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지 너무 오래 되서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어쨌든 책 한권을 끝냈다는 기록은 남겨야할 것 같아서 억지로 끄적끄적.
내가 어렸을 때부터 이라크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게 후세인이었다. 이란 하면 호메이니였고. 그래서 그런지 후세인의 나이도 엄청 많고 또 그 지배의 역사가 아주 오래고 탄탄했다는 막연한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어릴 때 신문에 등장했던 그때 후세인은 당시 불안한 권력 기반 위에서 암살의 위험도 많이 받고 세력을 굳히기 위해 아주 열심히 고군분투 하다가 전쟁까지 선택했던 거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현대사, 특히 나랑 세월이 겹치는 인물과 사건이 등장하는 책을 읽을 때면 그땐 내가 몇살이었나 연도 계산이 취미이다. ^^)
단편적이었던 근현대 이라크에 관한 정보를 대충이나 종합하고 정리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오마 샤리프가 분했던 그 파이잘 왕자가 이라크의 왕이 되었고 그 이후 몇대를 내려가다가 그 손자였던가 증손자는 사형 당하는 걸로 끝난 이라크 왕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 애미레이트 연합 때문에 우리에게 강렬하게 각인된 저 아랍 왕조들 역시 1,2차 세계 대전 이후 재편된 세계 지도와 새로운 균형 때문이라는 것도 이렇게 정리가 된다.
살림 문고답게 아주 깊지는 않지만 이라크라는 이름으로는 실은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은 이 국가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사우디처럼 아주 무시무시하게 수니파가 강하거나 이란처럼 수니파가 강해서 확실하게 찍어 누르지 않는 이상 시아파와 수니파의 저 끈질긴 대결은 이슬람교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 같다는 암울한 상상도 덤으로 하게 된다.
아랍 관련 역사책이나 하여간 뭐든 읽을 때마다 저 두 파의 티격태격은 진짜 빠지지 않는다. 쳔년도 더 전에 일어났던 분쟁을 원인으로 이어지는 분쟁을 보면... 인간들의 뒤끝은 무한대인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