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하르트 레네베르크 (지은이) | 만프레트 보핑어(그림) | 들녘(코기토) | 2009.5?-10.3
봄부터 읽던 건데 이상하게 중간중간 리듬이 끊기고 필요한 부분만 뽑아서 읽다보니 지지부진 읽다말다가 되어 버렸다. 이제 이 책에 있는 내용이 본격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 날 잡고 앉아서 정독.
표지를 잘 보면 코믹한 캐리어처가 나와 있는데 저 그림에서 기대되는 만큼은 아니지만 꽤 재미있다. 생명공학이 이뤄온 업적이며 이 책이 나온 시점에서 최신 결과를 식생활, 건강, 자연 환경, 복제까지 우리 실생활과 연관된 내용들을 찾아서 엮어내는데, 읽을수록 저자의 공력에 감탄이 나온다.
과학 전문가는 자기 분야에 대한 아주 심도 높은 지식을 가질 수 있고, 반대로 전문 저술가는 적절한 예시나 테마를 찾아내는데 능숙하지만 이게 결합되기는 쉽지 않은데 라인하르트 레네베르크는 그 두가지가 어우러진 능력자라서 생명공학 입문자들에게 문턱을 확 낮춰준다. 그리고 책 내용 중간중간에도 저 표지와 비슷한 류의 그림들이 어려운 내용을 요약해주고 있어 흥미를 배가시켜주고.
보통 생명공학 관련 서적은 미국의 과학자나, 미국에서 교육받고 돌아온 한국인 과학자들이 쓰는 경우가 많아 알게 모르게 미국 중심적인 (가끔 영국의 사례로 섞이긴 하지만) 내용이 되기 쉽다. 그런데 이 책은 홍콩과 독일을 오가면서 연구하는 사람이 저자라서 그런지 생명공학 연구에 미국과 다른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는 독일의 연구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 특이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음.
본의 아니게 짧은 기간동안 생명공학 관련 서적들을 집중적으로 읽다보니 나온 시차에 따라 연구 결과가 다른 내용들도 발견할 수 있는데 DNA와 줄기세포 부분은 벌써 이 책에 쓴 내용들이 흘러간 옛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도 몇개 있다. 자료로 이 책을 활용하려는 사람들은 그 부분들에 대한 교차 검색과 검증이 조금 필요할 듯.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생명윤리에 대한 정리. 윤리 교과서에 나오는 것 같은 뜬구름 잡는 내용이 아니라 납득하기 쉬운 논리 정연한 논리였음. 제목도 가볍고 포장도 가벼움을 지향하고 또 내용물 역시 최대한 먹기 좋게 요리를 했지만 그 영양소는 그대로 살아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