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양 | 살림 | 2010. ?-8.30
올해는 왜 이렇게 경조사가 많은지... 몇 년째 나한테 꾸준하게 일을 주고 있는 감독이 모친상을 당했다는 문자가 전날 밤에 와서 다음날 오후에 잽싸게~ 책과 상관이 없는 얘기긴 한데, 이렇게 0시를 넘기기 직전에 돌아가시면 하루를 벌어주는 거라서
자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고 쓰다보니 흥행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겠군. ^^;
시작한 건 꽤 오래 전인데 이상하게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용이 엄청 복잡하고 재미가 없거나 도저히 읽어 나갈 수 없는 문장이라서 지지부진한 책(<- 내게 이럴 정도면 심각함. ^^;) 도 아닌데 한 두어달 이상 끌어온 것 같다. 앞에 구구하게 붙은 사설 때문에 혹시 오해를 할까 싶어 미리 밝히자면 이 책은 꽤 재미있다.
제목을 보면 무슨 황실의 양생 비법을 줄줄이 모아 놓은 건간 관련 실용 서적의 느낌을 팍팍 풍기는데 실용적인 건강 관련 정보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결코 주는 아니다. 이 책의 정체성은 황실을 중심으로 바라본 중국 의학과 의사들의 역사라고 요약을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명의의 대명사로 불리는 전국시대의 편작부터 시작해서 왕조별로 끊어서 각 시대를 대표한 명의와 그들이 황제와 황족, 귀족들을 치료한 에피소드와 대표적인 치료법과 양생법들을 소개하는데, 이 자체로도 중국 역사의 한 흐름을 훑어갈 수 있는 구조이다. 내용도 외부인들로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들을 활용해서 이때까지 봐왔던 어떤 중국 의학 관련 책들보다도 다양하고 또 새로운 내용이 많다.
또 매 장의 끝머리에 해당 시대의 어용 의학과 그 기관에 관한 정보를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요약을 해놓아서 활용하기 좋다. 덕분에 골머리를 앓던 몇몇가지 직책이며 조직의 구조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었고 잘 써먹고 있음. 그리고 앞으로도 잘 이용할 것 같다.
중국 황제의 양생술에 대한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도 완전히 실망할 필요는 없는 것이 중간중간 박스 형식으로 음식의 궁합이며 섭생법 등 현대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내용들은 따로 정리를 해놓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만 챙겨도 괜찮을 것 같다. 모두들 다 알고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매실과 돼지고기의 궁합이 아주 안 좋고 피해야하는 결합이라는 걸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그동안 돼지고기 양념하면서 매실액을 꿀이나 설탕 대신으로 많이 썼고, 매실주도 청주나 맛술 대신으로 활용했었는데 이제 돼지고기랑은 멀리하도록 해야겠다.
서태후의 아름다운 머릿결 관리 비법도 눈에 확 들어오긴 했지만 이건 서태후나 그 분홍색 밴틀리 끌고 다닌다는 4억 여인네가 아니면 불가능할 정도로 손이 많이 가는 트리트먼트라 포기. ㅎㅎ
ㅅ양에 빌려주기로 한 조선의 프로페셔널을 다 읽으면 이번엔 천고의 명의들을 한번 시작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