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맛있는 걸 앞에 놓고 사진 같은 건 안 찍는 사람들이라... 가져온 메뉴판만 이렇게 찍어봤다. ^^
나는 와인을 생략하고, 친구들은 각각 화이트와 레드 와인을 한잔씩 골랐는데 화이트를 선택한 친구는 독일산 리슬링에 아주 만족. 레드를 선택한 친구는 딴지 오래됐는지 힘빠진 와인에 분노. 음식도 얘 입맛에는 전반적으로 짰던 모양이다. 짜다, 덥다 등등 사소한 불평이 좀 많았다. 근데 한번만 얘기하면 좋을 것을 내내 그걸 갖고 투덜거리니까 여기를 추천한 입장에서 신경이 쓰였음. 얘랑 어디 갈 때는 사소한 거에 굉장히 까다로워서 좀 피곤하다. -_-; 정말 좋아하고 평생 잘 지내고 싶은 친구긴 하지만 가끔은 제발 일 절만 하라고 얘기해주고 싶을 때가 있음. 나도 까탈스러운 편이니... 욕하면서 닮지 않도록 노력해야지.
빵은... 예전과 달리 너무 평범. 쫌 그랬다.
키조개 버터구이는 딱 적당하게 구워진 키조개에 아삭한 아스파라거스의 조화가 훌륭했다. 곁들인 베이비 채소도 괜찮았음.
부드럽게 올린 빈스 스프는 이전에 아꼬떼 스프들 보다는 약간 묵직한 느낌. 여기 스프가 항상 내 취향에는 좀 가볍고 묽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날 농도는 딱 내 스타일로 아주 만족스러웠다. 베이컨인지 햄인지를 넣어서 평소보다 살짝 짰다는 게 흠이라면 흠.
그레이비 소스를 곁들인 항정살 구이. 사실 돈을 좀 더 추가하더라도 양갈비를 먹을 생각을 하고 갔기 때문에 메뉴판을 보고 살짝 당황했었다. 주는대로 먹어야 하는 상황이 된 터라 그냥 삭이고 받았는데 의외로 괜찮았음. 퍽퍽할 줄 알았는데 적당히 쫀득하고. 돼지고기 스테이크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전복을 곁들인 버섯 리조또. 이게 이날 먹은 것중에 최고였다. 적당히 퍼진 쌀알에 버섯과 전복의 조화가 훌륭했다. 내 동생이 이태리 요리 배우러 다닐 때 해줬던, 타르투포 리조또와 아스파라거스 리조또 이후 최고의 리조또였음. 이름은 리조또로 달아놓고 질척한 볶음밥을 내놓는 식당들은 여기서 보고 좀 배워야 한다.
디저트는 크렘블레 라고 써있었는데 트렘블레에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견과류+토스트가 곁들여 나온다. 디저트 양이 너무 작다는 얘기를 귀담아 들은 모양. 근데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다른 디저트에 비해 너무 맛이 가벼워 싸구려틱하게 느껴진 게 흠이라면 흠. 여기에 커피나 홍차, 녹차를 곁들이는데 홍차는 예전과 똑같이 살짝 민트향이 감도는 홍차였다. 역시 살짝 연하게 우려진 감이 있지만 그래도 립톤 티백이 아닌 것만으로도 감사하기로 했음.
그렇게 잘 먹고 수다를 떨다가 나왔음. 이번 주에도 또 여기서 점심을 먹을 예정인데 이날은 어떤 음식이 나올지 기대된다. ^^ 그날은 사진을 좀 찍도록 노력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