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프다고 징징거리는 사람은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지론이 있기 때문에 생전 아프단 소리는 안 하고 살았는데 평생 처음으로 동네방네 아프다고 떠들고 다닌 한 주. --; 약속들이 줄줄이라 아프다는 걸 이실직고하지 않고서는 인간 관계가 작살날 지경이라 어쩔 수가 없었음.
연식이 많이 됐기 때문에 이제 조심조심 달래서 써야한다는 자각을 스스로에게 각인할 겸 아팠던 내용 기록.
2. 날짜별로 자가 진단을 해보자면 화요일에 쌀국수를 먹으면서 컨디션이 떨어지는 등 약간 조짐이 이상했었는데 집에 들어오자마자 뽀양의 만행에 기절을 하면서 신경줄과 위장이 함께 놀랐었던 것 같다.
뽀양의 만행은.... 돌 선물로 만들어 놓은 슈거 크래프트 컵케이크 하나를 홀라당,(ㅅㅂ에게 갈 예정이었던 것. ㅜ.ㅜ) 그것도 위에 설탕 장미까지 다 해드셨다는 것. -_-+++ 우리 뽀양을 본 사람들은 다 알다시피, 그 쥐방울만한 개의 뱃속에 컵케이크 하나가 다 들어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하늘이 노래져서 병원에 전화하고 난리를 한바탕 쳤었다. 여하튼 이날 결론은 해피엔딩.
뽀양의 위장은 컵케이크를 아무 탈없이 말끔히 소화시키는 괴력을 발휘했음, 지금 생각해보면 배가 불러서 행복하게 자는 개를 두고 소화불량으로 까라진 게 아닌가 걱정하면서 계속 배를 주물러주고 했던 게 억울해 죽겠음. -_-+++ 어쨌든 온 몸에 설탕이 도는 개는 해피하게 하루를 마무리.
하지만 난 너무 놀라서 몸살기가 오기 시작.
그때 쥐잡듯이 잡아서 자기 죄를 알도록 했어야 했는데 너무 놀라다보니 개의 경과를 살피느라 혼내지를 못했고, 이것은 또 다른 말썽의 씨앗이었음, --;
3. 본래 수요일 점심 때 놀러오기로 한 ㅅ양과 함께 로마식 쇠고기 스튜를 만들어서 먹을 예정이었으나 전날 뽀삐 때문에 너무 놀란 바람에 만사 귀찮아져서 집에 있는 걸로 대충 때웠는데 이것 역시 상태가 별로 안녕하지 못한 위장에게 좋지 않았던 듯.
거기다 오후 내내 들이부운 홍차 카페인이 속을 긁어내기 시작한 가운데 저녁 먹기는 시간이 어정쩡해서 ㅅ양이 사온 파이와 우유를 한잔 들이켜고 필라테스를 하러 간 것이 치명타였던 것 같다.
그러나 뽀양은 ㅅ양의 표현을 빌리면 설탕이 좋아~의 아우라를 폴폴 풍기며 너무도 행복해보였다고 함. -_-+++
수업 시작 전에 배가 뒤틀리는 느낌이었지만 거기까지 간 게 아까워서 억지로 운동 다 하고 돌아와서 약을 먹고 잤지만 내내 불편하게 뒤척뒤척.
4. 목요일에 속은 대충 가라앉았지만 머리가 미친듯이 아프기 시작.
배는 고프지만 속은 더부룩하고 머리가 아프니 아무 것도 먹어지지도 않고... ㅜ.ㅜ
보통 소화불량이 오면 두통도 같이 오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지만 도저히 견딜수가 없어서 병원 뭄닫기 직전에 뛰어가서 속은 약으로, 두통은 주사 맞고 왔음.
속은 그럭저럭 소강 상태지만 두통은 그닥 호전이 없음.
속이 좀 괜찮다고 저녁을 거~하게 잘 먹은 게 또 부대끼기 시작. --;
밤에 귀가 푹푹 쑤실 때 대상포진 올 때 초기 증상이라는 자각이 오기 시작.
이때는 무조건 쉬어주는 게 장땡이라 저녁 약속은 취소하고 초저녁부터 내리 잤다.
5. 금요일 내내 정말 죽과 비타민을 흡입하면서 뒹굴거렸지만 두통은 별로 호전이 없음.
다른 때라면 그냥저냥 버텨보겠는데 엎친 데 덮친다고 이날 제사다.
예전에 대상포진 진단을 해줬던 병원에 다시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아직 수포는 보이지 않는다고 무조건 푹 쉬라면서 일단 항바이러스제는 빼고 소염제와 진통제만 처방.
내 평생에 이렇게 약을 몸에 쏟아넣은 건 처음일 것 같은데 정말 약기운으로 버티면서 제사 마무리.
회사일 때문에 이날 못 온 올케는 부친에게 단단히 찍혔음,
솔직히 이해 못할 바도 아니고.... 내 컨디션이 좋았으면 중간에서 무마를 적극적으로 해줬겠는데 내가 죽겠으니 에라 나도 모르겠다~ 나중에 지들이 알아서 수습하겠지.
6. 다음 날에도 계속 아프면 병원에 다시 오라고 했는데 처방 받은 약 중에 하나가 내게 부작용이 있어서 좀 문제가 있긴 했지만 토요일은 조금 살 것 같아졌음.
그런데... 이날 잠깐 한눈 판 틈을 파서 뽀양이 컵케이크를 또 하나 해치웠다!!!!!!!!!!!!
한명만 패는 건 아니다 싶었는지 아주 공정하게 이번엔 친구 딸 ㅈㅎ 줄 거로.
화요일엔 개 잡는 거 아닌가 하고 기절을 했지만 이번엔 너무 화가 나서 소리를 꽥 지르고 뽀양을 쥐잡듯이 잡았다.
뽀양 견생에 나한테 이렇게 혼나 보기도 처음이었을 듯.
내 앞에서 이렇게 겸손하고 복종적인 표정이었던 것도 처음이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데리고 나가서 좀 걸리고 운동 시키고 하면서 X도 싸게 해서 데리고 들어왔다.
엄청 놀라고 + 기운도 없는데 팔팔 뛴 여파 + 찬바람을 쐰 것까지 더해져서 난 다시 골골골.
나중에 외출에서 돌아온 동생에게도 실내화로 얻어맞는 등 뽀양은 언니들의 폭력성을 제대로 시험한 주말이었음.
다만 부친은 맛있었냐는 다정한 위로만. (자식들에게도 이렇게 좀 다정하셨으면 얼마나 좋으셨을까) -_-+++++
컵케이크 하나를 뱃속에 홀라당 털어넣고 배가 뽈록해진 뽀양은 혼은 났어도 해피했을듯,
7. 찬바람을 쐰 여파로 다시 컨디션 급강하.
이날은 낮엔 아는 분 전시회, 밤엔 후배 아가 돌잔치에 가야했지만 결국 둘 다 패스.
먹고 자고의 무한 반복.
웃겼던 건 전날 심하게 혼났던 여파가 남았던지 평소 같으면 점심 때 "에미야, 오늘 메뉴는 뭐냐?"의 표정으로 안방에서 나오던 뽀양이 이날은 "언니, 점심 차리세요?"의 표정이었다는... ㅋㅋㅋㅋㅋㅋㅋ
정말 개가 멍청한 인간보다 낫다는 말은 진리임. ㅍㅎㅎㅎㅎㅎㅎㅎ
8. 오늘은 대충 인간의 형상으로 회복은 했으나 조심 중.
목요일에 취소한 후배랑 오늘 만났는데 둘 다 앉아서 이제는 홍삼이 없으면 버틸 수가 없다는 둥의 소리만 하다 들어왔다. ㅎㅎ;
앞으로 컨디션이 살짝 위험할 때 외식은 화학 조미료를 쓰지 않는 게 확실한 곳으로 움직여야겠다.
오늘 먹은 리조또는 배에서 아주 즐겁게 소화되었고 후식으로 먹은 레몬 요거트로 잘 흡수되고 있는듯~
9. 화요일 아침 이후 마감이 없었기 정말 다행이지....
근데 마감이 있었으면 어쨌든 마감은 하고 죽었을 것 같긴 하다.
아님 마감이 끝났기에 퍼져버렸을 수도 있고.
이번 주엔 내일 점심 약속, 금요일엔 결혼식, 토요일엔 돌잔치.
컨디션 조절 잘 해서 다녀야겠다.
이제 정말 밤샘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