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카 히로시 | 글항아리 | 2011.3.?-4.?
아침 10시까지 해주기로 한 마감을 끝내고 앉아서 멍 때리다가 이거라도 하나 풀자 그러고 열었음. 모님은 잠이 오지 않아 고민이라는데 난 요즘 12시만 넘기면 눈에 쌀자루를 매단 것 같아서 일찍 자고, 늦잠 자고, 낮잠까지 간간이 챙겨서 자고 있다. -_-;
각설하고 지난 주에 읽고 바로 썼어야 하는데 어영부영 미루다가 이젠 끝낸 날짜가 가물가물한 책. 크기도 별로 크지 않고 두껍지도 않아서 전철 타고 다닐 때 보려고 샀는데 어영부영 집에서 다 끝을 냈다.
소감은 향수를 자극하는 책.
내가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저기 등장한 인물들이 다 죽은 뒤 아주 나중에 알았을지 몰라도 대부분 별 의미없는 사람들이었을 텐데, 행운이랄지 그래도 카라얀이나 첼리비다케, 솔티는 몇년 정도는 살아 숨쉬는 인간으로 그들의 궤적을 따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 등장한 레코딩의 상당수는 지구 레코드나 성음 레코드에서 라이센싱한 LP로 또 몇개는 원판으로 가지고 있다.
이 책은 돈을 쪼개서 LP나 CD를 사서 음악을 듣고, 저 멀리서 절대 오지 않는 저 명장들의 연주를 그리워했던 경험이 있는 세대들에겐 특별한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것 같다. 두근거리며 들었던 그 음반 뒤에 어떤 얘기가 있었고 그게 만들어지는 과정이 어떤 것인지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결코 초대되지 않았던 그 무대 뒤로 들어가서 현장을 들여다보는 관음증적인 즐거움을 준다.
카라얀의 나르시시즘과 비즈니스적 마인드며 굴드의 기행은 그들의 살아 생전부터 워낙 유명하다 못해 거의 전설적인 수준이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첼리비다케가 그렇게 물을 먹은 줄은 몰랐었네. 하지만 카라얀을 선택한 베를린 필 주자들 입장도 이해가 되는 게... 그렇게 날마다 튜닝에 목숨을 걸면 정말 출근하기가 싫었을 것 같다. 그리고 솔티가 빈 필에 와서 쩔쩔 매는 모습도. 그 부드러운 카리스마 넘치는 영감님의 연주와 매치가 되지 않는다.
[#M_더보기|접기|빈 필 연주자들이 지휘자 초창기 시절 솔티가 실력없다고 팍팍 무시하는 걸 보면서... 어느 정도는 공감.
일류와 거리가 한~~~참 먼 오케스트라도 실력 없는 지휘자 엿 먹이는 건 이상하게 공감대가 형성된다. 더불어 명성과 실력이 비례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도. 우리나라 안에서 방송도 많이 타고 엄청 유명세 떨치고 카라얀 콩쿨에서 입상도 했다던 모 지휘자. 좀 미안한 얘기지만 음감 수준이 나랑 거의 맞먹는 듯.
연습 한번만 돌려보면 지휘자 실력은 바로 계산이 나오는데 이 분은 견적이 좀 힘든 수준. 얼마나 귀가 나쁜지 한번 테스트해 보자고 연습 때 플륫 주자가 일부러 반음을 높여서 불었는데 거의 끝무렵에야 뭔가 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을 정도. 그것도 확실하게 짚어내는 게 아니라 긴가민가. -_-; 물론 이쪽도 잘 했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명색이 지휘자면 그 정도는 칼 같이 잡아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나가는 거 보면 역시 인간은 홍보와 포장이 중요함.
여하튼 우리도 이 정도였는데 프로페서들이 모인 빈 필에 초짜 솔티가 얼마나 X무시를 당하고 쫄았을지 그림이 보인다. ㅎㅎ;
각설하고 지난 주에 읽고 바로 썼어야 하는데 어영부영 미루다가 이젠 끝낸 날짜가 가물가물한 책. 크기도 별로 크지 않고 두껍지도 않아서 전철 타고 다닐 때 보려고 샀는데 어영부영 집에서 다 끝을 냈다.
소감은 향수를 자극하는 책.
내가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저기 등장한 인물들이 다 죽은 뒤 아주 나중에 알았을지 몰라도 대부분 별 의미없는 사람들이었을 텐데, 행운이랄지 그래도 카라얀이나 첼리비다케, 솔티는 몇년 정도는 살아 숨쉬는 인간으로 그들의 궤적을 따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 등장한 레코딩의 상당수는 지구 레코드나 성음 레코드에서 라이센싱한 LP로 또 몇개는 원판으로 가지고 있다.
이 책은 돈을 쪼개서 LP나 CD를 사서 음악을 듣고, 저 멀리서 절대 오지 않는 저 명장들의 연주를 그리워했던 경험이 있는 세대들에겐 특별한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것 같다. 두근거리며 들었던 그 음반 뒤에 어떤 얘기가 있었고 그게 만들어지는 과정이 어떤 것인지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결코 초대되지 않았던 그 무대 뒤로 들어가서 현장을 들여다보는 관음증적인 즐거움을 준다.
카라얀의 나르시시즘과 비즈니스적 마인드며 굴드의 기행은 그들의 살아 생전부터 워낙 유명하다 못해 거의 전설적인 수준이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첼리비다케가 그렇게 물을 먹은 줄은 몰랐었네. 하지만 카라얀을 선택한 베를린 필 주자들 입장도 이해가 되는 게... 그렇게 날마다 튜닝에 목숨을 걸면 정말 출근하기가 싫었을 것 같다. 그리고 솔티가 빈 필에 와서 쩔쩔 매는 모습도. 그 부드러운 카리스마 넘치는 영감님의 연주와 매치가 되지 않는다.
[#M_더보기|접기|빈 필 연주자들이 지휘자 초창기 시절 솔티가 실력없다고 팍팍 무시하는 걸 보면서... 어느 정도는 공감.
일류와 거리가 한~~~참 먼 오케스트라도 실력 없는 지휘자 엿 먹이는 건 이상하게 공감대가 형성된다. 더불어 명성과 실력이 비례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도. 우리나라 안에서 방송도 많이 타고 엄청 유명세 떨치고 카라얀 콩쿨에서 입상도 했다던 모 지휘자. 좀 미안한 얘기지만 음감 수준이 나랑 거의 맞먹는 듯.
연습 한번만 돌려보면 지휘자 실력은 바로 계산이 나오는데 이 분은 견적이 좀 힘든 수준. 얼마나 귀가 나쁜지 한번 테스트해 보자고 연습 때 플륫 주자가 일부러 반음을 높여서 불었는데 거의 끝무렵에야 뭔가 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을 정도. 그것도 확실하게 짚어내는 게 아니라 긴가민가. -_-; 물론 이쪽도 잘 했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명색이 지휘자면 그 정도는 칼 같이 잡아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나가는 거 보면 역시 인간은 홍보와 포장이 중요함.
여하튼 우리도 이 정도였는데 프로페서들이 모인 빈 필에 초짜 솔티가 얼마나 X무시를 당하고 쫄았을지 그림이 보인다. ㅎㅎ;
그리고 한동안 잠잠했던 음반 구입에 대한 욕구를 다시 스멀스멀 불러 일으키고 있다. 구입할 기회가 있었는데, 음향이나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후배에게 양보했던 솔티의 링 전집 LP가 갑자기 아까워지는 것은 무엇인지. ㅋㅋ 아서라. 갖고 있는 카라얀 거랑 푸르트뱅글러 전집도 아직 다 완파 못한 주제에. 근데 칼 뵘 것은 내 살아 생전에 구할 수 있으려나.
조연으로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 오이스트라흐, 리히테르 등 그리운 거장들의 이름들도 속속 등장하는 등. 20세기 후반 클래식 음악계의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독서가 될 것 같다.
내용도 매끄러운 번역도 다 마음에 들었는데, 아쉽다면 곡 이름 같이 중요한 고유 명사에 간혹 오타가 보인다. 예를 들어 발퀴레의 '비'행인데 발퀴레의 '기'행, 이런 식으로. (바그너가 작곡한 발퀴레의 기행이란 곡이 있다면 내가 무식한 것이니 사과하겠음.) 해당 분야에 지식이 없는 번역자일 경우에 종종 일어나는 실수지만 번역자 프로필을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교정이 섬세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책 때문에 갑자기 음악이 마구 땡기고 있는데 일착으로 카라얀의 나르시시즘의 극대화라는 베를린 필의 연주 영상을 한번 돌려봐 줘야겠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정말 앵글이 지휘자에게 엄청나게 몰려 있었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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