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내내 목에 걸린 가시 같은 밀린 숙제인 와인 사진 털기. 오늘 모처럼 정신차리고 일을 쫌 한 김에 켜켜이 쌓인 와인을 치워보려고 앉았음.
라벨 이름 옮겨적기 귀찮아서 사진을 안 털다보니 이게 쌓이고, 그게 무서워서 아예 와인병 사진을 찍지도 않는 게 많아서 마신 것의 반 정도도 안 되는 것 같다. ^^; 다들 마신지 오래되서 시음이나 감상 포스팅이라기 보다는 그냥 이런 걸 마셨다는 기록의 의미.
MYCHEL LYNCH 2006
5월인가 뽀삐 데리고 한강변으로 나간 소풍 때 동행했던 와인.
쁘띠 사이즈에 만원 정도의 저렴 와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야외에서는 이상하게 와인이 더 맛있어지는 걸 감안하더라도 보르도 와인 특유의 가벼우면서 풍부한 감칠맛이 좋았었음.
탄닌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프루티하면서도 볼륨있고 시지 않아서 더 좋았다.
BOURGOGNE PINOT NOIR ANTONIN 2006
그 끓은 와인 사건 이후 갤러리아 에노테카는 쳐다보지도 않고 있는데, 그 끓은 와인을 사온 날 함께 사왔던 와인 중 마지막 병이다.
사이드 웨이라는 영화를 본 직후로 피노 누와를 엄청 마시고 싶어서 당시 세일가로도 4만 5천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헉!!! 가격을 기억하고 있다니!!!!!) 구입.
피노 누와 특유의 경쾌하면서도 미묘한 밸런스는 있지만 바디는 좀 빈약. 피노누와가 보통 미디움 바디 정도로 숙성되는 걸 감안하더라도 바디감에서는 살짝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와인나라 세일 때 산 피노 누와는 어떤 맛일지 궁금한데... 적당한 안주거리가 생기면 걔도 조만간 뜯어서 먹어줘야지. ^ㅠ^
CRISOL ARGENTINA RED
와인나라 1+1 행사로 병당 만원 정도에 사온 걸로 기억한다.
맛없으면 요리할 때 쓰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사왔는데 먼저 마셔본 동생이 프루티하고 아로마도 너무 풍부하고 정말 맛있다고 극찬을 해서 고기 먹는 날 뜯어봤다.
역시 마신지 오래되서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미디움에서 살짝 풀바디쪽으로 가까운, 묵직하면서도 과일향이 풍부했던 좋은 맛이었던 것 같다.
비슷한 가격대로 또 나온다면 재구입 의사 확실히 있음.
라벨도 예뻐서 선물해도 좋을 것 같다.
CHATEAU BEGADAN MEDOC 2006
사진 순서로 보면 비교적 최근에 마신 와인인데 얘는 도통 기억이 없네. ^^;
별로 맛있지도, 맛없지도 않았던 무난하고 평범한 와인이었던 모양이다.
얘도 아마 1+1이던가 뭔가를 끼워주는 세일로 샀던 것 같다.
WOODBRIDGE CABERNET SAUVIGNON 2006
딱 한 잔짜리 주제에 7천원, 세일가 5천원이었던 초초쁘띠 사이즈 와인.
로버트 몬다비답게 후덜덜한 몸값을 자랑하시지만 한입 마셔보고 돈값을 한다고 인정.
묵직한 바디감에 끝없이 이어지는 길고 풍부한 아로마, 꽃과 오디 같은 열매맛, 오크향이 어우러져 정말 죽이는 부케였다. 어디 하나 잡맛이나 껄껄함이 걸리는 것도 없었고.
왜 사람들이 로버트 몬다비, 몬다비하는지 알 것 같았음.
1/4 사이즈 와인을 과연 5천원(그것도 세일가!)이나 주고 사야하나 고민했던 게 미안할 정도였다.
다음에도 세일하면 집어와줘야겠다.
추천해준 현대 백화점 와인샵 언니에게 감사를. ^^
LEAPING HORSE MERLOT 2005
얘도 와인나라 세일에서 집어온 만원대 저렴 와인.
뒤에 라벨에 써놓은 그대로였다.
포도주스를 마시는 것처럼 가벼우면서도 베리 향이 아주아주 풍부했음.
같은 브랜드의 샤도네이도 하나 같이 샀는데 걔는 어떤 맛인지 여름이 가기 전에 한번 마셔줘야겠다.
저번에 부친이 랍스터 쏘신 날 수산시장에서 마리당 반근(300그램!!!)이 넘는 새우를 사왔는데 조만간 걔를 구워서 곁들일까 생각 중. 샴페인보다는 못하지만 갑각류와 샤도네이의 궁합도 좋지.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