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응수 | 김영사 | 2009.5.26-6.8
옛날에 친하게 지내던 감독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도석수 관련 다큐멘터리 기록물을 하나 맡게 됐는데 그 관련으로 빌려온 자료이다. 그런데... 참 묘한 인연인 것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어차피 글을 고스트 라이터가 썼으니 저자라고는 안 하겠음) 신응수씨의 다큐를 10년 전에 했었다. 브리지 형식으로 프로그램의 구성을 나눴는데 그 한 덩어리의 제목이 '천년 집을 짓는다' 였다. 이 책을 쓴 고스트 라이터는 내 프로그램의 소제목을 따서 제목을 지었다는데 붕어빵 20개는 걸 수 있을 것 같다.
이 신응수씨는 대목장들의 우두머리인 도편수로 경복궁과 지금 광화문의 복원작업을 맡고 있다. 취재원을 밝힐 수 없는 소식통에 의하면 광화문은 본래 다른 도편수에게 넘어갈 일이었는데 경복궁을 다 재건한 자신을 두고 어떻게 광화문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있냐고 이 분이외교적으로 표현하자면 엄청나게 항의를 해서 광화문까지 맡게 되었다고 한다. ㅎㅎ
우리나라 도편수 계보로 따지면 대원군 때 경복궁을 지은 도편수 최원식의 계보를 이은 일종의 성골 라인이다. 이분 다큐를 할 때 자료조사차 다른 대목수들의 이야기들도 많이 읽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희한(안? 기억이 가물가물)이라는 분에게 많이 끌렸어다. 인정받지 못한 비운의 천재의 느낌이었는데... 불행히도 그가 지은 건물들은 남은 게 없다. 조선톱 어쩌고 하는 제목으로 된 그분의 일대기에서 저자는 그걸 안타깝다고 했는데 나도 동감이다.
개인적인 감정과 별개로 신응수씨는 좋은 소재였다. TV라는 건 빵빵하게 빛나고 뭔가 보여줄 게 있는 성공한 인생을 다루는 거다보니 경복궁을 복원하고 있다는 그 상징적인 의미에 촛점을 맞춰 섭외했던 게 미안할 정도로 나름대로 철학이 있는 분이었다. 당시 한국 건축에 관한 내 지식수준도 상당히 빵빵하고 한옥의 양식을 보는 눈도 제법 있었는데 지금은 다 날아가고 없다. 하지만 새 프로그램을 마치면 또 당분간 사기칠 꺼리는 좀 생기지 않을까 기대 중. ㅎㅎ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분이라 사설이 길었는데, 이 책은 신응수라는 인물이 어떤 과정을 통해 대목장이 되었고, 문화재 복원에 뛰어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내용, 그가 짓거나 복원한 건축물들. 우리 건축물을 만드는데 절대 빠질 수 없는 소나무 이야기. 그리고 이 책을 쓰던 당시 그가 하고 있는 작업과 자신의 포부, 각오 등등을 밝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서전 종류로 봐야할지, 아니면 한국 건축에 관한 정보를 주는 인문서적으로 봐야할지 좀 아리까리 헷갈리는 내용, 인터넷 서점의 분류를 보니까 건축가와 한국건축 양쪽 카테고리에 다 포함이 되어있는데... 아주 심도깊거나 대단하지는 않지만 우리 궁궐 건축이나 사찰 건축, 새롭게 지어지거나 복원되는 한옥에 대한 정보로서 가치는 확실히 있다. 건축 과정에서 일어나는 개인적인 경험담 중심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문화재 복원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그런 시각 등등도 상당히 흥미롭다. 대목수, 도편수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그 생소한 직업에 대한 안내도 되고.
객관성은 독자가 얼마나 신응수에게 감응하느냐에 따라 그 판단이 달라지겠지만 문화재 복원 과정을 따라가보는 맛보기로는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그렇지만 심도 깊은 내용은 없다고 보면 된다.
일과 관계없는 나 개인으로는 예전에 직접 들었던 얘기, 그리고 일부는 내가 방송에 풀어놨던 얘기들이 활자화된 걸 보고 잊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즐거움을 느꼈다. 하지만 일과 관계되어 자료로 이 책을 잡은 나는 다른 책을 읽을 걸 내가 왜 이 책을 잡고 있었나.... 아쉬워하고 있음. 하지만 책을 시작한 날짜를 보니 그야말로 정신줄을 놓고 있었던 시기. 이렇게 가벼운 에세이 느낌이니까 그나마 시작할 수 있었지 지금 층층이 쌓여있는 저 도감 수준의 전문자료들은 한 글자도 눈에 안 들어왔을 거다. 그냥 위밍업을 했다고 생각하기로 했음. 더불어 즐거운 추억 여행이었다.
나중에 기운이 나면 신응수씨에 대한 기억도 한번 풀어볼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다만 잊기 전에. 이 책에서 그는 조금이라도 잘못된 것은 절대 놔두지 않고 제대로 하는 자신의 장인정신에 대해 누누이 강조를 하고 있다. 수원성 장안문에 대한 얘기는 프로그램 프롤로그에서도 썼었는데 하다가 전혀 관계없는 신정희 옹에 대한 기억이 연달아 떠올랐다.
그분은 그야말로 혼자 맨땅에 헤딩해 독학한 도공인데 우리가 촬영 갔을 때 마침 도자기를 꺼내는 날이었다. (사실 그날로 맞춰서 갔지.) 우리가 보기엔 너무나 멀쩡한데 아니다 싶은 건 바로바로 망치로 깨어버리는 와중에 그분의 부인이 깨버리려고 빼놓은 꽤나 멋진 도자기 하나를 슬쩍 빼돌리는 장면을 찍었고 연출도 못할 그 백만불짜리 상황을 방송에 내보냈는데... 꼬장꼬장한 노인네가 성격이 보통이 아니시던데 과연 그날 그 집안이 무사했을까 뒤늦게 걱정이... -_-;;;;;
이 신응수씨는 대목장들의 우두머리인 도편수로 경복궁과 지금 광화문의 복원작업을 맡고 있다. 취재원을 밝힐 수 없는 소식통에 의하면 광화문은 본래 다른 도편수에게 넘어갈 일이었는데 경복궁을 다 재건한 자신을 두고 어떻게 광화문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있냐고 이 분이
우리나라 도편수 계보로 따지면 대원군 때 경복궁을 지은 도편수 최원식의 계보를 이은 일종의 성골 라인이다. 이분 다큐를 할 때 자료조사차 다른 대목수들의 이야기들도 많이 읽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희한(안? 기억이 가물가물)이라는 분에게 많이 끌렸어다. 인정받지 못한 비운의 천재의 느낌이었는데... 불행히도 그가 지은 건물들은 남은 게 없다. 조선톱 어쩌고 하는 제목으로 된 그분의 일대기에서 저자는 그걸 안타깝다고 했는데 나도 동감이다.
개인적인 감정과 별개로 신응수씨는 좋은 소재였다. TV라는 건 빵빵하게 빛나고 뭔가 보여줄 게 있는 성공한 인생을 다루는 거다보니 경복궁을 복원하고 있다는 그 상징적인 의미에 촛점을 맞춰 섭외했던 게 미안할 정도로 나름대로 철학이 있는 분이었다. 당시 한국 건축에 관한 내 지식수준도 상당히 빵빵하고 한옥의 양식을 보는 눈도 제법 있었는데 지금은 다 날아가고 없다. 하지만 새 프로그램을 마치면 또 당분간 사기칠 꺼리는 좀 생기지 않을까 기대 중. ㅎㅎ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분이라 사설이 길었는데, 이 책은 신응수라는 인물이 어떤 과정을 통해 대목장이 되었고, 문화재 복원에 뛰어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내용, 그가 짓거나 복원한 건축물들. 우리 건축물을 만드는데 절대 빠질 수 없는 소나무 이야기. 그리고 이 책을 쓰던 당시 그가 하고 있는 작업과 자신의 포부, 각오 등등을 밝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서전 종류로 봐야할지, 아니면 한국 건축에 관한 정보를 주는 인문서적으로 봐야할지 좀 아리까리 헷갈리는 내용, 인터넷 서점의 분류를 보니까 건축가와 한국건축 양쪽 카테고리에 다 포함이 되어있는데... 아주 심도깊거나 대단하지는 않지만 우리 궁궐 건축이나 사찰 건축, 새롭게 지어지거나 복원되는 한옥에 대한 정보로서 가치는 확실히 있다. 건축 과정에서 일어나는 개인적인 경험담 중심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문화재 복원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그런 시각 등등도 상당히 흥미롭다. 대목수, 도편수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그 생소한 직업에 대한 안내도 되고.
객관성은 독자가 얼마나 신응수에게 감응하느냐에 따라 그 판단이 달라지겠지만 문화재 복원 과정을 따라가보는 맛보기로는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그렇지만 심도 깊은 내용은 없다고 보면 된다.
일과 관계없는 나 개인으로는 예전에 직접 들었던 얘기, 그리고 일부는 내가 방송에 풀어놨던 얘기들이 활자화된 걸 보고 잊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즐거움을 느꼈다. 하지만 일과 관계되어 자료로 이 책을 잡은 나는 다른 책을 읽을 걸 내가 왜 이 책을 잡고 있었나.... 아쉬워하고 있음. 하지만 책을 시작한 날짜를 보니 그야말로 정신줄을 놓고 있었던 시기. 이렇게 가벼운 에세이 느낌이니까 그나마 시작할 수 있었지 지금 층층이 쌓여있는 저 도감 수준의 전문자료들은 한 글자도 눈에 안 들어왔을 거다. 그냥 위밍업을 했다고 생각하기로 했음. 더불어 즐거운 추억 여행이었다.
나중에 기운이 나면 신응수씨에 대한 기억도 한번 풀어볼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다만 잊기 전에. 이 책에서 그는 조금이라도 잘못된 것은 절대 놔두지 않고 제대로 하는 자신의 장인정신에 대해 누누이 강조를 하고 있다. 수원성 장안문에 대한 얘기는 프로그램 프롤로그에서도 썼었는데 하다가 전혀 관계없는 신정희 옹에 대한 기억이 연달아 떠올랐다.
그분은 그야말로 혼자 맨땅에 헤딩해 독학한 도공인데 우리가 촬영 갔을 때 마침 도자기를 꺼내는 날이었다. (사실 그날로 맞춰서 갔지.) 우리가 보기엔 너무나 멀쩡한데 아니다 싶은 건 바로바로 망치로 깨어버리는 와중에 그분의 부인이 깨버리려고 빼놓은 꽤나 멋진 도자기 하나를 슬쩍 빼돌리는 장면을 찍었고 연출도 못할 그 백만불짜리 상황을 방송에 내보냈는데... 꼬장꼬장한 노인네가 성격이 보통이 아니시던데 과연 그날 그 집안이 무사했을까 뒤늦게 걱정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