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색깔있는 역사 시리즈는 좀 긴 외출에 갖고 다니기에 크기도 딱 적당하고 내용도 상당히 알찬 것이 많아 내가 애용하는 책이다. 살림 문고판으로는 아슬아슬한 거리를 오갈 때 주로 택하는데 이상하게 얘는 읽기 시작한 뒤에 계속 밀려서 양력으로는 결국 해를 넘겼다. 구랍으로 해를 넘기기 전에 밍기적거리던 책을 하나라도 끝내려고 잡아서 미션 성공~
호사카 유지라는 저자는 일본 지식인으로 한국에 귀화한 좀 특이한 케이스의 학자인데 그래서 그런지 그의 책에서 발견되는 역사 관점이나 서술이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함이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라난 학자에게서는 불가능한 객관성과 일본 문화 속에서 성장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힘든 일본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절대 닿을 수 없고 공통점도 없고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존재로 느껴지는 조선의 선비와 일본의 사무라이를 묶어서 비교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근간에 깔린 정신을, 조선의 선비들에게는 성리학과 유교의 경전들로 일본의 사무라이들에게는 손자병법을 제시한다.
손자병법? 이 단어가 나왔을 때 솔직히 좀 뜨아~했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그럴 수 있겠구나라는 끄덕임이 이어진다. 그리고 조선에 대한 일본의 시각에 대해서도 새로운 내용들을 -물론 내가 이 부분에 대한 지식이나 독서가 부족하다는 것은 인정해야겠지만- 많이 발견할 수 있어서 신선했다.
특별히 작정한 건 아닌데 근래 일본 관련이나 일본인 저자들이 쓴 책들을 좀 읽다보니 그동안 저 멀리 뜬구름 같이 무의미한 존재였던 다케다 신겐이며 겐신 같은 이름들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카게무샤의 주인공이 바로 다케다 신겐이었구만. 누가 보면 무식이 통통 튄다고 하겠군. ^^;
책/인문(국내)
조선 선비와 일본 사무라이
호사카 유지 | 김영사 | 2009.?-201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