쁘지 않지만 6천원은 역시 좀...
리필되어 나온 커피. 포트에 한 주전자를 내려서 준다.
주문 받으면 바로 커피를 갈아서 핸드 드립을 한다는데 커피 맛을 따지는 사람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사치일듯 싶다.
홍차도 3종류가 있던데 다 9천원에서 만원.
무슨 홍차를 쓰느냐고 브랜드를 물어봤더니 로네펠트를 쓴다고 한다.
국내에서 로네펠트를 쓰는 곳이 그렇게 흔치는 않은데 나쁘지는 않군.... 이라고 생각을 하긴 하지만 집에 로네펠트는 없어도 홍차가 넘치는데 내 돈 내고 밖에서 홍차 한잔에 만원을 쓰기는 좀.
동네에서 회의하자고 찾아오는 감독이 있으면 여기서 하자고 해서 한잔 마셔봐야겠다고 생각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