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예스24에서 적립금 왕창 주는 포인트 행사할 때 찍어놓은 책. 내내 잊고 있다가 나중에 사기에 들어있던 책을 찾아냈다. ^^;;;
책에 대한 인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아주 잘 쓰여진 근대 풍속사 책. 얼마 전 조선시대를 이것과 약간 비슷한 방법으로 정리해놓은 '뜻밖의 한국사' 라는 책에서 느껴지던 미숙함이 여기선 거의 없다.
그 책이 역사 비전공자가 역사책을 썼을 때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라면 이건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처럼 비전공자가 쓴 역사책의 장점이 빛난다.
이 책에 남다른 호감을 느끼게 되는건 아마 내 개인적인 체험도 더해지는 것 같다. 초보 작가 시절. 인터넷 검색이 활성화되지 않은 그때 옛날 기사나 자료를 찾는 건 신문을 뒤지는 것밖에 없었다.
그나마 종이로 정리된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만 아주 오래된, 지금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일제 시대의 기사들은 마이크로 필름으로만 볼 수가 있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마이크로 필름이란 것이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오래 들여다보면 멀미까지 난다. 그래도 난 그 일을 참 좋아했다.
왜냐면 이 기자처럼 그 신문 곳곳에 숨은 옛날 광고들을 보는 즐거움이 너무나 쏠쏠했기 때문이다. 내가 보고 웃었던 광고가 이 책에 나와있을 걸 볼 때의 동질감. 그리고 내게는 너무 재밌었던 광고가 빠진 아쉬움 등. 어떤 의미에선 내가 쓰고 싶었던 내용을 비교해가는, 함께 쓰는 것 같은 체험을 했기 때문이다.
광고란 한 사회상을 보여주는 전광판인 것 같다. 광고에서 '암'을 고친다는 이 시대 약 선전을 보면서 그 암이란 것이 저 당시에도 크나큰 문젯거리였다는 걸 알았고, 그런 얼토당토않은 광고가 검증없이 실린다는데 놀라기도 했었다.
얘기가 엄청나게 샜는데... 화장품, 고무신, 기생, 약, 과자, 백화점 그리고 포르노그래피까지. 소위 우리가 말하는 현대성이란 것이 얼마나 과거와 다를 것이 없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내용도 재미있지만 생각의 방향에 따라서는 자기 성찰까지도 가능하다는 느낌.
공들여서 잘 만든 책을 읽는 기쁨을 쏠쏠히 즐겼다. 분명 아쉽게 버리거나 잘라낸 내용들이 많았을 텐데 다음 권을 내도 좋지 않겠냐고 권하고 싶다.
책/인문(국내)
꼿 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 - 신문광고로 본 근대의 풍경
김태수 | 황소자리 | 2006. 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