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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87년의 기억 하나

by choco 2009. 8. 24.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추억 이란 포스팅 중에 '대선기간이 되었다. 당시 노태우가 광주 유세하다가 돌세례를 받는 사건이 벌어졌다. 투명 유리에 몸을 숨긴채 겹겹이 쌓인 경호원 틈바구니에서 유세를 시도하는 그의 모습이 안스러워보일 정도였다.' 라는 내용을 보니까 갑자기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어서 끄적.

이 블로그에서 오래 부대낀 사람들은 알다시피 우리 집은 외가 친가 모두 영남권인 진주와 부산이다.  87년 대선은 노태우가 되는 건 안 되지만 김영삼을 배신(?)하고 나온 김대중에 대한 성토 분위기가 역시나 우리 집안에도 가득했다.  때문에 전라도에 간 노태우가 저런 식으로 푸대접 받은 기사들이 아마도 의도적으로 대서특필되어 나오면 전라도 사람들은 역시 무섭다는 반응이 어른들 사이에서 오가곤 했었다.

저 포스팅을 쓴 분은 광주를 기억하는데 난 군산에서 일어났던 노태우가 당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다. 과장도 있겠지만 몰매 맞기 직전에 구사일생에 가까운 분위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당시에 서울권 대학에 가려는 지방 입시생들은 서울에 있는 교수들에게 레슨을 받으러 올라온다. 그때 우리 선생님에게 배우는 군산 학생이 하나 있었는데 딸과 함께 올라온 그 어머니를 통해 군산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들었다.

내막은 즉, 노태우가 뜨기 바로 전날이던가 며칠 전, 김대중 후보가 군산에 유세를 왔을 때 유세장 주변에 전기를 다 끊어버렸다고 한다. 가로등까지 다 꺼버렸다고 했던 것도 같은데...???  너무 오래전이라 디테일은 다 날아갔고 하여간 전기를 다 끊어버려서 모여든 사람들이 연설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경찰을 동원해서 그렇게 방해를 심하게 했다고 한다.

그렇게 군산 사람들의 울분을 터지도록 쌓이게 한 직후에 노태우가 내려왔으니 뭐... -_-;;;  그렇지만 어느 신문에도 그들이 분노한 이유는 나오지도 않았다.  광주 정도는 그래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유를 납득할 수 있겠지만 군산에서의 일은 이면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진짜 뜬금없는 폭발이었겠지.  집에 가서 그 얘기를 전해드렸더니 엄마도 참 치사한 놈들이라고 욕을 하셨다.  그래도 김영삼 아니면 김종필 찍어셨을 테지만.  

군산에서 레슨 받으러 오던 그 학생과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그런 일들이 지금도 엄청나게 많이 일어나고 있을 거다.  미디어법이 없는 지금도 이런 치사한 감추기가 자행되고 있는데 이제 법적으로 보장까지 해주면 정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작년부터 까맣게 잊고 있던 옛날 기억들이 참 많이도 떠오른다.  아직 과거보다는 미래를 봐야하는데 별로 좋은 현상은 아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