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케묵은 사진 정리. 그냥 먹은 것 사진으로 묶어서 올려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정리를 좀 해주자 싶어서...
안데르센은 작년에 동부이촌동에 생긴 케이크와 과자 전문점. 전직이 방송작가이고, 코르 동 블루와 일본에서 제과제빵을 전공했다는 파티쉐가 운영하는 곳인데 전반적으로 코르동 블루보다는 일본의 모 제과제빵 학교의 맛인 것 같다.
쿠키와 파운드 케이크는 맛을 내는 다른 첨가제를 넣지 않고 가정에서 하듯이 순수하게 달걀, 버터 등으로 승부한 맛이기는 한데... 스스로 베이킹을 좀 한다고 생각하고, 특히 동력이 약한 핸드믹서가 아니라 키친에이드 블렌더 같은 거 갖고 계신 사람은 그냥 집에서 해드심이. ^^ 엄마표의 정직하고 약간은 촌스러운 듯한 맛이라서 직접 만들었어~ 하고 어디 사기(? ^^)칠 일이 있을 때 사용하면 될 듯.
시폰 케이크는 홈메이드와 고급 베이커리의 중간 정도의 질감. 제가 입자가 곱고 촉촉한 시폰을 좋아해서 그런지 케이크 전문점 치고는 좀 퍽퍽하고 거칠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다른 케이크들을 보면 실력이 안 되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아마 파티쉐가 이 질감을 선호하지 않나 싶음. 개인적으로 모카 시폰 > 홍차 시폰 >>> 녹차 시폰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케이크에 녹차 들어간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감안하시고~
↓ 한 입 먹고 뒤늦게 찍은 사진. ^^ 한입 달아난 게 모카 쉬폰 케이크.
추천하고 싶은 건 위 사진의 오른쪽에 있는 발로나 초코 케이크. 초콜릿이 들어간 케이크나 쿠키는 손이 엄청나게 많이 가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얼마나 좋은 재료를 썼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얘는 제대로 된 초콜릿을 쓴 맛. 발로나 초콜릿으로 만들었다고 선전을 하던데 정말 맛있음. 사진으로 보면 엄청나게 달아보이는데 신기할 정도로 달지 않고 감칠맛이 끝내준다. 한통을 홀로 다 먹으라고 해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
또 다른 인기 메뉴는 산딸기 마카롱인데, 주변의 평을 좋지만 내 입맛에는 가운데 필링이 너무 달아서 쫌.... 그리고 마카롱은 약간 씹히는 듯 하면서 쫀득하니 무너지는 그 식감을 좋아하는데 얘는 너무 부드럽달까.... 그런데 반응은 케이크들보다 훨씬 낫다는 미스테리.
내가 먹어본 것들로 케이크 순위를 매기라면 발로나 초코 >>> 당근 = 딸기 생크림 > 모카 시폰 = 타르트 > 치즈 =홍차시폰=마카롱 > 파운드 케이크 = 쿠키들 >>> 녹차 시폰이 되지 싶음. 특히 치즈 케이크는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달아서 별반 좋아하지도 않는 에스프레소가 간절히 땡기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홍차랑 마실 경우는 사약처럼 우려낸 아삼 필수.
그래도 가격은 4~5천원대로 그리 싸지는 않지만 이 가게의 결정적인 장점이 케이크 조각이 크다. C4의 쓰러지지 않는게 용한 그 얄팍한 조각보다 50%정도 더 두껍다고 해야할까? 처음에 한조각 잘라준 것 보고 감동. ^0^ 맛도 나쁘지 않고 양과 가격으로 따지면 요즘 한 조각에 만원을 향해 달리는 이 미쳐버린 도시에서 추천할만 하다.
요즘 유행인 설탕 케이크도 있는데 가격은 1단짜리가 7만원대, 2단짜리는 15만원 정도.
커피맛은 나쁘지 않고 (동행자의 평가. 전 커피를 별로 안 좋아해서...), 홍차는 티백 트와이닝이 4천원대, 테일러스 오브 헤로게이트는 잎차로 5천원대 였던 듯. 홍차도 본전 생각이 나서 안 마셔봐 모르겠음.
굳이 얘를 사먹으러 이촌동까지 올 필요는 없지만 이 동네 들르면 한 조각 먹고 가거사 사갖고 가도 나쁘지 않은 정도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