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형이상학적인 내용이나 온갖 어려운 이론과는 담을 쌓고 있는 인간이라 쟤들이 뭐라고 떠들면 그건 학문적으로 어쩌고 해서 말이 안 된다 등등의 고차원적인 소리를 할 능력은 전혀 없다. 하지만 살아온 세월이 이제 짧지만은 않고 또 업종 덕분에 내 능력이나 사회적인 위치와 상관없이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을 만는 기회가 많다보니 비교적 정확한 '고급'(?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 내지 뒷얘기를 내가 직접 보거나, 경험 당사자 내지 직접적인 목격자를 통해 얻어 들을 일이 많다.
본래 아무리 정확한 얘기라도 여러 다리를 거치면 정보가 아니라 ~카더라라는 루머가 되기 십상이니 두 다리를 거치지 않은 근거만 갖고 가끔 기운이 날 때 이렇게 씹어주려고 않았음.
1. 저 기사를 보면 방송법에 대한 반대와 광우병 파동을 비교하고 있다. 방송 상에서 얼마든지 용인되는 범위의 변용을 갖고 PD 수첩 전체가 거짓인 것처럼 저들과 조중동이 열심히 찍어누른 덕분에 사실이 거짓이 되어버리고, 그걸 온 국민이 믿고 있는 모양인데, 정말로 PD 수첩이 거짓이고 사기라서 범법행위라고 믿는다면 그보다 2년 전 KBS 스페셜에서 다뤘던 광우병 프로그램부터 때려 잡아야 순서가 맞다.
PD수첩보다 더 적나라하고 충격적인 내용들이 거기에 가득하다. 그리고 너무 충격적이라 방송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을 했거나, 섭외가 되지 않아서일 거라고 짐작을 하는데, 거기에 소개되지 않은 더 심한 내용들도 광우병에 관한 한 넘쳐난다.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왜 국회의원 전용 식당과 정부청사, 경찰, 청와대 구내 식당에 미국산 소내장탕과 사골 곰탕은 올리지 않는 거지? 현 정부가 그렇게 애정해 마지 않는 경제 논리로 따지자면 가장 싸고 맛있는 미국 소를 정부 차원에서 애용하고 솔선수범해야 하는 거 아닌가? 조류 독감 때 닭고기 먹었단 기사는 봤어도 (완전히 끓여서 익혀 먹으면 조류독감균은 사라진다. -_-;) 아직도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 대통령이 미국소 내장탕 먹었단 소리는 못 봤다, 혹시 봤다면 제보를 좀,
2. 본론으로 들어와서 재벌, 특히 조중동의 방송 진출에 관한 욕구와 준비 상황.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잘 모르겠지만, 중앙일보와 삼성은 우리 바닥 안에서 이미 10년 전부터 유명한 얘기다. 지금이야 HD가 대세로 가지만 불과 10년 전. 공중파 방송국에서도 대부분 아나베타 기기를 사용했고, 드라마를 제외한 나머지 국에서 디지베타는 화면발이 중요한 기획 특집 다큐나 힘있고 끝발나는 프로그램에만 특혜를 받는 식으로 간혹 배정을 해줬다.
디지베타 편집기는 수십개의 편집실 중에 몇개에만 있었고 한정된 시간 안에 이걸 돌려 사용하면서 편집하기 위해서 정말 피가 터졌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였던가 이때보다 한두해 뒤에, 삼성 사내 방송국에 PD로 간 계약직 AD랑 밥을 먹는데 온 편집실이 다 디지베타라고 감동을 하면서 자랑을 했다. 우리 바닥 안에서 삼성 얘기가 나올 때 다들 삼성 계열사와 중앙일보에 있는 사내 방송 장비를 한 자리에 모으면 MBC보다 더 끝발 나는 방송사가 하나 될 거라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란 걸 그때 실감을 했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무산되긴 했지만- 공중파 하나 더 추가로 허용해준다는 얘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던 시절, 전 계열사에 따로 있던 방송팀들을 모두 한곳에 집중시켜 공중파 전환에 대비하기로 했다는 얘기도 그 PD한테 들었었다. 아마 그때부터 삼성 사내방송이 통합이 됐을 걸?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동양방송을 뺏긴 뒤 그렇게 절치부심하던 일인데 안 할 거라고? 이메가가 운하를 안 한다는 소리와 똑같은 수준의 신뢰도이다.
3. 정부와 재벌의 이태리식 방송 장악. 지금 막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기는 하지만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밀려날 거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버텨야 하는 이유가 많지만 역시 내가 한다리 안에서 이유를 찾아보자면.
중앙일보에서 작년 연말인가? 하여간 하반기에 태안 관련 기사를 낸적이 있다. 자세한 건 기억 안 나지만 이제 태안이 살아나고 있다는 요지의 꽤 커다란 기사. 비슷한 시기에 태안에 대한 다큐를 준비하던 작가를 하나와 잠깐 밥을 먹었는데 걔는 그 기사에 완전히 거품을 보글보글 물었다.
분명히 깨끗해진 부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이 오염되어 있고 살아났다는 둥의 저런 희망찬 표현을 쓸 상태가 아니고 얼마나 더 복구에 노력을 쏟아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다라는 게 현장에 다녀온 사람들과 찍어온 화면을 본 걔의 얘기였다.
그렇지만 중앙일보를 보는 독자들은 태안이 이제 완전하게 깨끗해졌다고 믿고, 일부 사람들은 태안 주민들의 보상 요구는 시골 촌사람들이 재난 한번 당한 걸로 팔자 고치려 든다고 욕을 하기도 할 거다.
지금은 신문과 방송이 분리되어 있기에 이런 취재가 가능하고 방송을 보는 사람들은 균형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을 대리하는 중앙일보가 거대한 공중파를 가졌을 때 이런 사실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을까? 있다고 믿는다면 그 순진함에 경의를 표할 밖에...
4. 오늘 수정을 하면서 48.9%라는 데이터를 하나 활용했다. 정확하게 팩트를 전달하려면 이 숫자를 그대로 쓴다. 하지만 내가, 혹은 내 클라이언트가 어떤 의도를 갖느냐에 따라 이 수치는 '절반이 안 되는 사람들만이 안다'가 되기도 하고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안다.' 또 반대 수치를 활용해서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모른다.'로도 변신한다.
어제는 16이라는 숫자를 놓고 '20명에 가까운'이라고 뻥튀기를 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죽이려고 할 때는 '10명이 넘는'이라고 쓴다. '16'을 놓고 '16'이라는 팩트와 '20명에 가까운'과 '10명이 넘는'이라는 다양한 해석은 공존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단 한가지 해석만을 모두에게 주입시키고 싶어하고, 방송을 소유하려는 재벌 역시 뭐라고 포장을 하건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