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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이외수, 이문열

by choco 2010. 10. 8.

요즘 애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고딩 때 책 좀 읽는다고 척을 좀 하던 애들은 이 두 사람의 소설을 읽지 않고서는 어디서 나 책 좀 읽어~라고 명함을 내밀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같잖지만 이문열과 이외수를 놓고 서로 파가 갈려서 치밀한 이야기꾼이니, 광기의 글이니 하면서 누가 더 잘 났네~ 하고 티격태격도 좀 했었다.  난 당시 이외수 파. 뭐랄까... 이문열 선생이 보면 기도 안 차 하겠지만 이문열의 글은 나도 각고의 노력을 거치고 열심히 노력하면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착각이란 거 잘 알고 있으니까 뭐라고 하지 마시기~ 어릴 때야 뭔 생각을 못 하나. ㅎㅎ;)  하지만 이외수는 취권이나 신내림을 한 무당의 글인 것처럼 내가 죽었다가 깨어나기 전에는 절대 따라할 수 없는 발상이라는 감탄에 경외감 비슷한 걸 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작품은 솔직히 '칼'에서 보여주던 그 시퍼런 날이 선득하게 와닿는 것 같던 느낌은 없다.  그냥 후루룩 읽고 넘겨버려도 그닥 아쉽지 않은... 인터넷 시대에 맞춘 새로운 스타일 변신인가?)

하지만 당시 문학계에서 바라볼 때 이문열은 치열한 비평이자 연구 대상이었지만 이외수는 아예 언급 가치조차도 없는 존재. 그 사실에 대해서 속으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겉으로는 별로 상광하시지 않는 듯.  지금도 그는 이단이고 사도에 가까운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는 것 같다.  

한 시대에서 동시에 엄청난 조명을 받았지만 그 글의 성격이며 조명의 종류도 달랐던 두 작가는 사상적이랄까, 정치적으로도 엄청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나중에 문학사에서는 이 시대적인 상황과 그들이 쏟아낸 글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더불어 이문열의 열렬한 추종자로 나와 설전을 벌였던 친구 ㄱ군. 현재는 열렬은 아니지만 그래도 당비를 내고 있는 민노당원인 그 친구에게 이문열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어떤 대답이 나올지도 궁금함.  하지만 난 악취미가는 아닌 고로 이 질문은 그냥 속으로만 묻어두겠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