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 메뉴다.
이날 오후 2시에 회의 잡혀있었는데 감독이 1시간이나 지각하는 바람에 일정이 꼬여서 늦는줄 알고 속이 바짝바짝 탔었다. 다행히 10분 정도만 지각했음. 그리고 사진기는 생각만 내내 하다가 놓고 갔다. ^^; 당연히 사진 없음~
첫번째 코스는 굴. 신선하니 맛있었다. 역시 겨울은 굴이 최고...
두번째 코스는 버섯 스프. 짭짤하니 나쁘지 않았음. 근데 뭔가 미묘하게 밸런스가 흐트러진 맛? 여기 스프 먹으면서 이런 느낌은 처음이라 좀 뜨아...
프아그라. 망고 소스가 진짜로 환상이었다. 새콤하니 그린망고의 풍미가 느끼한 프와그라를 잘 잡아줬다. 프아그라 좋아하지 않는데 정말 소스 맛으로 먹었다. 하지만 다음에 여기서 디너를 먹을 일이 있다면 프아그라는 빼달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리 가슴살 구이. 어쩌면 이렇게 구워낼 수 있을까 감탄이 나오는 고소함. 오리의 퍽퍽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요리였다. 곁들여진 버섯도 괜찮았음.
농어구이. 얇게 썬 감자로 싸서 구운 농어인데 농어보다 감자가 더 맛있었다. 근데 이쯤에서 살짝 짜증나기 시작한 게 위에 메뉴를 보면 알겠지만 벌써 세번째로 버섯이 나온다. 버섯의 종류를 바꿨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재료 선택에 좀 더 고민과 창의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재수가 없는 걸 수도 있겠지만 이날 코스의 재료선택이 전체적으로 좀 무성의하게 느껴졌음.
자몽 그라나떼. 새콤하니 내가 딱 원하는 그 맛. 메인을 먹기 직전에 소르베로 입을 씻어주는 의미를 딱 정확하게 보여주는 그런 그라나떼였다. 모두 아주아주 만족.
나와 동생은 램, 동생 친구는 와규를 선택한 메인. 미디움 레어도 잘 구워져 나왔다. 램에 곁들여 나온 디종 머스터드도 아주 맛있었고. 세팅도 예뻤다. 근데... 사진으로 찍어왔다면 아마 더 잘 느꼈을 텐데 풀이 너무나 없다. 위에 코스들은 저래도 고기가 나올 때는 가니쉬로 뭔가 상큼한 풀이 좀 곁들여지겠지~ 하고 기대를 했는데 마지막까지 배신을 때렸다. 이렇게 느끼한 고기들의 연속일 때는 풀을 좀 먹여줘야 하지 않나? 양이 엄청 많은 것도 아닌데도 메인을 끝낼 즈음에는 속이 느끼해서 좀 거북했음.
디저트로 오페라 케이크가 나온다고 했을 때 만세~를 불렀는데 오페라라고 불러주기에는 쫌... 모자란 레이어드 초코 케이크. 오페라 특유의 식감이 모자란다. 하지만 전문 파티셰가 없는 곳에서 프랑스 르노뜨르의 그런 오페라를 요구하는 건 쫌 도둑놈 심뽀이니... 차는 홍차, 녹차, 커피가 있는데 카페인 없는 걸 부탁하니까 루이 보스티를 갖다 줬다. 여기에는 점수 추가.
75000+10% 부가세. 와인까지 한잔 곁들이면 1인당 10만원 가까이 잡아야 하는 ㅎㄷㄷ한 곳이다. 대만에는 중국화된 양식만 있지 제대로 된 이태리나 프렌치를 먹기 힘드니 한국에서 먹어보고 가겠다는 동생 친구의 요청에 큰 마음 먹고 호기를 부려봤는데 나쁘지는 않았지만 감동이야~ 훌륭해~를 외칠 정도는 아니었음. 다른 날 먹고 온 사람들의 메뉴 구성과 비교했을 때 이날 재수가 좀 없기는 한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동생 친구의 반응은 아주 좋았음.
다음에 이렇게 큰 마음을 먹을 때는 다른 곳에 또 한번 가봐야겠다. 점심은 늘 별 네개 반 내지 다섯개였지만 저녁은 가격대비까지 환산하면 세개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