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너무 멀리서 해서 건너 뛰었는데 올해는 만만한 과천이라서 피서 겸 모님 모녀를 꼬셔서 갔다 왔다. (근데 모님, 그 앞의 애한테 빌려준 건 박양 옷인데 고맙다고 과자는 내가 얻어먹었다는... 쏘리 + 감사~ ^^)
일단 결론부터 얘기를 하자면 주니어 그랑프리 선발전 구경을 다닌 이후 최고 레벨의 경기들이었다.
2그룹 선수들의 경기가 예전 1그룹 경기와 비슷하거나 나았고, 남자 선수가 그것도 국제 대회에 내보내도 X팔리지 않는 수준이 셋이나 (ㅎㅎ;) 있다는 것도 감동!!! 일본이나 미국에서 보면 비웃을지 몰라도 열악한 한국 상황에서는 이건 몇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정말 꿈같은 일이다. 간만에 우리나라 선수의 포디움을 고대하면서 경기를 지켜볼 수 있겠다는 그런 기대감도 살짝 들고 있다.
각설하고, 선수별로 간단히 코멘트만 하자만.
먼저 김민석 선수. 남자 2위를 해서 주니어 그랑프리 2경기 출전권을 따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싱글 점프는 그럭저럭 해도 컴비네이션은 회전수가 영.... 이었지만 그래도 트리플 악셀은 이제 컨디션이 좋으면 된다가 아니라 컨디션이 아주 나쁘지만 않으면 된다 수준으로 안정화가 된 것 같아서 기쁨. 랜딩도 작년보다 더 부드러워진 것 같고 링크 장악력이나 스케이팅 스킬도 꾸준히 늘고 있어서 흐뭇. 무엇보다 저 나이대 남자 선수라고 믿어지지 않는 유연성은 정말 ㅎㄷㄷㄷㄷ 수준인데.... 문제는 3-3이 아직도 안 되고 있다는 것. 주니어 그랑프레서 포디움 대기조 내지 한자리수 등수, 주니어나 시니어 월드에서 10대 초반 등수를 노려보려면 3-3을 안정적으로 뛰어줘야 하는데... 노력파니까 대학 간 뒤에 설렁설렁 관두지 않으면 어찌 되겠지.
이동원 선수. 예상대로 남자부 1위. 역시 주니어 그랑프리 2경기 나간다.
한국 남자 피겨계의 김연아 어쩌고는 좀 호들갑이라고 생각하지만 확실히 재능이 있는 선수다. 꼬꼬마 시절부터 떡잎이 보여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아직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성장 중. 부상으로 두달이나 쉬었다는데도 오늘 3-3은 안정적으로 붙이고 점프 타이밍 잡는 걸 보니까 큰 실수 안 하고 대진운까지 따라주면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까지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갑자기 급 기대~ 근데...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려면 이 친구는 트리플 악셀이 되어야겠지. 작년부터 연습 시작했다는데 아직 안정화가 안 됐나???
이준형 선수. 어제 쇼트는 2위였지만 오늘 프리에서 실수가 좀 많아서 3위.
일단 컴비네이션이 전혀 되지 않았으니 고득점은 무리긴 했다만... 그래도 싱글 점프들의 질은 나쁘지 않았고 또 몸 쓰는 거나 스케이팅 스킬은 남자 선수 셋 중에 제일 나은 것 같다. 아직 어리니까 천천히 단계를 밟아가면 내년에는 또 좋은 소식을 기대할 수 있겠지. 알고 있던 꼬꼬마들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지 않고 중학생이 되고 성장하는 걸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게 마이너 스포츠 팬의 즐거움인듯~
여자 선수는 총 7명. 근데 앞서도 말했듯이 이전 선발전 상위권에 들 수준의 경기들을 이제 갓 입학한 중학생들이 보여주고 있어서 앞으로가 기대 만빵인 행복한 경기~
경기 순서대로 다 써야겠지만 귀차니즘으로 1그룹만~ ^^;
박연준 선수.
기대하는 팬들도 많지만 내 취향과는 조금 다른 쪽이라 큰 관심이 없었는데 오늘 보고 정말 놀랐다. 작년에 봤던 박연준 선수가 아니더라는... 스피드나 점프, 스핀 등 전반적으로 정말 눈에 확 띄게, 말 그대로 괄목상대했다. 노비스나 주니어 선수 놓고 어쩌네~ 저쩌네~ 함부로 입 놀리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재차 굳히게 해주는 계기였음.
윤예지 선수.
사실... 내 개인적으로는 곽민정 선수보다 윤예지 선수가 세계 피겨계에 더 먹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나쁜 버릇도 없고, 피겨가 워낙 미모며 스타일에 대한 정형성이 강한 동네라 심판들이 좋아하는 분위기나 스케이팅을 하는 윤예지 선수가 포스트 김연아까진 아니더라도 코르피나 사라 마이어 정도를 해주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곽민정 선수가 작년에 확 치고 올라가는 동안 부상 때문에 정체. 그리고 올해도 작년의 여파에서 아직 회복이 덜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잠 예쁘고 장점이 많은 선수인데 자신감이 좀 떨어진 것 같아서 아쉬움. 그래도 올해 아시안 게임이며 사대륙에는 출전이 가능할 거고 또 시니어 월드도 종합 선수권의 뚜껑이 열려봐야 알 수 있는 거니까. 오늘 결과에 실망하지 말고 열심히 해주길~
이호정 선수. 오늘 2위. 주니어 그랑프리 1개 대회에 나간다.
함께 간 박양이 빨간 옷 입은 언니라고 부르면서 계속 스토킹을 한 호정양~ 이 또래 꼬꼬마 중에서 내가 가장 기대하고 오래 지켜와본 선수이기도 하다. (박양과 내 취향이 같음. *^^*) 초딩 2학년 때 다른 6학년 언니들보다 더 잘 하더니 또래들이 확 치고 올라가던 재작년에는 아주 극심하게 슬럼프를 겪고, 작년에도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아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올해는 고질적인 문제점이던 컨시스턴시를 많이 올려서 돌아왔다. (만쉐~) 안무 소화능력이며 스케이팅 스킬은 또래는 물론이고 나이 많은 언니들도 찜 쪄먹을 천부적인 선수인데... 올해 제발 안정적인 컨시로 지금 뛰는 트리플들 다 소화해내고 확확 늘기를~
김해진 선수. 예상대로 1위. 주니어 그랑프리 2개 대회 출전 결정.
컨시의 여왕인데 오늘 한번 넘어졌음. ^^; 그래도 말 그대로 털그덕거리던 작년에 비해 점프 랜딩이 몰라볼 정도로 좋아져서 역시 바라보면서 흐뭇~ 워낙 컨시가 좋으니까 본인도 뛸 때 별로 겁내하지 않는 것 같고, 그 자신감이 전체적인 프로그램이나 움직임에도 작용을 해서 참 시원시원하다. 호정이처럼 정말 섬세하고 곱다라니 예쁜 맛은 없지만 나름대로의 매력은 충만~ 역시 대진운이 작용을 한다면 연아양 이후로 오랜만에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을 해주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