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삼중당 문고 크기에다 180여쪽의 작은 책인데 한달을 넘게 끌었다.
핸드백 안에도 쏙 들어갈 사이즈다 보니 작은 핸드백을 들고 나가는 날 읽으려고 아끼려다 이리 된 것 같음.
난 소위 지침서 종류는 회고담 내지 수필, 시집만큼이나 싫어한다. 회고담 기타등등은 일 때문에 억지로라도 읽지만 삶이건 뭐건 지침서류에 쓸 돈이 있으면 차라리 아이스크림을 사먹겠다는 인생관으로 사는 인간이 바로 나. ^^;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요즘 우후죽순처럼 쏟아져나오는 글쓰기 방법론에 대한 탐구보다는 이태준이란 인물에 대한 호기심 때문.
조선 문학계의 천재 중 한명이라는 이 글 잘쓰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글을 모범적이라고 보는지, 그는 어떤 방식으로 글을 써내려 갔는지 그의 발자취 따라잡기의 목적이었다.
그 목적만을 놓고 볼때는 상당히 부합했다. 그가 양질이라고 생각하는 글. 문장에 대한 기준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고 예시로 든 글들을 보면서 이태준의 교우 관계에 대한 파악과 당시 시대상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만족이다.
그러나 내가 만약 글쓰기의 노하우나 방법론을 찾아 이 책을 택했다면 글쎄... 보고 싶은 것만 찾아서 보고 받아들이는 게 인간이라는 동물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글을 쓰는 공식과 방법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미 알고 있지만 많이 고칠수록 좋은 글이 나온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게 그나마 건졌다면 건진 노하우랄까?
이렇게 써놓고 나니... 말 그대로 일필휘지로 슥슥 갈겨 보낸 낮의 다큐 대본이 좀 찔리는군. 어차피 국군방송용이니 검열 들어가고 하면 최소한 네댓번은 고쳐야 하니까 양심에 가책을 받을 필요는 없지. 제발 한자리 숫자로 수정이 마무리되길. -_-a 난 군대가 제일 무섭다.
책/인문(국내)
문장강화
이태준 | 범우사 | 2006.5.26 - 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