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Sex with the King (2004)
내 동생의 컬렉션이다. 사실 나도 사려고 마음먹은 책인대 기특하게 먼저 구입을 해줬음. ㅎㅎ 하드커버에 만만찮은 두께라서 이동중에 읽기 힘든 관계로 집 책꽂이에 꽂아놓고 꽤 오랫동안 방치된 책.
사실 절대 한가하진 않으나 그냥 머릿속으로 일한다는 핑계로 한가함을 가장해서 열심히 독서하고 있는 참에 잡았다. 약간은 버거울 각오를 했지만 두께나 하드커버가 무색하게 좀 가벼운듯한 읽을 거리.
19500원이라는 상당한 책값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일단 시작부터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출판사 편집진에 대한 욕부터 시작하는 건 좀 미안한 얘기지만 욕을 먹어도 싼 실수가 책장을 펼치자마자부터 시작된다.
대표적인 인물들에 대한 초상화 밑에 설명이 틀려있다. 루이 14세와 찰스 2세의 초상화가 뒤바뀌어 있음. 서양사에 대해 아주 약간의 관심만 있는 사람이라도 루이 14세의 초상화 정도는 확실히 구별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책을 만들면서 그런 치명적인 실수를 할 수 있는지. 만약 원래 책에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번역판에선 바로 잡아줘야 한다. 기본적인 것이 틀리니까 나머지 초상화들도 긴가민가 하는 생각이 들고 있다. 거기서 엄청나게 감점.
두번째 치명적인 실수는 편집진과 번역자의 공동책임이겠지만 고유명사가 통일되어 있지 않다. 이건 아마도 대표 번역자의 이름을 올려놓고 시간 관계상 등의 이유로 고스트 번역자가 챕터를 나눠 번역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몇몇 챕터에선 몽테스즈팡 부인이라고 표기하고 있음. 스쳐가는 단역도 아니고 주연급인 몽테스팡 부인 정도라면 전체 편집과 교정을 하면서 당연히 잡아줘야 하는 거 아닌가?
출판사에서 억울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사소하면서도 치명적인 두 가지 실수 때문에 이 책은 돈을 벌기 위해 급하게 밀어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앞으로 이 출판사의 책을 살 때는 신중하게 한번 더 생각할 것 같다.
책 내용만을 놓고 본다면 왕의 정부들로 본 프랑스, 영국 절대왕정의 사생활사 정도로 보면 될듯. 지금도 남의 스캔들이 제일 재미있듯이 유명한 왕들의 스캔들은 아무리 많은 세월이 지나도 그 흥행성이 절대 떨어질 수 없는 것 같다.
프랑스와 영국, 특히 루이 14-15세. 그리고 찰스 2세에 지나치게 집중되었다는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유명도나 흥행도를 따졌을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인정해줄 수 있음. 그리고 단편적으로만 알았던 독일이며 폴란드, 스웨덴 등 왕의 정사도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했다고 하겠다.
사전적인 왕의 정부 리스트와 사건들, 깊이있는 역사 통찰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너무 반복적이고 가벼운 얘기라는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 유명한 왕의 정부들 얘기를 재미있게 읽고 싶은 사람들에겐 만족스런 책읽기가 될 것 같다.
누군가... 동양에서 동양의 절대자와 정부에 대해서도 심도깊게 써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음. 물론 중국 왕후와 후궁의 역사니 왕비열전, 오오쿠 등 꽤 여러 책들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동양사 전체를 아우르는 책은 없었던 고로... 장사가 꽤 될 수 있는 기획인데 누가 좀 안 해주려나?
책/인문(국외)
왕의 정부
엘리노어 허먼 | 생각의나무 | 2006.9.2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