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참으로 간사한 게... 2008년 겨울까지만 해도 영하로만 내려가도 춥다고 동동거렸는데 이젠 영하 10도 위로 올라오면 안 춥다고 행복해하고 있다. 나뿐 아니라 모두들. ^^;
전에 TV에서 우즈벡이던가 카자흐스탄에서 영하 50도인 날 사람들이 오늘 날씨 따뜻해서 너무 행복하다고 다 튀어나온 거 보면서 기가 막혔었는데 대만이나 홍콩 사람들도 영하 10도 안 넘는다고 좋아하는 우리 보면 마찬가지겠지.
그러고 보니... 옛날에 과테말라 갔을 때 거기 사람들은 겨울이라고 망또에 코트에 목도리에 둘둘 싸매고 다니는데 나 혼자 칠부소매 티셔츠에다 니트 가디건 입고 다니면서 서로 동물원 원숭이 보듯 했던 기억이 나는군. 어딜 가나 애들이랑 노인네들이 제일 용감한 것인지... 어느 할머니가 나보고 "안 춥냐?" -당근 스페인어. 하지만 분명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ㅎㅎ- 고 옆에 와서 물어보던 일도 갑자기 떠오른다.
뽀삐양은 비교적 덜 추웠던 (영하 8-9도 정도) 지난 주 어느 날 잠깐 산책 나갔는데 정말 개 떨 듯이 떨길래 얼른 옷에 넣고 집에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쇼크가 너무 컸는지 외출 거부 중. 나가자는 소리만 하면 기가 팍 죽어서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다. 포메라니언의 견종 특성이 추위에 강해서 수염에 고드름을 주렁주렁 매달고도 신나서 뛰어다닌다더니 쟤는 포메가 아니라 포바리이지 싶음.
2. 나비효과 실감.
삼화 저축은행 영업정지 때 부친의 예금도 묶이긴 했지만 우리 부친은 어느 은행에도 어느 금융기관에도 예금자 보호가 되는 5천만원에 혹시라도 이자가 붙어 넘어갈까봐 4900만원 이상은 절~대 저~얼~대 예치하지 않는 분이시니 정지 풀리면 돌아올 돈이라 솔직히 신경은 쓰지 않았다.
그런데... 예금 만기가 되어서 강남에 있는 부산중앙 저축은행에 룰루랄라 갔다가 기절했다. 돈 찾으러 온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장장 4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함. 결국 포기하고 다음날 아침 출근시간대에 만원 전철에 마구 후달리면서 문 여는 시간에 맞춰서 갔음에도 불구하고 번호표 20번. 그래도 거기 직원이 뻘짓만 안 했어도 30분이면 끝낼 수 있었는데 ㅄ들의 완전 ㅄ 짓 + 완전 무대뽀인 어떤 할머니 -돈은 많으신듯. 통장이 완전 여러 개- 콤보로 번호표는 20번인데 29번보다 더 늦게 창구에 앉을 수 있었다는 것 빼고는 비교적 선방. 이런 경우 보통은 집에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조용히 진상 떠는데 나도 완전히 꼭지가 돌아서 그 앞에서 진상을 떨고... 후회를 좀 하고 돌아왔음.
다른 곳에도 들러 볼 일 하나 더 보고 모처럼 강남 행이라 현대 백화점에 가서 미끼 상품이나 홀랑 따먹고 올까~ 했는데 백화점이 아직 문을 열지도 않고 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옥수역에서 파는 맛있는 삶은 옥수수를 사와서 먹어야지~ 했는데 막 삶기 시작했다고 하더라는.... --;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니 좋은 것도 있지만 안 좋은 것도 많더라. 역시 사람은 살던대로 살아야 한다. 옛날에 읽었던... 주인공이 처음으로 일찍 일어나서 다른 사람들처럼 움직여보려고 했는데 하나도 제대로 되는 게 없어서 결국 살던대로 살기로 했던 어느 단편 소설이 떠오르는 하루였음.
3. 오늘 상주에서 구제역 발생했다는 뉴스 보면서 가슴이 철렁.
입으로는 많이 투덜거리지만 난 근본적으로 낙관론자인데.... 정말 이 나라 축산업이 절단이 나겠다는 걱정이 든다. 죄없이 살처분 되는 동물들 보면서 마음도 아프고.
고기 먹는 주제에 무슨 악어의 눈물이냐고 채식주의자가 추궁을 한다면 할 말이 많이 없기는 하다만... 그래도 난 내가 고기로 먹는 그 생명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 삶을 제대로 누리고 가능한 덜 고통을 받고 죽기를 바란다. 매트릭스 덕분에 식상한 소재가 되어 버렸지만 옛날 어느 영화에선가, 인간들은 사실 우리보다 더 고위 생명체의 식량이 되기 위해 사육당하는 존재라는 상황을 보면서 공포스러웠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 축산업을 보면서 그 생각이 더 나고 있다.
이미 벌어진 사건은 어쩔 수 없지만 이 구제역 파동이 공장식 축산업에 대한 여러가지 성찰과 함께 어떤 개선의 계기가 된다면..... 이라는 소망과 기도라도 해야겠다. 가능한 유제품이나 고기도 garss fed로 바꾸려고 노력을 해야겠다. 유기농 농사처럼 유기농 축산도 시장이 형성되고 커져야만 그게 더 가능하고 많아질 테니까.
4. 3에 이어서 생각난 건데... 저렇게 자연의 흐름을 최대한 거스르지 않고 생산을 하려면 생산량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당연히 비싸지는 거고. 내 수입이 맞춰서 불어나는 것도 아니니 결국 가장 좋은 해결책은 덜 먹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구 전체로 볼 때 현재는 생산량 부족이 아니라니 결국은 필요한 것이 제 때 제 자리에 없는 유통과 분배의 문제라고 봐야할 텐데... 미국 뿐 아니라 당장 우리를 봐도 음식물 쓰레기만 줄여도 식량 수입이 많이 줄고 자급율도 꽤 올라갈 것 같긴 하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 집만 봐도... --; 지난 달부터 긴축 겸 냉동실 비우기 프로젝트로 야채와 과일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집에 있는 걸로 해결을 해봤는데 그렇게 열심히 냉동실을 비웠음에도 아직도 많은 것이 남아 있다. 이 와중에 갈비 세일을 놓칠 수 없어 코스트코 갔다 온 덕분에 냉동고는 지금 터지기 일보 직전, 다음 달까지 열심히 있는 걸로만 먹어 봐야지. 그런 의미에서 점심은 냉동해 놓은 해물들이랑 지난 주에 샤브샤브 해먹고 남은 배추를 쓸어 넣고 해물 짬뽕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