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운행한다는 서울->부산 직행 신형 ktx를 탔는데 진짜 좋더라. 좌석 간격도 넓고, 또 등받이도 뒤로 밀어지고, 무엇보다 역방향이 없다. 그리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10분에 주파! 타고 가면서 새마을호도 감지덕지했던 세월이 정말 아득한 옛날로 느껴지더라는... 아쉽게도 이 열차는 아직은 오전에 한대, 오후에 한대 뿐이라서 돌아올 때는 대전과 광명은 물론이고 울산, 대구, 구미까지 다 들르는 ktx를 이용해서 2시간 40분이 걸렸음.
남쪽이라 당연한 일이겠지만 정말 따뜻하다. 부산역에 딱 내린 순간 느낌이 '아, 바람이 훈훈하구나~' 였음. 나중에 서울역에서 내릴 때의 느낌은 반대로 '완전 칼바람이로군' 이었고. 그런데 우리는 따뜻하던 그 바람이 부산 아가씨들에겐 추운 날이었던 모양이다. 지하철에서 "오늘 와 이리 춥노!" 하고 투덜거리는 소리를 많이 들었음. ^^;
서울 쪽에서 행사 있으면 부친의 외가 대표로 종종 올라오시는 부친의 이종사촌인 오촌 아저씨가 서울에 오실 때마다 "여긴 사람 살 곳이 못 된다. 여기서 어떻게 사냐." 고 종종 투덜거리셨는데 가족 행사장에 삐죽 얼굴만 비추고 후다닥 올라오는 게 아니라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밥도 사먹어보고 하니까 그 심정이 쬐끔은 이해가 된다.
서울이라면 최하 7천원은 받았을 수준의 해초 비빔밥이 4500원. 들어 있는 싱싱한 해초와 알, 새우 등등이 제대로였고, 밍밍하니 고추가루와 소금으로 버무려놓은 것 같은 서울 김치가 아니라(서울 김치면 다행이지. 아마도 중국김치) 젓가락을 대는 순간부터 물씬 풍겨나오는 젓갈의 향기는 정말 환상이었음. 그리고 서울에서라면 5천원어치는 될 귤 무더기가 2천원이었고. 그리고 대책없는 버스에만 -만덕 터널 넘는데 4시간 걸린 적 있었다. ㅜ.ㅜ 서울에 다시 가도 될 정도였음- 의지하지 않고 전철이 여기저기 다녀서 그것도 좋았음. 다만 구포와 대저까지 뚫린 전철 노선도를 보면서는 속이 살짝 쓰렸다.
[#M_딴소리. |접기|우리 모친이 팔지 말고 그냥 가지고 있으라는데 할아버지가 기어이 파셨던 땅... 그냥 우리가 사자고 했던 모친의 코치라도 부친이 들었으면 진짜 돈 좀 벌었을 것이구만... 아마 말은 안 하지만 '대저에도 전철 들어갔구나' 하시는 부친의 속은 나보다 최소 10배는 쓰렸을 것이다. 용한 역술가가 우리 부친 팔자에 절대 부모 덕과 횡재수는 없다고 했다던데 그건 맞는 말인 모양. 이미 지나간 건 어쩔 수 없지만 도움 안 되는 남의 말은 죽어라 들으면서 -할아버지께 그 집과 땅 팔라고 했던 작은 할아버지는 자기 땅 안 팔고 지켜서 자식들이 완전히 로또 맞았음. -_-+++- 정작 도움 되는 자식 말은 절대 안 듣는 건 유전이 되지 않아야 할 텐데... 에효호. 속 뒤집혀. 구포 다리 바로 건너자마자, 대로변에 있는 진짜 요지 중에 요지였는데. 그거 안 파셨으면 할아버지도 돌아가실 때까지 자식들에게 큰소리 더 뻥뻥 치시고, 나도 자산가 손녀 소리를 좀 들어봤겠구만. 내 팔자에도 조상덕이나 횡재수는 없는 듯. ㅜ.ㅜ
늘 이모부 차로 후딱 갔다 오다가 우리끼리 간 덕분에 외할머니 댁이 광안리 바로 옆이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ㅎㅎ; 해운대에 콘도 예약해서 하루 놀다오려고 했는데 그냥 할머니댁에 가서 자고 바로 옆에 있는 광안리에서 사진 찍고 와야겠다. 근처에 맛있어 보이는 집도 많던데... 기대~
집에서 싼 김밥을 먹는 게 얼마만인지 생각도 나지 않는데, 이모가 싸준, 햄 따위 허접한 것들은 감히 들어가지 않은 제대로 된 김밥과 유부초밥을 배 터지게 먹고 시장에서 파는 부산 오뎅까지 바리바리 싸와서 냉동실에 넣어 놓으니 뿌듯~하군. 공장에서 만드는 오뎅은 아무리 휘황찬란한 상표에 어쩌고 저쩌고 해도 절대 저 맛이 안 나옴. 시장 오뎅 가게에서 금방 튀겨내거나 쩌내서 뜨거운 오뎅도 환상인데 걔는 다음 기회를 노려야지. 문어가 들어간 동그란 오뎅도 담번엔 잊지 말고 사와야겠다.
어릴 때는 명절 때마다 가고, 또 집안에 행사가 있을 때마다 내려갔었지만 사촌들이 결혼하거나 직장 때문에 부산을 다 떠나고 친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는 잘 가게 되지 않는다. 이번에는 다른 볼 일 때문에 내려갔는데, 부산도 정말 엄청나게 변하는 것 같다.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시티투어 버스가 있던데 동생이랑 보면서 "우리도 이제는 저 버스가 필요할 것 같아."는 결론을 내렸고, 다음에 좀 따뜻할 때 가면 한번 타보기로 했다.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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