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가 드디어 쇼팽 콩쿠르 1차 예선 무대에 섰다.
쇼팽 콩쿠르는 요상하게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쇼팽의 해석보다는 파격적인 해석을 한 연주자가 화제가 되고 입상을 한 뒤 더 화려한 커리어를 펼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마 작가는 그걸 염두에 두고 카이의 연주 캐릭터를 설정한 것 같은데 쇼팽 콩쿠르기 때문에 아주 적절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일본 만화 특유의 피아노를 들으면서 청중들이 바다로 가고, 산으로 가는 등등의 그 오버스러운 연출은 그대로지만 그래도 음식이 아니라 음악이기에 그게 닭살이 돋거나 하지는 않는다. 음악 하나하나를 묘사하는 그 설명이나 그림에서 떠오르는 실제 연주자들이 대입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
고등학교 때부터 쇼핑 콩쿠르에 대해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 세세하게는 잘 몰랐다. 그런데 이 만화에서는 하루하루 일지를 쓰는 것처럼 그 디테일한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걸 보면서 2005년의 아쉬움을 확 떨쳐버렸다는 게 개인적인 수확.
2005년 가을, 쇼팽 콩쿠르를 할 즈음에 유럽에 갔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폴란드가 낯설고 멀기도 했고 내가 쇼팽을 별반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이유- 쇼팽 콩쿠르 참관을 포기했다가 임동혁, 동민 형제의 동반 입상 소식을 듣고 그 현장을 놓친 걸 많이 안타까했었다. 하지만 이제 여우의 신포도가 아니라 안 간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진심으로 한다. 콩쿠르 과정을 보니 갔었더라면 난 주화입마에 걸려 남은 평생동안 쇼팽은 절대 듣지 않고 피해다녔을듯. 어지간히 쇼팽을 좋아하지 않는 이상 몇날 며칠에 걸쳐 하루종일 쇼팽의 피아노만 듣는 건... --;
각설하고 음악을 상상하며 마음으로 듣는 즐거움을 주는 15권. 좀 있다가 상당 부분 카이를 담고 있다고 혼자 짐작하는 부닌의 쇼팽 콩쿠르 결선 실황 연주나 다시 돌려봐야겠다. (<- 참고로 이 친구는 쇼팽 콩쿠르 때 혜성처럼 등장해서 엄청나게 파격적인 쇼팽 연주로 모두를 기절하게 한 러시아 피아니스트. 일본에서 엄청 인기가 있었다. 돈 때문에 구 소련에서 일찌감치 망명했다는 욕도 좀 먹었음.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한참 날렸는데 요즘은 좀 잠잠? 근래 소식을 들은 적이 없군.)
스승인 아지노 선생의 라이벌이었던 피아니스트의 아들인 어린 시절의 친구이자 라이벌 ??? -조연의 비애. ^^;;;-, 숲에서 만난 친구와 폴란드 피아니스트, 브라질 출신의 여성 출전자, 그리고 지난 2005년 쇼팽 콩쿠르에 동반 입상한 임동혁, 임동민 형제를 모델로 한 것이 거의 95% 틀림없는 한국인 쌍둥이 형제 출전자. 이들이 아마도 카이와 함께 2차 예선과 본선까지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치게 될 것 같다.
15권 보고 여기서 끝내고 2년 동안 안 냈단 말이야? 하고 엄청 분노했는데 16권이 있더라. 빨리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