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면 다른 친구 편에 성의 표시만 하면 되는데 얘네는 내가 본의 아니게 중신을 선 커플이다 보니 날씨도 엄청 춥고 금요일 저녁이라 택시도 씨가 마른 가운데 휘적휘적. 남산 힐튼은 벌써 10년도 훠~얼~씬 전에 덕수궁에서 친구 웨딩 야외촬영하고 뒤풀이 간 이후 처음. 부페는 당연히 처음이다.
겨울에 긴 코트의 경우 의자에 걸쳐놓기도 참 거시기한데 홀 입구에서 코트를 맡아주는 시스템은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정부의 에너지 절약 시책을 따르는 건 좋은데 코트를 제외하고도 두 겹을 입었는데도 실내가 추워서 썰렁한 건 좀 오버지 싶음.
음식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별 특색없는 그냥 부페.
중식은 동네 웨딩홀 부페와 차별성을 전~~~혀 못 느끼겠고, 일식쪽은 훈제 연어가 아니라 (다른 코너에 훈제 연어가 있긴 헀다) 신선한 연어회가 있었다는데 개인적으로 점수를 주게 됨. 숭어는 괜찮았고 참치는 역시 동네 웨딩홀 부페. 광어는 웨딩홀보다는 좀 나은듯. 초밥도 롤도 평범. 초밥은 조개인지 생선이 덜 녹아 밥과 얼음을 함께 씹기도 했다. 너무 녹아 물이 흥건한 것보다는 이쪽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으니 패스.
스프와 국 종류는 물배를 채우고 가라는 의미인지 내가 가본 부페 중에 제일 다양했다. ^^;
로스트 비프는 괜찮은 수준, 양갈비와 민트젤리는 내 입맛에는 괜찮았지만 양고기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은 좀 먹기 힘들 것 같았다. 한국 사람들이 양 특유의 냄새를 싫어해서 한국에선 어디를 가던 양갈비는 냄새가 적은 램을 많이 쓰는데 여기는 램이 아니라 미튼을 쓴 것 같음. 훈제 오리가 맛있다는 얘기를 일행들이 했는데 가금류는 좋아하지 않아서 패스. 더운 음식에는 메로가 있었다는 게 좀 특이했고 맛도 있었다.
커다란 새우튀김이 있어서 먹어봤는데 튀김옷이 엄청 두껍고 질긴... 하다못해 무스쿠스 같은 곳도 새우 튀김은 금방 튀겨서 주는데 호텔이면 그 정도 정성은 좀 쏟아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부페에 인원이 부족해 보인 걸 보면 요원하지 싶음.
어느 정도였냐면, 고기를 서빙하는 라인 끝에 스파게티나 쌀국수를 그 자리에서 조리해 주는데 한명이 양쪽을 다 커버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옆에 냉면이 있는데 이쪽도 면이 떨어지면 저 고기에 있는 사람이 달려와서 면을 담아주는 그런 상황.
덕분에 냉면은 냉면을 그 자리에서 뽑아준다는 명목으로 냉면기계까지 갖다 놓고는, 면 뽑는 건 한번도 구경을 못 했다. 언제 뽑아놨는지 탱탱 불고 달라붙은 면을 그릇에 담아놓고 알아서 육수 부어 먹으라는 시스템이 되어 버렸다. 그럴 거면 냉면기계는 왜 갖다 놓고 그 밑에는 왜 물을 펄펄 끓이고 있는지 원. 신종 플루 때문에 호텔업계가 작년에 완전 된서리를 맞고 감원을 엄청 했다고 하던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돈을 그렇게 비싸게 받으면서 호텔이면 좀 호텔다워야지.
삶은 왕게 다리와 새우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펄펄 뛰고 통통한 걸 집에서 종종 잘 삶아먹기 때문에 굳이 거기서 냉동을 먹을 생각이 없어서 패스.
디저트의 케이크류는 작게 잘라놓는 센스도 괜찮았고 부페 치고는 은근히 다 맛있었다. 과일은 메론을 맛없는 껍질 부분까지 다 잘라놓은 게 에러긴 했지만 수박이며 파인애플이 맛있어서 그냥 용서. 아이스크림은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딱 한 종류였는데 새콤하니 나름대로 먹을만 했다.
치즈 섹션도 아쉬운대로 형식은 갖춰놨는데 치즈만 있고 크래커 같은 게 곁들여지지 않아서 빵을 잘라서 같이 먹어야 했다. 치즈는 아주 보수적인 애들로만 구색을 갖춰놨다. 안전한 선택이라고 해야겠지만 롯데나 인터콘과 비교가 좀 많이 되긴 했음.
썩어도 준치라고 호텔이니 청결도나 서비스 등등은 나쁘지 않았지만 세심한 면은 많이 부족하다. 음식도 별 특색이 없고. 책으로 치자면... 가격 대비로 따져서 별 2개 반에서 3개 사이.
아는 사람이 있어 직원 할인을 받거나, 특별한 프로모션이 있어 할인이 많이 된다거나 하는 류의 혜택이 없는 한은 굳이 이 남산 꼭대기까지 올라와서 힐튼 오랑제리에서 먹으라는 권유는 못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