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 신영미디어 | 2005. 11. 24
쓰는 사람에 따라 똑같은 얘기도 이렇게 다른 색깔을 낼 수 있구나를 느끼게 해준 책.
한눈에 여주에게 삘이 박혀 일편단심인 재벌가의 외아들 남주. 가진 것은 없지만 착하고 청승맞다 못해 짜증나는 연약 여주. 무섭게 반대하는 남주의 가족들. 그럼에도 꿋꿋하게 여주에게 일편단심하고 또 달아난 여주를 찾아 결국 뜻을 이루는 남주.
아마 로설 수천권을 쌓아놓고 돌을 던지면 저런 류의 책에 돌이 맞을 정도로 시대와 주인공들 이름만 달리했지 비슷한 얘기들이 이 동네에는 줄을 잇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팔리고 인기가 있고 또 앞으로도 나올 거다.
그게 나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멀리 갈 것없이 나 역시도 저런 얘기를 좋아하고 끊임없이 찾아서 보고 있으니까 욕을 하면 그건 내 얼굴에 침뱉기. ^^
이 책이 좀 희한하다고 해야할까... 굳이 포스팅까지 하는 이유는 충분히 가학적이거나 야~시시하게 갈 수 있는 내용임에도 단 한번의 삐리리~도 없이 빤~한 얘기를 나름 재미있게 끌어갔다는 점이다. 다른 작가들이라면 최소한 한두번, 많게는 삐리리~로 점철된 글을 쓸 충분한 여건(?)이 되건만 요즘 보기 드물게 순수한 관계로 얘기를 끌어가고 있다. 요즘 세태를 비춰볼 때 어찌 보면 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지만 그게 지루하지 않다. 약간 서운하긴 하다. ㅎㅎ;
그런면에서 감탄~ 남자 집안에서 반대하는 것에 충분히 공감이 갈 정도로 여주 캐릭터가 너무 질질거리는 게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사랑이란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것이니까.
단역으로 등장하는 남주 사촌들의 면면을 보니까 4편 정도 시리즈로 이어질 것 같은데... 다음 작품은 확실히 찾아볼 것 같다. 그 다음 것을 볼지는 일단 다음 작품을 보고나서 결정할 예정. 시리즈란 것이... 두번째까지는 대충 다 괜찮은데 3번째로 넘어가면 거의 예외없이 짜증나기 시작해서. 관계없는 얘기지만 주드 데브르. 시리즈 좀 그만 쓰면 좋겠다. -_-;;;
삐리리~ 없이도 읽을만한 글을 쓸 수 있다는 용기를 줬다는 점에서 이 작가에게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