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내가 갔다고 괜찮았다고 했더니 다들 여기서 보자고 해서 오빠 결혼식을 보러 모처럼 한국 나들이를 한 ㅅ양의 한국일정 마지막날인 일요일에 브런치를 먹었다. 이날 ㅅ양이 결혼하지 거의 10년만에 ㅅ양의 남편과 인사를 했음.
본래 6명이 모일 계획이었는데 5명이 됐다가 다시 오기로 한 ㄷ군은 안 오고 갑자기 김군이 나타나는 바람에 결국 본래대로 6명을 채웠다. 저녁 6시 비행기를 타야할 ㅅ양 부부 때문에 11시로 약속했지만 다들 코리안 타임을 철저하게 지켜서 12시가 다 되어 다 모였다. ^^;;;
우리끼리 떠들기 좋은 테라스 자리.
31일에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서 아래층 오가노 주방에 전화를 해서 예약을 했는데 할로윈 파티가 있었던 모양이다.
곳곳에 호박과 호박등 모양으로 잘린 호박들이 있었다.
쫌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아무리 파티가 있어도 전화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서비스가 아주 만족스러웠던 지난번에 비해서 이번에는 삑사리가 은근슬쩍 많이 나오기 시작.
다른 사람들은 내가 저번에 먹었던 연어 와플을 주문.
나와 ㅇ군은 알밥 정식. 15000원.
저 위에 샐러드는 제일 처음에 나오는데 이미 다 먹었고 나머지 세팅만 찍었다.
알밥은 연어알, 날치알, 성게알, 멍게, 해삼 속젓, 갈은 마가 나온다.
날치알과 볶은 김치가 올라오는 보통 알밥 정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게 똑같이 알밥 정식을 시켰는데 ㅇ군의 알밥은 알의 양이 내것의 최소 2배 이상으로 수북했음. 오더가 들어갈 때 남자다, 여자다 이렇게 따로 내려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양의 차이. -_-???
15000원이라는 가격에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함.
먼저번의 그 초밥 정식보다 이걸 먹는게 남는 장사인 것 같다.
그리고 그릇도 아주 마음에 들었음. ^^
와플하고 함께 내려고 한다며 프로모션기간이라고 공짜로 맛을 보여준 당근 스프.
아기들 먹는 당근 이유식 같은 맛이다.
한숟가락만 먹고 다들 수저를 놓아버렸다.
크랩 팬케이크나 스패니쉬 오믈렛과는 몰라도 와플과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조합. 와플에 굳이 스프를 곁들이겠다면 양파스프나 맑은 콘소메 스타일이 나을텐데. 주방장의 상상력이 좀 부족한 것 같다.
이건 제발 참으라고 얘기해주고 싶었는데 그대로인 스프 접시를 보면서 대답을 짐작했는지 묻지는 않더라.
ㅎㅎ
첫날은 아주 마음에 들었는데 이날은 거슬리는 게 굉장히 많았다.
동생이 시킨 연어와플에서 머리카락이 나와 바꿔달라고 하니까 잽싸게 가져가서 바꿔주기는 하는데 그 상황에서 제일 먼저 해야할 대응은 죄송하다는 소리가 아닌가? 사과의 말 한마디 없이 뚱하니 접시를 가져가는 태도는 아주 심하게 불만.
와플 기계가 하나밖에 없는 모양이다. 4명이 와플을 시키니까 한명씩 차례로 와플을 구워서 갖고 오는데 더 인원이 많은 일행이 한꺼번에 와플을 시킬 경우는 처음 받은 사람이 다 먹을 때 마지막 사람이 와플을 먹는 사태가 생길 듯. 와플 기계 얼마 하지도 않는데 최소한 한대 정도는 더 갖추는 투자는 좀 해야할듯.
최고의 불만은 물. 뭔가 비릿하고 부유물이 보이는 듯. 일식집과 주방을 함께 쓰기 때문에 일어난 사태인 것 같은데 최소한 물병 정도는 따로 관리를 하던가 해야할 것 같다. 비릿한 물 때문에 기분을 좀 많이 잡쳤음.
이날 서빙한 목소리 낮은 남자 종업원은 이태리나 프랑스에 있는 현지 레스토랑의 종업원을 보는 듯한 거만함에 손님을 편하게 해주는 친절도 제로. 너무 잘 해주려고 하면서 들어붙는 종업원도 싫어하지만 이 사람은 '우리 가게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내가 너희한테 음식을 주니 감사해라.'의 분위기라 좀 황당했음. 자기가 지금 밀라노나 나폴리에 있는 수백년 전통의 피자집 웨이터인줄 아나??? 재교육이 필요할듯.
디저트로 스웨덴식 레시피 어쩌고 하는 초콜릿 케이크를 한조각 시켜봤는데 (사진 안찍었다. ^^;;;;) 내가 거품기 꺼내기 귀찮아서 주걱으로 대충 섞어서 구운 거칠고 텁텁한 맛. -_-+++ 코코아가 아니라 코코넛 가루는 엄청 많이 넣은 것 같더라.
적당히 캐주얼하고 고급스러우면서 조용한 분위기에 나쁘지 않은 가격, 적당한 맛을 추구한다면 그럭저럭 만족이겠지만 이 정도 분위기가 가격대에서 요구되는 친절하고 세심한 서비스와 주변 정리 부분에서 점수를 왕창 다 깎아먹었다.
1차 방문 때는 한번 가볼만한 추천 가게였는데 2차 방문 결과 추천은 못하겠다로 순위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