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더 마셨지만 이제 뭘 마셨는지도 가물가물한 수준이라 생각나는 것만 우선.
헤로즈 16번.
교환한 홍차로 나의 첫 헤로즈이다. ^^;
헤로즈 클래식티의 명성이 너무나 자자해서 엄청난 기대를 갖고 우렸는데 솔직히 그냥저냥. 실론이라는데 실론 특유의 몽글동글한 향도 나지 않고 뭔가 밍밍하고 밍숭맹숭. 수색도 평범하고 아무 특징도 없는 맛과 향이었다.
찻잎의 양에 비해 물이 좀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남은 건 작은 티포원에 넣고 제대로 한번 우려봐주기로 결심. 제대로 된 시음기는 그때나 가능할 것 같다. 여하튼 헤로즈와 첫 만남은 이렇게 약간은 실망으로 시작한듯. 현재론 실론은 딜마 홍차가 제일 좋다. ^^
마리아쥬 프레레 마르코폴로
올 봄에 일본에 가서 사온 홍차. 자자한 명성을 일찍부터 들었기에 일본에 갈 때 사올 홍차 리스크 제일 위에 있었다. 그러나 마실 것도 많고 해서 알미늄 봉지에 넣고 밀봉해서 뒀다가 얼마 전에 드디어 개봉.
동호회에 보면 시음기에 꽃향이 난다거나 풍선껌 향이 난다거나 등등 내가 별로 선호하지 않는 얘기들이 줄줄이 올라와 상당히 겁을 먹었다. 개봉하니 향기는 확실히 야리꾸리하다. 약간은 불량식품스러운 향이랄까... 좀 요란한 건 사실인듯.
그러나 우려낸 다음엔 만족도 급상승. 야시시한 화장과 달리 맛은 굉장히 품위있고 우아한 숙녀. 홍차 그대로도 좋지만 약간 식사 느낌의 티푸드와 곁들여도 충분히 어울리는 은은하고 깊은 맛이다. 위타드 홍차처럼 향은 요란하나 맛은 조용하다고 해야할까.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홍차라던데 인기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제 새로 개봉한 거라 많으니 아직 훗날을 걱정할 필욘 없겠지만 앞으로도 갖춰놓고 애용할 횽차 리스트에 올려놨음.
테일러스 오브 헤로게이트 요크셔 골드
애는 교환 품목. 아쌈 계열 홍차를 좋아하기 때문에 꼭 한번 마셔보고 싶은 위시 리스트에 있었다. 그러나 헤로게이트 홍차는 국내에 팔지 않고 간혹 있어도 너무 비싼듯 해서 그냥 잊고 있었는데 마침 내가 갖고 있는 홍차와 교환을 원하는 글이 올라와서 잽싸게 교환.
밀봉한 걸 뜯은 순간 코를 확 찌르는 몰트향. 머릿속까지 뻥 뚫리는 기분이다. 일단 첫향에서 아주 만족하고 내 대용량 위타드 티포원에 듬뿍 넣고 우려봤다. 구수한 아쌈 계열의 향이 확확 퍼지는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 ^^
놀랍게도 맛은 이 강렬한 향이 비해 순하고 부드럽다. 그러나 실망스런 밍숭생숭이 아니라 살짝 감겨드는 듯한 목넘김과 구수함. 천천히 우려도 많이 써지지도 않고 마지막 잔은 우유를 부어 밀크티로 마시니까 살짝 씁쓰레한 맛이 우유 비린내를 감싸면서 고소함으로 변신.
아주아주 마음에 드는 차다. 언젠가 내 브랙퍼스트 홍차들이 다 떨어지면 구입을 해줘야겠다. 당분간은 트와이닝과 웨지우드 소비에 주력해야함.
[#M_ more.. | less..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서... 프랑스에 가는 두 여인네에게 각각 홍차를 선물로 사오라고 부탁해놨다. ㅎㅎ; 홍차에 빠져죽으려는지... 하루에 기껏해야 2-3잔 마시면서 언제 다 마시려나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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