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새 홍차를 사지도 (작년 환율에선 사는 게 미친 짓이었고) 뜯지도 않았더니 묵은 홍차들이 하나씩 비어가기 시작한다. 호시탐탐 새 홍차를 마셔볼 기회를 노리다가 지난 주 토요일에 친구들이 온다고 해서 계속 염두에 두고 있던 이 홍차를 개봉~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임페리얼 호텔에서 블랜딩해서 파는 홍차이다.
한국에선 주로 영국 홍차와 포숑, 마리아쥬 프레레 같은 프랑스 홍차들이 유명한데 독일, 오스트리아, 러시아 주변도 홍차 문화가 발달되고 많이 마시는 나라들이다.
향기가 너무 좋아서 샀는데 뒤늦게 블렌딩을 보니 홍차, 녹차, 천연 베르가못에 장미까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조합!!!!
이상하게 홍차와 녹차를 섞은 것. 그리고 장미가 들어간 차는 내 입맛에 도통 맞지 않는다. 평이 좋은 것들을 여러 종류 시도해봤지만 괜찮다고 느낀 건 극소수.
여차하면 주변에 나눠줘 버려야지~라고 마음 편하게 먹고 뜯었음.
큼직한 녹찻잎과 곳곳에 보이는 장미꽃잎들.
암담하지만 그래도 일단 맛은 봐야지 싶어서 우렸다.
찻물 사진은 없음. ^^
그런데 똑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섞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게 정말인지, 이 차는 홍차와 녹차가 섞였을 때 특유의 그 묘한 충돌이랄까 이질감이 전혀 없다. 홍차의 향기에 녹차가 살짝 스며든 아주아주 졀묘한 조화. 부딪힘이 없이 잘 넘어가고 장미와 베르가못도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아주 부드럽다. 그야말로 향긋하니 오후에 즐기기 딱 좋은 맛있는 차 한잔.
전량 분양 계획은 취소했고, -친구들에게 두어번 마실 분량을 나눠주긴 했지만- 겨울 내내 잘 마셔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