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르 밀란 (지은이) | 멜리사 조 펠티어 (엮은이) | 이다미디어 | 2010.9.-10
다음 주에는 알라딘 플래티넘 회원에서 짤리게 생겨서 짤리기 전에 플래티넘 적립을 받고 쿠폰을 쓰려고 세일 많이 하는 품목들 위주로 몇권 질렀는데 그 중 한권이다.
원제는 Cesar's Way: The Natural, Everyday Guide to Understanding and Correcting Common Dog Problems로 2007년에 나온 책인데 교본스러워 보이는 책 제목이 한국 번역판에서는 컬럼이나 에세이스러워 보이는 걸로 바뀌었다. 장사를 위해서는 이쪽이 더 나아보이니, 이건 편집부의 올바른 선택이라고 판단됨.
저런 제목에 내용이 교본이라면 좀 황당할 독자도 있겠지만 솔직히 책의 내용은 한국 번역판의 제목에 좀 더 가깝지 않을까 싶다. 개를 훈련시키는 정확한 방법이라기 보다는 세사르 밀란이라는 저자의 개인사와 개를 대하고 훈련시키는 철학과 기본 방침에 대한 설명과 설득이 60% 정도, 그리고 나머지 40%는 좀 더 세밀한 방법론적인 것이다.
개를 인간에게 투사를 시키거나 사랑으로 모든 게 해결된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좀 거부감이 느껴질 수도 있는 내용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또 그와 다른 방식으로 개들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세사르 밀란의 철학에 동감하느나 아니냐가 결국 호불호를 가를 것 같은데 나 같은 경우는 이 책을 읽으면서 동감과 반성을 좀 많이 했고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주인이지만 그래도 내게 어울리는 견종을 택한 현명함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세사르 밀란은 개에게 사람을 투사시키지 말고 개의 입장에서 개답게 대하라고 지속적으로 주문한다. 개에게 쏟는 에너지가 10이라면 먼저 5는 운동에 그 다음 2.5는 훈련, 그리고 앞의 두 과정을 마친 뒤 마지막 2.5는 애정으로 주라고 한다. 순서는 절대 바꿔서는 안 되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지 100% 우두머리로서 권위와 통제를 놓지 말라고 하는데, 세사리 밀란의 시각에서 개들의 산택을 떠올려 보면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확실한 리더의 역할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지 개가 앞장을 서서는 안 되고 리더의 옆, 약간 뒤쳐져서 쫓아와야 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동물과 데리고 하는 산책을 떠올려 보면 주변에 그런 개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이건 미국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90%가 개가 리드하고 있다고 함. ㅎㅎ;;;)
개를 키울 결심을 했다면 최소한 매일 1시간 반 이상의 운동을 시켜줄 각오를 하고 등등의 리스트도 이 책에 있는데 운동을 제외하고는 다행히 나는 다 통과. DNA에 각인되어 있는 에너지 소모의 욕구와 무리에 포함되어 강력한 리더의 지시를 받고 싶은 본능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개가 얼마나 불행하고 망가질 수 있는지(심리와 건강 모두)에 대해 그는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경고한다. 넓은 정원이 있어 풀어 놓는다고 해도 그건 절대 운동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청천벽력도 보태놨다. 주인과 함께 하는 놀이와 운동은 필수라는 것이다.
이건 내게는 참 힘든 주문이긴 하다. 만약 내가 마이 시스터의 꿈인 웰시코기나 보더 콜리를 키우고 있다면 그의 조언에 전적으로 의지해 강력한 우두머리로서 리더십을 갖고 엄격하게 살아야겠지만... 다행히도 나와 같은 수준의 저조한 에너지에다 천성이 자기 견종으로서는 드물 정도로 순종적이고 낙천적인 개를 키우는 덕분에 거의 완벽하게 행복하다. ㅎㅎ; 이건 뽀삐에게 감사 + 포메의 존재를 처음 안 순간부터 포메 말고는 내게 어울리는 개가 없다는 걸 깨닫고 한눈 팔지 않은 내 직관에 감사.
나보다 에너지가 떨어지거나 비슷한 수준의 개를 택하는 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동생이 아무리 들썩거려도, 설령 교외로 나가 주택에 살게 되더라도 절대 우리 집에는 웰시 코기나 보더 콜리는 들어올 수 없다는 걸 다시금 확인. (솔직히 나도 보더 콜리와 잔디밭에서 원반 던지기 놀이 하는 로망이 있었다. ㅠ.ㅠ) 그래도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엄청난 에너지와 지배력을 가진 개와 살려는 건 세사르 밀란의 말마따나 피차에게 불행이고 재앙이다.
나쁜 개는 없지만 나쁜 주인(이건 애정 유무와 상관없다)은 존재하고, 개를 의인화 하려 하지 말고 그 본성과 무리 본능을 이해하라는 충고는 반드시 기억을 해야겠다. 더불어 개의 삶에서는 애정보다 운동이 더 중요하다는 소리도. 운동 부족 -> 비만 -> 병으로 이어진다는 건 내게 각골명심이 필요함. 그런 의미에서 오늘 주말 맞이 수영을 30분 시켜줘야겠다. ㅎㅎ (근데 솔직히 물에 빠지면 뽀삐가 나보다 확실히 더 오래 버틸 것 같다. 물에 처음 넣은 초반엔 10분 가까이 쉬지 않고 첨벙첨벙 떠있음. 난 10분 버틸 자신이 없음. ㅠ.ㅠ)
책에 대한 찬사를 죽 늘어놨는데, 이런 류의 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경우가 많은 제가 좀 더 많은 믿음을 갖게 된 이유는 책에 있는 사진들이었다. 인간의 표정은 얼마든지 위장과 연기가 가능하지만 개들은 그게 잘(? CG가 아닌 한 절대!) 되지 않는다. 표지에 있는 애들은 촬영이 좀 지겨운지 '지겨워' 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안에 있는 스냅 사진들에서는 행복이 폴폴 풍겨나온다. 개 키우지 않는 사람들은 절대 믿지 않지만 행복한 표정, 지겨운 표정, 불행한 표정이 다 다르고 특히 사진에서는 그게 정확하게 드러나는데 얘네들은 정말 안정되고 즐거워 보였다. 그래서 좀 믿을만 하다는 생각을 더 했다.
책 내용과 별 관계없는 딴지 하나만. 초판본이 2007년에 나왔다고 하는데, 책표지의 카피에는 2006년 올해의 베스트 1위! 라고 써있다. 이 책도 이 정권처럼 시간을 달리는 건가??? 재판이 나온다면 확인해서 정리할 필요가 좀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