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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우리 부친

by choco 2012. 5. 28.

여기 드나드는 분들은 다 알다시피 연로하신 우리 개님은 다리가 몹시도 부실하시다.  한방과 양방을 오가면서 돈도 솔찬히 잡아 드셨고, 이제 삐끗하면 수술밖에는 없는데 마취 후유증이 너무 심한 터라 더 이상의 수술은 가능한 피하는 게 주인과 개의 육체적 건강은 물론이고 정신적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다리에 무리를 주는 행동, 특히 뒷발로 서서 일어나는 건 절대 금물. 

지난 주에 다리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여서 날마다 더운 물수건 찜질까지 해줬더니 -내 어깨랑 발목도 안녕하지 않은데 난 귀찮아서 안 하고... ;ㅁ;- 많이 좋아졌는지 주말에 저녁 먹는데 계속 달라고 벌떡 벌떡 두발 서기.

 

그럴 때마다 "너!!!!"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혼을 내주는데 멀쩡히 밥을 잘 드시던 부친 왈.

"네가 소리를 지를 때마다 내가 놀라서 가슴이 벌렁벌렁한다.  소리 지르지 말고 조용히 좋게 좋게 타일러라."

".........."

 

아놔.... 아버지.... 사람도 조용히 말로 해서 알아듣는 비율이 형편없는데 어떻게 개한테 그걸 바라시는지...

요는 뽀삐 혼내지 말라는 소리겠지.  --;

 

우리 어릴 때 좀 그렇게 다감하고 좋게 타일러주셨으면 내가 억울하지도 않겠다.

내 예금 잔고 -얼마 되지는 않지만- 전액을 걸고 장담하는데, 내가 뽀삐 나이의 반인 6살 때 식당에서 뽀삐가 달라고 조른 수준의 딱 반 정도만 땡깡 부리고 벌떡거렸으면 우리 가족은 그날 먹던 밥 숟가락 그대로 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였으면 숟가락 뺏기고 밥상에서 쫓겨났음.  ㅎㅎ;

 

조용히 타이르란 말에 어젠 그대로 멘붕이라 그냥 멍~했는데 지금 복기하니 웃기군.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뽀삐가 강아지 시절.  화장실 잘 못 가려서 -반쯤은 반항도 있었음. 멀쩡히 눈 마주치고 있는데 자기 싸고 싶은 자리에 발사했으니까. --; - 내가 잡아 족치고 있으면 "그 쪼끄만 걸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때리냐. 말로 해라." 하셨던 전력도 있으시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식들에게 뽀삐한테 하는 거의 반만큼만 보드라우셨으면 정말 좋은 아버지 상도 받으셨을 거라고 장담함. 

늙으신 걸수도 있고.... 그리 생각하니 또 애잔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