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Marley & Me: Life and Love with the World's Worst Dog. 2005년에 나온 책이다. 아직도 난 좀 촌스런 인간인지 한국이 저작권 협정에 가입되기 전 해적판으로 졸속 번역되어 나온 시드니 셀던의 소설을 제외하고 이렇게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번역되어 나온 책을 보면 괜히 설레고 떨린다. ㅎㅎ; 나온지 한 20-30년 된 책들만 보던 세월이 너무 길었던 모양.
제목을 보면 대충 짐작하겠지만 이 책은 존 그로건이라는 미국의 칼럼니스트가 자신의 개, 래브라도 레트리버인 말리와 보낸 13년간의 세월을 기록한 일종의 수필이랄까... 자신과 개, 가족, 주변 사람들의 얘기이다.
주인공은 말리라는 천하제일 말썽꾸러기 개. 어떻게 저 개를 견디면서 13년을 보낼 수 있었을까 불가사의할 정도로 엄청난 고집과 말썽 유전자를 가진 절대 통제불가능의 대형견이다.
[#M_ more.. | less.. |일주일만에 정원을 초토화시킨 모님의 달마시안 캔디며, 대학로에서 두 인간을 달고 날아가 구경거리를 만들어줬던 ??가 떠오르면서... 대형견의 로망은 다시 한번 사라졌다. 내 동생이 한번씩 보더 콜리를 노래하는데 네버!!!
그렇지만 개도 다중인격이 가능한 것인지 이 개는 아주아주 가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이 위기에 쳐했을 때 늠름한 보호견의 모습으로 -물린 상황이 종료되자마자 본래의 말리로 바로 복귀. -_-;;;-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그걸 제공하는 모습으로. <-- 근데 이것 역시 아주 심각한 위로가 필요한 경우에만 해당된다.
그외에는 여기 적기조차 끔찍한 파괴행위와 초토화 일생은 완벽하게 즐기며 행복하게 살다가 떠나는데 이 모습에서 저자인 존 그로건과 글을 읽는 사람들은 어떤 깨달음이랄까... 그런 걸 얻게되는 것 같다.
삶이란 건 그렇게 복잡하거나 모범적일 필요가 없다. 오늘에 충실하고 사랑하고 행복하면 된다. 아마 이 최악의 말썽꾸러기를 통해서 인간들은 그걸 배우게 되는 것 같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자신과 함께 살고 있거나 살았던 개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고.
우리 뽀삐 2세. 인간이라면 강아지때부터 끊임없이 이어지는 병의 행렬에 우울증이 걸릴만 하건만. 우리가 불쌍하게 여기는 것과 상관없이 행복하다.
아침 저녁으로 약을 먹을 때는 그 다음에 이어지는 상-간식-을 생각하며 행복하게 달려오고 어딘가 아프면 내가 해결해주리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다가와 나를 톡톡 치면서 '아파'하고 올려본다. -근데 아프다고 구조요청하러 오면 난 달아나고 싶다. ㅠ.ㅠ-
뽀삐 1세. 얘만큼 성질 드러운 개가 또 있었을까. 미모는 솔직히 뽀삐 2세보다 뽀삐 1세가 더 뛰어나다. 그러나 예쁘다는 칭찬은 1/10 정도만 받아봄. 이유는 우리집에 장기 출입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고 얘 얼굴을 제대로 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눈만 마주치면 잡아먹을듯이 짖으니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선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다. -_-;;;
그런데... 얘 성질 사납고 별나다고 아주 싫어했던 우리 이모는 뽀삐 2세가 순하고 착하다고 귀여워하면서도 뽀삐 1세만큼 매력은 없고... 뽀삐 1세가 정말 매력적인 개였다고 회상을 한다.
매력=개성=별남은 어느 정도 통하는 구석이 있는 모양. 아마 존 그로건이 말리를 특별한 개로 기억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겠지.
동물과 인간의 얘기를 읽는 건 늘 감동이 있지만 거의 99% 인간보다 수명이 짧은 동물의 죽음으로 끝나기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는 부작용이 있음. 그래도 적당히 생각할 거리를 주고 술술 읽히는 내용이라 주변에 선물하거나 권하고픈 책이긴 하다. 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