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술의 진보가 상상보다 굉장히 빠르다는 걸 요즘 생활 속에서 느낀다.
별로 옛날도 아닌 시절의 영화에서 손가락을 지문 인식기에 갖다대거나 눈동자를 대서 홍체를 인식하고 문을 열어주는 그런 보안 시설들을 '와~ 저런 세상이 과연 올까?' 하면서 봤는데 앞으로 몇달간 꾸준히 나가줘야할 곳이 지문 확인 시스템이라서 내 지문을 인식시켰다.
문의 보안 기기에 지문을 대고 있으면서 미래 영화의 한 부분으로 갑자기 빨려들어가는 것 같아 기분이 쫌 묘했음. 지문 등록하면서 여기 등록한 정보가 악용되지 않을까, 이것 때문에 뭔 일 당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공상과학적인 두려움이 살짝 엄습. 확실히 난 촌스러운 아날로그 인간이다. ㅎㅎ;
2. 지금 열심히 파고 있는 분야가 바이오다 보니 한국에서 구라와 사기꾼과 동열에 놓인 황우석 박사의 흔적과 계속 마주치게 된다.
이글루스에 있던 때라 거기에 몇번 황우석 박사와 한학수 PD에 관한 내 나름의 소견을 긁적거린 걸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난 내가 만났던 MBC PD 들 중에서 제일 나쁘지 않게 생각하고 그나마 호감 비슷한 걸 갖고 있는 사람이 한학수 PD이다. 그래서 당시에 더 혼란스러웠었고 한학수 PD가 취재한 방향에서는 그것이 분명 fact 였다고 믿는다. 하지만 PD수첩을 시작으로 그가 매장되던 시기에 저 안에 another fact 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피아를 구별할 수 없는 광풍이 다 가라앉은 지금 그 안에 들어가 보니까 정말로 another fact 있더라. 이건 당시 분위기에 밀려 그를 매장하는데 일조했던 동료 내지 동종업자들의 입에서 계속 나오는 얘기니 상당히 신빙성이 높다.
지금 내가 하려는 프로그램에서는 황우석 박사 관련해서는 다룰 수도 없고 또 절대로 다룰 생각도 없다. 그랬다가는 2시간 내내 그 얘기만 해야 하고 또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거거든. 하지만 뭔가 다른 기회를 만들어서 '한학수의 취재도 맞다. 하지만 황우석도 사기꾼은 아니었다.'라는 정도의 얘기는 하고 싶지만... 지금 분위기에서는 '한학수 싸우자!' -> 더 나아가서는 'PD수첩 흠집내자!' 내지 'MBC 죽이자'에 일조를 하게 될 것 같아서. 정부지원 넣으면 아마도 마지막 이유 때문에 허가가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는. 황빠들이 어떻게 달려들지 훤히 보여서. -_-a
이 얘기는 정치적인 계산이 아니라 순수하게 과학에 대해, 그의 공과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을 때 열어야 하는 판도라의 상자이지 싶다. 꽤 괜찮은 -아니, 실은 대박에 가까운- 아이템을 접어둔다는 게 아깝기는 하지만 세상 일이 늘 그렇듯 인연이 닿으면 할 수 있겠지. 아니면 운때가 맞고 재수좋은 누군가가 먼저 집어먹을 수도 있는 거고.
몇년 전 같으면 이렇게 이슈성 큰 건 절대 놓칠 수 없어! 내가 하고야 말거야! 이러고 부들부들 떨었을 텐데... 나도 늙나보다.
3. KBS의 PD 집필제 때문에 난리가 난 걸 뒤늦게 알고 실소와 고소를 함께 머금고 있는 중.
실소는 지금 KBS 사장에게. 정연주가 경영을 잘 못 했다고 몰아냈으니 어떻게든 숫자상으로 업적은 보여줘야겠고, 그렇다고 정연주가 이미 마른 수건 짜내듯이 쥐어짠 외주 제작사 제작비 후려치기는 이제 불가능이니 결국은 작가들한테 칼을 휘두른 모양인데... 누가 이메가 쫄따구 아니랄까봐 머리 돌아가는 게 딱 삽 한자루 휘두를 용량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고소는 정말 능력있고, 실력있고 열심히 하는 일부 진짜 PD를 제외한 KBS의 공채 찍새들에게.
외주 제작사의 독립 PD들. 그래 이쪽도 실력없고 인간성 더러운 인간들 많지. 하지만 정말로 실력없는 인간들은 길게 버텨낼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일에서는 대체로 평균은 한다. 드물지만 이 중에 정말 억!소리 나게 잘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교양 바닥에서는 이런 한두명의 희귀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정말 5%에 속하는, 소위 명장이라고 할만한 능력있는 PD는 공중파에 있다. 명장까진 아니지만 꽤 능력있고 실력 괜찮고 열심히 하는 PD들도 공중파에 존재한다. 아무래도 조직이 가진 매커니즘이라는 걸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그 양화를 제외한 상당수는 조직에 안주하는 그야말로 찍새들.
공부할 의지는 물론이고 기획 능력도 없고, 섭외력도 없고 할 줄 아는 건 오로지 작가가 열심히 여기저기 쑤시고 취재해서 써준 촬영 대본 들고 현장 나가서 (<-- 이것도 현장에서 일어나는 돌발 상황을 대비해 작가 끌고 나가는 찍새가 있다) 대본대로 그림 찍어와 작가 옆에 앉혀놓고 작가가 써준 편집 대본에 맞춰 그림을 찾아 붙이는 (때때로 타임 코드를 프레임 단위까지 써달라는 인간도 있음)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찍새들이 지금 얼마나 똥줄이 타고 있을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 참에 피X 싸면서 고생 좀 하고, 작가 무시하는 버릇들 좀 고치고, 찍새 소리 듣지 않도록 실력 양성 좀 하시길~
물론 쟤들이 다 손 들고 제발 작가들 돌려달라고 엉엉 울 때까지 힘든 겨울을 나야하는 동종업자들에게는... 에효효... 할 말 없다. 잘 지내다 제자리를 찾아가길. 이메가와 한나라당 찍은 작가들은 자업자득이니 열외.
4. 조선일보, KBS, MBC에 장자연 보도 35억 소송 기사를 보면서 쟤들이 왜 저렇게 난리를 치나 했더니 그 이유를 우리 부친을 보니 알겠더라.
방씨 일가에게 살짝 분노하시는 듯 하더니만 저 기사를 보고는 '아니니까 저렇게 소송까지 하는 게 아니냐.'는 옹호론으로 돌아서셨음. 이제는 한나라당 덕분에 사실 적시도 명예훼손이 된다는 사실을 알려드렸어야 하는데 당시엔 너무 기가 막혀서 그 말씀을 못 드렸다. 조만간 이 얘기를 살짝 끌어내서 한나라당 XX들이 사실 적시도 명예훼손이 가능하게 법을 고쳐놓는 바람에 나쁜 X을 나쁘다고 해도 고소 당해서 벌금 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드려야겠음.
본래 이메가 & 한나라당= 사기꾼 이라는 정도의 이성은 갖고 계셨고 최근에는 나쁜 XX까지 도달하셨는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세뇌에서는 도통 벗어나지 못 하심. -_-; 어버이날 추가 선물로 위클리 경향 정기구독권을 선물해 드릴까 생각 중이다.
5. 한예종 총장 사퇴 관련 기사에 열심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변듣보에 대해서도 좀 씹어주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걔를 씹어주면 그건 정말 짐승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가 될 것 같음. 이런 초초초마이너 블로그에까지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건 걔 소원대로 메이저 진입을 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으니. X학과의 수치인 하고지비 XX(<-- 내가 한 소리가 아니라 저 인간 같은 과 동기가 한 소리를 그대로 옮겨왔음. 머리에 X만 찬, 犬또라이 등등의 몇가지 형이하학적인 형용사가 더 있었지만 들은 지가 쫌 많이 되서 기억이 확실치 않은 관계로 생략. ^^)는 무시하는 게 제격이라는 생각에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