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못해 내가 과연 읽기는 다 읽었나 수준이 되어버린 책. ^^;
이 책을 구입했던 이유는 과거 한중일의 의학 수준과 어떤 병들을 앓았고 어떻게 치료를 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서였다.
그 목적대로만 재단을 하자면 일단 실패. ^^; 책 표지그림이 아니라 인터넷에 있는 부제를 더 열심히 봤어야 하는데... 이 책의 내용은 '근대'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역사라는 게 똑 잘라서 한 부분만 얘기할 수는 없는 거다 보니 조선시대까지도 거슬러 올라가 짚어주는 내용들도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포커스는 이쪽에 있다.
그리고 여기서 다루는 질병의 대부분은 전염병이다. 전염병 하면 딱 떠오르는 콜레라와 천연두, 결핵 외에 좀 이채로웠던 건 성병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항생제의 발명으로 인해 예전만큼 치명적이지 않아 -물론 수퍼 박테리아들도 있지만- 지금은 대놓고 떠들 정도의 사회 문제는 아니게 된 성병이 과거엔 어떤 존재였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시기 동양 3국의 의학사는 현미경의 발견 이후 병의 원인을 세균에 두고 그 방역을 병과 싸우는 과정 중 하나로 정착시킨 19세기 서양 의학이 다른 가치와 접근법을 갖고 병을 대해온 동양 의학에게 거들먹거리며 그 자리를 대치하는 과정으로도 보인다. 근대 의학의 모습을 깔끔하게 정리해 보여주는 출발로는 괜찮은 책이지만 그 이전에 대한 정보는 다른 책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여하튼 저 양의에 대해 이제 동의, 혹은 한의의 다시 반격이 슬슬 일어나고 있는데 역전이 가능할지는... 양쪽에 다 이해관계가 없는 평범한 예비 환자 입장에서는 이종이 교배되어 새로운 우량종이 탄생하기를 기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