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포스팅을 했던 그 소와나무 버터 사건 이후 그냥 먹던대로 포션 타입 프레지던트 버터를 잘 먹어주고 있었다. 그런데 걔가 다 떨어지고 다음 버터를 사야할 때라서 이번엔 나름대로 평이 좋았던 루팍 버터를 사보기로 했다.
가능하면 동네 가게 장사를 시켜주자는 주의지만 이상하게 포션 타입은 백화점에만 있다. 그래서 백화점 근처로 가는 동생에게 버터를 사오라고 시켜서 시식.
'제인 오스틴과 차를 마시다'를 읽은 이후 홍차 + 버터 토스트에 대한 선호도가 급상승해서 요즘 자주 즐기고 있다. 건강을 위해서 보통은 잡곡식빵을 먹지만 가끔은 이렇게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흰빵이 땡기는 때가 있음. 그리고 솔직히 토스트는 흰빵이 더 맛있긴 하다. ^ㅠ^
각설하고 오늘의 주인공인 버터.
전형적인 포션의 모양.
맛은.... 구관이 명관이라고 역시 프레지던트 무염 버터에 한표.
버터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확 감기는 프레지던트에 비해 뭔가 좀 가미가 된 그런 느낌?
우유에서 풍기는 그런 향도 약하고.
인터넷 상에서 평이 아주 좋아서 엄청 기대를 했는데 솔직히 그저 그랬다.
근데.... 손이 무지하게 크신 동생은 대용량이 소용량보다 훨씬 싸다는 이유로 100개던가 300개가 들어있는 무지막지한 박스로 사와서 아마도 내년 이맘 때까지 저 버터를 먹어야 하지 싶다. --;
국내에서 먹은 버터의 순위를 매겨보자면.
프레지던트 >>>> 루팍 = 서울우유 모닝버터 >> 소와나무 >>>>>>>> 홈플러스 PB 버터 <- 얘는 지금도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 동네 수퍼에서 팔던, 그 기름종이에 싼 덩어리 마가린의 추억을 불러오는 맛.
유럽이 확실히 유제품의 선진국이긴 한 모양이다.
헝가리 수퍼마켓에서 사먹었던 은박지에 대충 싸인 버터며, 잘츠부르크의 호텔에서 아침 식사로 빵과 함께 나왔던 그 버터, 파리의 해산물 식당에서 사워 도우 브레드와 함께 나왔던 그 버터... 다들 버터의 풍미가 끝장나게 풍기면서 진짜 환상적으로 맛있었는데. 토큰 부스 같은 작은 가게에서 팔던, 부다페스트에서 아침마다 사먹던 그 빵과 거기에 발라먹던 버터가 갑자기 그립군.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