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다보니 이태원에 있던 스모키 살룬이 생겨나 있었다.
약국하고 같은 건물에 있길래 지나가다가 들러봤음.
메뉴판을 보니 진짜 종류가 많긴 했다. 문제는 가장 싼 게 6000원 대이고 만원이 넘어가는 햄버거까지. 속으로 살짝 기절하면서도 안전하고 가장 져렴한 6900원짜리 클래식을 주문.
고급스런 햄버거라는 모토 답게 주문이 들어가면 그때부터 제작에 들어가는 모양이다. 안에서 지글거리는 소리가 막 나더니 한 10분 이상 지나서 두툼한 햄버거를 하나 싸서 준다. 근데 가격은 6900+10% VAT -_-+++++
따끈할 때 먹고 싶어서 사진기가 옆에 있음에도 사진은 생략했고 맛만 간략히 평가하자면 엄청 두꺼운 패티에 양상추도 듬뿍, 양파도 두툼하게 들어가 있어서 롯데리아의 그 사기 햄버거들과 차원이 다르긴 하다. 사진과 다르다는 이유로 허탈할 일은 절대 없을 듯. 입이 작은 사람은 먹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렇지만... 가격이 쫌. 사이즈는 얘보다 좀 작지만 더 저렴한 프레시니스에다가, 비슷한 사이즈에 역시 가격이 쫌 싼 크라제가 바로 5분 반경 안에 있는데 저렇게 팔아서 과연 손님들이 올까? 미국 스타일의 호쾌한 햄버거를 선호하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햄버거의 주소비층이 어린이와 청소년인데 부모 주머니 뜯는 것도 한두번이지 지속적인 매출이 나올지 솔직히 좀 의문이다.
쓰다보니 생각났는데, 따로 피클과 토마토를 그릇에 담아서 줬다. 피클은 본래 안 좋아하기 때문에 피클만 있는줄 알고 뜯지도 않았는데 토마토를 보고 좀 황당. 이건 햄버거에 넣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면 피클과 토마토를 따로 주는 건 여기 컨셉? 프렌치 후라이 대신에 여기서 제공하는 사이드 디시가 아닌가 하는 뒤늦은 깨달음이 엄습하고 있음.
여기는 테이크 아웃보다는 앉아서 맥주 같은 걸 곁들여서 식사나 안주 개념으로 먹는 그런 햄버거 집인듯. 보스턴에 처음 갔을 때 먹고 감동했던 헌터스 햄버거가 얼핏 떠오르기도 하는데... 헌터스는 물가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이 가격에 옆에 프렌치 후라이까지 산더미처럼 곁들여줬다고. 누구 삥뜯을 때라면 몰라도 내 돈 내고 여기 갈 일은 없을 듯. 나름 분위기 있게 테이블을 꾸며놓기는 했는데 크라제나 프레시니스도 마찬가지인 고로 별다른 메리트 없음.
얼마나 버틸지 구경해봐야겠다. 일단은 2년 걸겠음. VAT 10%를 빼야 그나마 좀 경쟁력이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