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10시에 회의에 맞춰 가는데 갑자기 정규방송이 다 중단이 되더니 이메가의 연설이!!!!! -_-; (여기에 가장 적절한 삽입 그림은 몽크의 절규나 스크림 포스터가 되겠지만 찾아 넣기 귀찮아서 생략. ^^;)
월요일 아침마다 라디오에 나와서 혼자 헛소리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나. 70-80년대 박통이나 29만원 시대엔 대통령이 뭐 좀 한다고 하면 방송이고 뭐고 다 중단하고 행사 중계와 연설을 해댔는데 그 시절이 진심으로 그리웠나 보다. 국격 국격 노래만 하지 말고 제발 21세기 민주주의 국가다운 모습을 좀 보여달라고! 어느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규 방송이 전쟁 같은 국가 위기 상황이 아닌 대통령 연설 들으라고 중단이 되냐.
그나마 불행중 다행으로 목적지에 도착 직전에라 어쩌고 저쩌고 하는 국민 여러분까지만 듣고 내릴 수 있었다. 가뜩이나 짜증나는 회의 가는 길이었는데 저 목소리를 듣다니 진짜 아침부터 재수 옴 붙었단 소리가 절로 나왔음.
2. 아침 10시까지 오라고 사람 불러놓고 회의는 장소까지 옮겨서 11시 넘어서 시작. --;
어차피 빤한 결론을 쓸데없는 말돌리기로 1시간 반을 버린 다음에 회의 들어가서 예정대로 종결. 나만 피박에 온갖 X바가지를 다 뒤집어 썼다. 그러게... 어차피 윗대가리들은 신선한 시도 같은 거 해봤자 하나도 이해 못하니까 애들은 졸던지 자던지 그 입맛에 맞춰서 만들면 될 것을. 신세대 취향에 맞춰서 어쩌고 저쩌고 할 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지. 내가 그래서 결정권자들은 가볍고 톡톡 튀는 거 절대 이해못한다고 기획회의 단계부터 얘기를 그렇게 했구만 말 안 듣더니... 빨리 새 대본 달라는데 다음 주말에 주겠다고 해버렸음. 내가 손 놓고 노는 줄 아나. -_-+++ 항상 보면 돈도 많이 안주는 것들이 꼭 이렇게 X진상을 떤다.
이 정권 하는 짓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만사 작파하고 얘네 욕하는 소리만 해야하는 수준이라서 가능한 신경을 끄고 살려고 하는데... 정말 단 한 군데도 무사히 남겨놓고 가는 게 없구나. 전에도 한번 썼듯이... 콘크리트에 양생 기간이 있는데 나무는 오죽하겠냐. 부실 공사 해놓고 손 놓고 하자 보수 하는 척 하며 시간만 질질 끌다가 지쳐 나가 떨어지게 하던 현대 건설 시절의 그 버릇을 문화재에도 적용을 시키다니... 문외한인 나도 이렇게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데 최소한의 양심과 생각이 있는 문화재 전문가들은 뒷목 잡고 쓰러져 있을 듯.
4. 이거 보면서 든 생각은... 센스 있다. ^^;
파리나 런던 거리에서 가끔 정말 '우와~ 정말 센스 있고 멋지다!'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면서 카메라를 들이대게 되는 그래피티를 만날 때가 있는데 얘가 그랬음. 너무 노골적인 선전 선동 느낌의,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북한의 걸개 그림 같은 민중 미술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가는 감각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유머와 미적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정권이 아니지. 행불상수가 일만인가 이만 인터넷 전사 육성 어쩌고 하던데 그 머리에 최소한 유머와 센스부터 장착을 해야... 댁들이 멋지고 감동하는 건 대다수 정상인들에겐 심하게 촌스럽고 조악하다는 걸 깨닫기 전에는 가망이 없다고 봐야지.
저런 온건한 그래피티가 공안 사범으로 고발을 당하는 나라에서 뭘 바라겠냐. 빨리 남은 2년이 가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총선은 이제 1년 반 정도 남았군. 그때 밟아버리면 나머지 반년은 있는 듯 없는 듯 좀 덜 유해한 존재로 남아 있어 주려나?
5. 아침을 망친 재수없는 목소리의 영험이 오후의 촬영에도 영향을 끼쳤는지 엔딩을 멋지게 쓰려고 설정했던 게 예상과 달리 너무 약하게 나와서 엔딩으로 쓰기엔 좀 문제가 있다는 PD의 연락. 엔딩에 맞춰서 구성 아이디어를 다 짜놨었는데 이렇게 되면 처음부터 다 틀어서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한다. 어떻게 좀 편히 가는 게 없냐... ㅜ.ㅜ
6. F/W 시즌에 H&M이 랑방과 콜라보를 했는데 어제 컨셉과 테마를 보여주는 영상이 떴다.
어떤 옷들이 있는지 자세히 살피는 데는 패션쇼가 낫긴 하지만 영상 자체로 볼 때는 굉장히 배울 게 많은 완성도 높은 작품. 약간의 스토리를 지닌 뮤직 비디오에 만화적 상상력이 동원된, 창의력이란 바로 저런 거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그런 영상물이었다. 잘 기억을 해뒀다가 뭔가 응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써먹으면 좋을듯.
영상물로 소개된 원피스들은 파티녀가 아닌 한 한국에서 소화하긴 좀 힘들겠지만 코트는 정말 멋졌다. 전체 컬렉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음. 모레 H&M 사이트에 뜬다니까 봐야지~ㅇ
7. 뽀삐가 갈수록 요물이 되어가는 것 같다.
사람을 살살 놀린다고 해야 할까? 일본 식품점에서 세일을 한다고 해서 병원 치료 끝나는 시간에 맞춰 동생이랑 들러 세일하는 과자며 커피, 라멘 등등을 사서 집으로 오는데 중간에 내가 뽀삐의 줄을 잡았다. 그런데 온갖 구경과 참견을 다 하면서 느릿느릿하게 걷던 이 개가 갑자기 급가속. 뭐랄까, 등에서 풍겨나오는 아우라가 너 고생 좀 해봐라의 그런 느낌? -_-;;;; 그런데 동생이 줄을 잡자마자 속도를 줄여서 다시 느릿느릿. 그냥 동생이 줄을 잡고 세월아~ 네월아~ 하고 집에 왔다는...
8. 오늘 유일하게 그럭저럭 좋은 일 하나.
주문한지 거의 2주가 다 되어서 리브로에서 주문한 책들이 왔다. 그때는 많이 샀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까 좀 더 살 걸 그랬나 아쉬움이 폴폴.
그나저나 읽지도 않은 책인 산더미인데 저 책은 언제 읽나... ㅜ.ㅜ
9. 아! 쓰고 보니 또 좋은 일이 하나 더 있긴 했다.
모님이 보내준 전홍과 다원 홍차들이 하나 가득 오늘 도착했음. 얘네들을 느~긋~하게 마시며 티 시음기도 올리고 해야하는데... 차라는 건 시간도 시간이지만 마음이 편해야 마시는데... 티백을 제외하고 새 차를 뜯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여하튼 고맙습니다~ 잘 마실게요~
10. 이제 그만 놀고 다시 마감 모드 돌입. 다음 주에 마린스키 발레단 예매가 줄줄인데 무사히 다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