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까지도 글을 쓰고 있다면... 언젠가는 무협을 배경으로 한 로설을 하나 쓰고 싶다는 생각에 장기 계획으로 구입한 책. ㅎㅎ; 너무 장기 계획이다보니 그때 과연 이 책의 내용을 기억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필요한 부분에 마크를 해놨으니까 찾아는 내겠지.
각설하고 이 책을 택한 이유는 일종의 무협 사전이나 개설서로서 의미였다.
기본적인 용어와 내용에 대한 설명을 기대하고 잡았는데 머리말에서는 조금 뜨아. 내 기대에 비해 조금 더 철학적이라고 해야하나... 깊이 생각하거나 진리 찾기를 귀찮아하는 입장에서, 또 기초 지식을 쌓길 원하는 목적으로 볼 때는 잘못 택했군이라는 것이 첫인상.
그러나 읽어나가면서 괜찮구나로 바뀌었고 마지막 부분에선 거의 심봤다~ ㅎㅎ;
진지하고 철학적인 사람이 주류인 내 주변인들은 무지 괴로워하지만 난 휙휙 날아다니는 무협을 엄청 좋아한다. 그러나 내가 열광하는 한계는 김용이나 와룡생, 양우생(?), 좌백, 발해의 혼을 쓴 ??? 정도. 촉산이나 승상령주 류의 정말 인간 세계를 완전히 벗어난 얘기는 보기는 해도 전혀 이입이나 감동이 없다. 내가 요즘 유행하는 판무를 전혀 보지 않는 것도 이런 취향의 연장선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내용은 내 취향이다. 내가 발붙이고 사는 땅의 한계에서 이해 가능한 수준만을 전달하고 있다고 해야하나? 이 책의 저자나 내가 모르는 단계의, 정말 온 세상의 이치를 다 알고 전지전능한 상승 무공을 연마한 고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건 내게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고 흥미 유발이 되지 않는다. 그건 글로 풀어낼 수 없다는 얘기.
나보다 더 현실적이고 더 땅에 단단히 발붙이고 사는 인간이 보면 이 책의 내용도 실상 허무맹랑할 것 같다. 멀리갈 것 없이 우리 부친이나 내 동생이 보면 논픽션을 가장한 무협 교본이라고 할 듯. 그러나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수준의 한국 검술에 대한 정리나 계보, 그리고 간단한 입문 정보를 얻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볼 가치가 있다.
정보확보의 차원에서 볼 때도 꽤 가치가 있다고 본다.
문파나 검술의 철학이나 수련방법 등등은 살생에 관한 건 절대 내 취향이 아님 잘 변형해서 내용에 녹여넣기 좋은 것 같다. ㅎㅎ;;;;;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무협지 좀 읽은 거 말고는 맨땅에 헤딩하는 내게 사기 치기 위한 기초를 완벽하게 제공했음.
물론 내가 무협로설을 쓴다면 난 이 책 저자의 의도와 많이 다른 방향으로 갈 예정이다. 그가 안 된다고 단언한 것도 된다고 할 것이고, 그의 철학이나 검관이라고 해야하나? 과 다른 사상으로 내 맘대로 펼쳐나가겠지.
책의 내용과 별 관계없는 얘기지만... 내가 이 책에 다른 도 닦는 류의 책보다 더 높은 신뢰도를 부여하고 정보로서 가치를 인정하는 건 정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 저자가 칼로 밥 벌어먹고 살지 않는다고 단언한 점이다. 일단 밥벌이가 되면 혹세무민은 기본인 고로... 00도, 00교, 00법의 교주나 대장, 혹은 종사자가 쓰는 책은 아무래도 색안경을 쓰고 보게 됨. -_-;;;
검술로 밥법이 안 한다고 써놓고 하고 있다 하더라도 비슷한 류의 책보다 정보 가치는 확실히 있는 듯. 그것만큼은 인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