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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타

서울시립미술관 샤갈전

by choco 2011. 3. 24.

20세기 화가들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뽑으라면 칸딘스키와 샤갈. (근데 어째 둘 다 유대인???)   건축적이면서 음악적인 운율이 살아 있는 칸딘스키와 정말 현란한 색감과 추상과 구상 사이에 절묘하게 서서 곳곳에 유머 감각이 살아있는 샤갈의 화풍은 정말 내 취향이다.  더불어 화가치고는 몇 안 되는 가정에 충실했던 남자라는 것도 샤갈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이유.  그의 뮤즈는 항상 아내였다는 건 정말 대단.  더불어 그 아내들이 부럽다는...

샤갈 전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유화 몇 점에다 초기 드로잉이랑 판화만 잔뜩 가져왔겠지~하고 시큰둥했는데 전시 목록을 보니 장난이 아니네!!!  @0@ 되서 '이건 반드시 가야돼!'  모드로 바뀌긴 했지만 방학을 맞은 초딩들에다 내 새끼는 뭐든지 다 옳아!라는 엄마들이 결합된 무서운 전시장 광경을 떠올리며 방학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가 오늘 드디어 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2000원이라는 입장료 + 오디오 가이드 대여료 3000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샤갈 하면 떠올리는 대표작들이 엄청나게 많이 왔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두 얼굴의 신부(이게 개인소장품이었음. ㅠ.ㅠ) 에다가, 도시 위에서, 농부의 삶, 모스크바 유태인 예술극장 벽화, 수탉, 파란 풍경 속의 부부 등등의 대표작에다 성서 연작 시리즈, 서커스 시리즈 등 그의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사조별로 잘 선별되어 전시되어 있다.  세계 어디에 가도 이 정도 규모와 수준을 가진 샤갈 콜렉션을 한 자리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작품 섭외 능력이며 큐레이터의 작품 배치 등은 오랜만에 칭찬을 해주고 싶었음.  이거 기획한 사람은 세계 미술계에 정말 발이 넓은 듯.  잘 보기 힘든 개인 소장품들이 정말 많아서 눈이 호강을 하는 동시에 엄청 부러웠다는... 도대체 얼마나 부자이기에 샤갈의 작품을, 그것도 초기 습작도 아닌 대표작을 개인 소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번 주말까지만 하고 전시가 끝난다는데 시간 되는 분은 놓치지 말고 꼭 가보시길.  정말 후회하지 않을 실속있는 샤갈과 함께 하는 오후였다.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은 도록이나 사진이 오히려 원화보다 더 박력있고 좋게 다가오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샤갈의 작품들은 필히 실물을 보면서 그의 붓터치나 물감의 질감, 색감을 직접 느껴봐야 함. 유화도 멋지지만 난 그가 과슈로 그린 그림들의 질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건 이렇게 많은 작품을 한 자리에서 천천히 비교해보지 않았다면 절대 느낄 수 없었겠지.

니스에 국립 샤갈 미술관이 있다는데 니스도 한번 가보고 싶군.

내부 사진 촬영은 당연히 금지라서 로비의 포토존과 걸개 그림만 찍어 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