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생이랑 시내에 나갔다가 정말 예쁜 발레복을 보고 동시에 뿅~ 가서 자리를 비운 주인을 기다리기까지 해서 그대로 질렀다. 그리고 올케에게 발레복 사진을 전송하면서 '발레복 받고 싶으면 전철 타고 00이 고모집에 와~ 00역에 내리면 된다. 00이는 유치원 다니니까 이제 혼자 올 수 있어~'란 문자를 보냈다.
사진 보고 고모네 가자고 난리가 났다보다. 올케가 아빠는 오늘 회사 갔고 차도 갖고 나갔다니까 지금 걸어서 고모네 가겠다고 나섰다고 함. 혼자 전철 타고 올 엄두는 안 나고 걸어서 오겠다는,.... ㅍㅎㅎㅎㅎㅎ 정말 패기만만한 조카임.
동생이랑 둘이 전화기 붙잡고 배를 잡았다. 동생이 자기 닮았다고 더 웃는데.... 확실히 걔는 내 동생 과인듯. 내 동생이라면 어릴 때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 난... 그냥 나중에 받으면 되지. 썩는 것도 아닌데 귀찮아 그러고 엎어졌을 확률 99%.
걸어서 오겠단 소리에 너무 웃겨서 답을 못 했는데 정말 걸어서 오라고 해볼걸. ㅋㅋㅋ
우리가 사서 그런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발레복 정말로 예쁨. 외국 사이트에서 보던 것보다 더 예쁘다. 파스텔 톤의 발레복 입은 애들 가운데 검정과 금색의 그 튀튀 입고 있으면 흑조 한마리처럼 눈에 확 뛸듯. 동생은 그 튀튀에 어울리는 검정 깃털 머리띠를 사주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는데... 과연? 재료 사다가 제작하는 게 더 빠를 듯 싶소.
2. 그냥 얘기 나온 김에 내 동생의 캐릭터에 대해 잠깐 언급을 하자면.. 한 부모 밑에서 나왔음에도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은 게 우리 자매다. 우리 모친의 기력과 의욕, 더불에 자식에 대한 환상이 충만하던 시절에 내 동생이 먼저 태어났다면 뭐가 되도 됐었을 텐데... 투자 대비 효율이 바닥인 나를 키우면서 애들은 아무리 투자해봤자 딱 자기 그릇대로 큰다는 결론을 우리 모친이 내린 뒤 나온 내 동생은 손해를 많이 봤다. 능력 대비 과잉 투자에 허덕였던 나와 달리 걔는 자기 욕심에 비해서 투자를 현저히 덜 받았음.
뭐든 대충대충인 나와 달리 걔는 우리 모친과 부친을 닮아서 엄청 깔끔하다. 특히 청소와 정리정돈에 있어선 걔가 우리 부친처럼 나를 포기하기 쩐까지 둘이 싸우기도 많이 싸웠음. (중국에 있을 때 일하는 아줌마들이 여럿 도망 갔다. ㅋㅋ)
여하튼 이 깔끔함에 대한 강박은 무의식도 지배하나 보다. 모두가 알다시피 대한민국 공인 로또 당첨의 꿈은 똥이다. 근데 어제 내 동생이 내 옆에 와서 曰
동생 : 언니, 어제 변기가 똥으로 가득 막힌 꿈을 꿨어,
나 : 그럼 로또 사야지!
동생 : 근데 꿈에서 어떻게 하면 저걸 깨끗하게 치울 수 있을까 연구하다가 뜨거운 물을 끓여서 똥을 녹이면서 다 치웠어. 냄새가 안 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나 : .......... 다음에 꿈꾸면 치우지 마.
동생 : 전에도 똥꿈 꿨을 때 싹 다 치우고 깨고 나서 다음에는 절대 치우지 말아야지 했는데... ㅜ.ㅜ
나라면 꿈에서도 절대 안 치우고 그냥 도망갔을 텐데. 현실에서도 우리 집이 아니라면 당근 안 치우고 도망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근데.... 나를 제외한 주인들을 닮아 우리 개도 상당히 깔끔하다.
화장실에서 쉬를 할 때도 자기가 싸는 자리가 있는데 그 자리가 깨끗하게 물청소가 되어있지 않으면 인상을 팍 쓰고 2번째 자리로 가는 등... 흔적이 남은 곳에 2차 살포는 절대 하지 않는다. 때문에 긴 외출에서 돌아와 화장실을 보면 여기저기 멀찌감치 간격을 두고 흔적이 남아 있다.
나나 내 동생이 뭔가 바닥에 늘어놓는 걸 엄청 싫어함. 비즈나 등등 바닥에 뭔가 잔뜩 벌려놓고 있을 때 뭔일인가 하고 들어왔다가 어수선한 방을 발견했을 때 '끄아악!'하는 표정은 우리 부친과 완전히 똑같음. 우리 부친의 개 버전이 뽀양이지 싶다.
그러고 보니... 이 집에서 깔끔하지 않은 건 나밖에 없군. 좋은 점도 있다. 내가 각 잡고 청소를 해봤자 깔끔한 사람들 눈에는 청소한 걸로 안 보이기 때문에 아예 시키지 않는다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