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하고 돌아와 가장 고생을 했던 건 통증보다도 더위였다. 작년을 기준으로 볼 때 이 즈음에는 선풍기로 충분히 견딜만한 날씨인데 올해는 기록적인 무더위로 인해서 오히려 내가 입원해 있던 당시엔 비가 와서 좀 시원하다가 퇴원한 날부터 엄청나게 더워지기 시작. 정말 더위에 죽다 살았다.
다른 때라면 하루에 2-3차례 샤워를 하면 대충 버틸 수 있는데 퇴원할 때 간호사샘도 나중에 수술 자리 반창고 뗄 때까지는 물 묻히지 말라고 했고, 담당 교수샘도 같은 얘기를 한 관계로 물 부족 국가에 사는 것처럼 물수건으로 닦는 정도로만 버티려니 완전 죽을 것 같았다. (이건 병원이나 의사마다 얘기가 좀 다르니 그냥 참고 사항으로만~ 어떤 경험담을 보면 그냥 샤워했다는 사람도 있었음. 난 겁이 많은 편이라 보수적인 접근을 한 거고.)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틀었다가 제대로 냉방병에 걸려서 잠깐 고생하기도 했고. 수술날짜를 잡을 때 가능하면 여름은 피하는 게 상책!!! 이라는 교훈을 얻었음. 응급 수술이나 시일을 다루는 촉박한 수술이 아니라면 한여름은 피하는 게 좋다.
병원에서 준 진통제는 퇴원한 날에는 먹었는데 그 다음 날부터는 그냥 안 먹었다.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아프면 먹었겠지만 움직이지 않을 때는 안 먹어도 (나는) 충분히 견딜만 했음. 다만 침대에서 일어나고 누울 때 배가 땡기고 아파서 움직이는 게 고역이었다.
병원에서는 침대를 움직여 몸을 일으킬 수 있었는데 팔을 지지대로 삼아 일어나고 눕는 요령이 생기기 전까지는 고생을 좀 했다. 부축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기는 하다만... 요령이 생기면 혼자로도 가능. 그리고 내 경우는 수술하고 거의 1주일 가까이 옆으로 눕는 건 수술 부위가 당기고 뭉쳐서 힘들었다. 반듯하게 누워서 자는 것도 고문이었음.
식사는 퇴원한 다음날부터 밥을 먹어도 된다고 하던데... 이것 역시 내게는 무리. 목요일에는 병원에서는 애호박 야채죽, 집에서는 그냥 흰죽을 먹었고 다음 날은 아침엔 흰죽, 점심엔 콩나물죽, 저녁엔 뭔가 기운나는 게 먹고 싶어서 쇠고기죽을 끓였는데 저녁에 속이 더부룩하고 부대껴서 죽는줄 알았음. 소화제를 한번 더 먹었을 정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동물성 단백질 섭취는 최소한 사나흘은 지난 뒤에나 가능하지 싶다. 수술흔 다음주 초까지도 이런저런 메뉴를 바꿔 죽, 고구마, 과일만 먹으면서 연명했다.
본래 수술한 다음 주 월요일에 대전에 있는 회의를 가기로 했었는데 취소됐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대로 잡혔응면 갔다와서 죽었을 듯. 한 1주일 동안은 오래 앉아있으면 배가 뭉치고 아파서 중간중간 누워줘야했다. 물론 이건 일정 조절이 가능한 나 같은 프리랜서 일용직의 사치일 것이고... 만약 직장에 매인 몸이라면 정신력으로 버텨낼 수도 있었겠지. 다른 사람들 보면 보통 수술한 그 다음주에 바로 직장에 복귀해서 일하는 것 같더라. 한마디로 존경.
마지막 병원 방문은 수술 다음 주 금요일. 담당 교수샘 외래에 맞춰서 10시 반에 예약을 걸었는데 최소 2시간 전에 가서 피검사를 해야 한다. 당연히 전날부터 금식. 새벽같이 일어나 병원에 가서 검사 받고나서 지하 식당에 가서 정말 간만에 제대로 맛없는 우동을 한 그릇 먹고 아티제에서 잉글리시 머핀 사 갖고 올라와서 외래를 보는 본관 4층 (전에는 암병동 1층에서 외래 봤었는데??? 이동한 건지, 아니면 이날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음. 그리고 외래 날짜도 내가 수술 받기 전에 처음 갔을 때는 월, 수였는데 이날은 금요일이었다.) 에 가서 책 한권 거의 다 읽고 나니 시간이 되었다.
조직검사 결과도 이상없고 아침에 한 검사도 이상없이 나왔으니 이제 서로 볼 일 없다는 고마운 소리를 듣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 뒤 보험회사에 제출할 수술 확인서, 진단서 등등을 떼어 달라고 얘기했음.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간호사가 갖다 주는데 필요한 장수를 처음부터 명확히 얘기해야 서로 두번 움직일 일이 없다.
진단서를 갖고 1층으로 내려가서 원무과에서 도장을 받고, 돈을 내고 수술 확인서, 입원확인서, 초진기록지 등등을 다 받는 (원본 1장에 만원. 추가는 천원) 등 이날도 한 2만원 넘게 병원에 갖다 줬다.
다른 수술 사례들을 보니까 고대 병원에서 수술한 경우는 90만원 (아마 수술+입원만인듯)이고 대충 120-130만원 선이다. 병원비로 따지자면 삼성의료원이 확실히 비싼 편. 하지만... 일단 구멍을 배꼽에 한 개만 뚫었다는데 절대 감사하고~ 고대 병원도 구멍을 한개 뚫는다긴 하지만 거기 안 간 것에 대해서 후회는 제로.
아는 사람은 다 알다시피... 의사도 자기가 아프면 안 가는 병원이 바로 그곳~ 술 취해서 의식을 잃은 사람이 119에 실려서 저 병원으로 갔는데 응급실에서 깨어나서 여기가 ㄱ병원이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정신을 차려서 다른 병원으로 가버렸다는 전설이 돌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라. ㅎㅎ;
집에 돌아와서는 보험증서와 약관들을 다 꺼내놓고 돈 받아내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아파서 병원에 누워 있는 것도 서러운데 병원비 걱정까지 한다는 건 너무 비참한 일이라는 인생관이라 솔직히 난 보험이 좀 많은 편이다. 내가 스스로 느꼈던 필요성, 좀 도와달라는 권유 등등으로 인해 자질구레한 보험들을 이번 참에 앉아서 정리를 해봤는데 이래저래 스팀 오르는 것도 있었지만 종신보험과 실비보험은 필수라는 결론을 내렸음.
이제 그동안 무수히 쏟아 부었던 의료비 관련 보험에 관한 정리하자면.
** 기분 좋았던 보험
매트라이프 종신 보험.
이건 심장병에 걸린 쌍둥이 딸들 병원비 때문에 기자일을 관두고 보험 설계사가 된 분을 돕는 의미로 하나 가입을 했는데 이번 참에 그 보람을 쬐끔 느꼈음. 가입할 때 수술, 암, 입원, 진단 등등 각종 특약을 다 들어놨었는데 담낭 용종 수술은 2종에 해당되서 보험금이 100만원 나왔다.
홈페이지에 나온 거 보고 서류 준비하고 신청서 출력해서 적어서 월요일에 우편으로 보냈더니 화요일에 접수됐다는 문자와 메일이 날아오고 수요일 오후에 처리 완료됐다는 문자와 함께 입금까지 빛의 속도로~ 그리고 메일로 또 처리된 내용을 확인하는 서류가 첨부되어 왔다.
살짝 감동이었던 건 내 담당자가 화요일에 전화가 와서 귀찮게 왜 우편접수를 했냐고... 다음부터 보험금 청구할 일이 있으면 자기한테 전화하면 처리해 주겠다는 말을 해줬음.
예전에도 한번 보험금 탈 일이 있었을 때도 그렇고... 매트라이프가 돈 주는 건 시원시원하니 잘 해주는 것 같다.
어차피 줄 돈인데 사람 빈정 상하게 하고 진 빼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게 백번 나은 짓이지 싶다.
그리고 3일 이상 입원하면 입원 특약에 해당되서 일자별로 돈이 더 나오겠지만 난 2박3일이라서 여기에는 해당되지 않음.
입원 특약의 이 조항은 모든 보험사가 동일한 것 같다.
ING 보험
여긴 홈페이지에서 관련 신청 서류 내려받으려고 하는데 계속 오류가 나서 좀 짜증. -_-;
결국 내 담당FC가 직접 처리를 해줬다.
목요일에 접수해서 그 다음주 월요일인가 화요일에 돈이 나왔음.
ING가 공격적으로 가입자를 끌어모을 때라 조건이 좋아서 가입을 한 건데 확실히 좋긴 좋더라. 200만원!!!!
그러나... 비갱신형인 AIA나 메트라이프와 달리 이건 5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형이라서 앞으로 3년인가 뒤에 보험료가 왕창 오르면 유지할지 말지는 그때 가서 고민을 좀 해야할 것 같다.
보험회사들이 약아지기 전에 든 보험들이 확실히 좋은 듯.
AIA 의료비 보장 보험.
월요일에 매트라이프와 함께 우편 신청을 했는데 접수됐다는 문자만 오고 매트라이프에서 돈이 나온 수요일까지 감감 무소식이라 살짝 빈정이 상하려던 목요일에 역시나 돈 들어왔다는 문자가 왔다.
여기도 2종에 해당되는데 이건 1999년에 가입한 거라 90만원.
약관에선 30만원이라고 본 것 같은데??? 어쨌든 많이 주는 건 고마운 일이니까 통과~
자금 사정에 여유가 있다면 종신보험을 들고 거기에 의료비 관련 특약을 넣는 게 이런저런 소소한 의료비 관련 보험을 드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이익인 것 같다. 하지만 종신보험이라는 게 보험료가 만만치 않으니 이건 각자 포트폴리오에 따라 신중하게 하는 게 좋을 듯.
요즘은 보험회사들이 많이 약아져서 자기들에게 도움 안 되는 보험들은 정리하는 추세라 요즘은 뇌혈관 질환 같은 게 많이 사라지고 있는데... 병원비는 실비 보험으로 커버한다고 쳐도 간병비 등등의 제반 비용도 솔찬한 걸 따져볼 때 여유가 있으면 종신에 특약을 넣던지 하여간 이런 보험이 하나쯤은 있는 게 좋을 듯.
현대화재해상 실비보험.
여긴 141만원3천원 나왔다.
실비보험에서 병실료는 다인실 기준으로 책정되고 상위병실로 갈 때는 50%만 내주기 때문에 내가 낸 돈에서 한 20만원 정도가 덜 나온 것임. 상위 병실 사용료의 50%라도 내준 게 어디냐~하고 감사하고 있음. ^^
실비보험은 정말 반드시 하나씩은 있어야 할 듯.
** 기분 잡쳤던 보험
미래에셋 마이플러스 닥터 보험
뉴스나 각종 매체의 고발성 프로그램에서 다 되는 것처럼 선전했는데 기껏 필요할 때 찾아보면 보장범위가 좁아서 안 되는 것 투성이라는 보험 얘기를 보면서 누가 저런 것에 가입하나~ 했더니 그게 바로 나였다. --;
담낭염증이나 담낭결석은 돈 주지만 담낭용종은 안 준다!!!!!!
더 버텨서 담낭에 염증이 생긴 다음에 수술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는....
그래도 엄청 싸게 나왔을 때고 요즘 보험회사들이 살살 빼버리고 있는 뇌혈관 질환 관련 (중풍 등)이 보장범위에 포함이 되고 있고 또 길게 넣기 싫어서 5년만에 끝낸 거라서 큰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
어차피 돈 다 냈으니까.
삼성생명 직장인 플러스 어쩌고 하는 보험
모집인 말만 듣고 약관이며 소소한 상품 내용 제대로 읽지 않고 가입한 내가 ㅄ이니 길게 쓰지는 않겠음.
이번 기회에 얘의 약관을 자세히 보다보니 내가 커버했다고 믿는 부분들에 구멍이 너무 많아서 보험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만 했다. -_-;
부친이 아는 분 때문에 내 이름으로 들어준 상해보험도 55세까지만 커버되는 주제에 돈은 엄청 많이 받아가고. 이 회사랑은 정말 궁합이 맞지 않는 듯.
FC 수준으로 약관을 파악해 확실하게 좋은 걸 택할 자신이 없으면 삼성에서 나오는 보험은 절대 비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