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열심히 차를 마시긴 했지만 뜯어 놓은 친구들을 소진하다 보니 새 차를 시음할 기회가 없기도 했고 또 잊어버리기도 하고 이 카테고리에 소홀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새로 마실 차까지는 모르겠고 일단 마신 친구들이라도 기록을 하자는 의미에서.
작년에 런던에 갔을 때 사온 홍차 중 하나로 WHISKEY FLAVOURED TEA라는 이름과 위스키의 재료가 분명한 저 밀인지 보리인지 소맥 사진이 희한해서 수많은 홍차 가운데 간택을 해왔다.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한국과 달리 영국에서 차를 고르는 건 그야말로 꽃같은 삼천 궁녀를 앞에 놓고 미녀를 고르는 왕의 고뇌와 맞먹는다. 단순히 예쁜 걸로는 부족하고 뭔가 특별함이나 개성 내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 있어야 간택을 받게 됨. ㅎㅎ;
한번도 안 마셔본 스코틀랜드 브랜드라는 것도 신기하고 해서 가져왔다가 찬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한 지난 10월 말 경에 개봉했다.
뜨거운 김이 폴폴 우러나는 홍차를 코에 갖다대는 순간 느껴지는 단어는 '술이다!' 습기 많은 아일랜드나 스코틀랜드, 혹은 추위가 혹독한 북유렵에서 차에 위스키나 꼬냑 같이 독한 술을 한두 방을 떨어뜨려 마시면서 추위를 쫓는다고 하던데 이건 술을 따로 넣을 필요가 없는 맛. 한마디로 어른의 맛과 향이라고 하겠음.
위스키 맛이 난다고 아예 제목부터 떡하니 써붙여 놨으니 당연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당황스러웠다. 처음에는 좀 거북하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마시면 마실수록 은근히 살살 땡기고 입에 붙는다. 술처럼 약간은 중독성이 있는 차인 것 같다.
다만 호불호는 확실히 있는 듯. 술을 좀 마시는 사람들은 예외없이 몸이 후끈해지는 것 같고 좋다고 하는데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ㅅ양은 자기 취향에는 좀 거북하다고 평가를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