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볼 일 때문에 아침에 열심히 마감하고 간만에 명동으로~
서울에 살아도 집 근방에서 꼼짝 안 하면 촌女ㄴ 되는 건 순식간인 모양이다.
날은 덥고 사람은 많고. 그래도 더워서 그런지 치일 정도로 사람이 많지는 않은 가운데 올라가서 볼 일 보고 내려오다가 MBC 김재철 사장 퇴진 서명도 해주고 버거킹와 취천루 사이에서 잠깐 고민하다가 취천루로~
분류는 중식으로 해놓긴 했는데 이 집은 중식 중에서 정확하게 만두만 하는 집이다.
내가 어릴 때도 명동 입구에 자리 잡고 있었고 어릴 때 엄마 손 잡고 가던 케잌 파라 등 추억의 가게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와중에도 여전히 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고마운 가게. 아마 가게 주인이 이 건물의 주인이거나 최소한 그 점포를 갖고 있지 않을까 짐작 중이다. 그게 아니라면 아무리 만두를 잘 팔아도 명동 입구의 그 요지 중의 요지인 자리에서 아직도 떨려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기가 힘들지.
메뉴도 딱 고기, 교자, 물만두 세가지인데 다만 쇠고기냐 돼지고기냐에 따라 분류를 두는 관계로 메뉴판에는 6개의 메뉴가 올라가 있음. 물만두는 거기서 먹고 교자는 싸와서 좀 전에 먹었는데... 물만두는 씹을 것도 없이 후루룩 입안에서 목으로 부드럽게 넘어가고, 교자는 피는 쫀득쫀득, 속도 탱글탱글. 튀는 거 하나 없는 전형적인 만두의 맛인데 정말 맛이 있다.
예전엔 할아버지가 카운터를 지켰는데 이제는 중년이 된 -아마도 아들로 짐작되는- 아저씨가 카운터를 지키고 계심. 맛이나 장소가 변하지 않고 이렇게 몇십년을 지키고 있기가 쉽지 않은데 참 대단. 내 건너편 탁자에 할머니 두분이 앉아서 "이 집은 아직도 있네." 등등의 대화를 나누시던데 내가 할머니 되어서도 명동 가면 들를 수 있기를.
롯데 백화점 건너편 명동 입구에 있으니 근처 가는 분은 꼭 들러보시길~
다 맛있지만 특히 물만두 강추.
조미료 범벅으로 먹고 나서 부담스러운 싸구려 중국집의 공장만두와는 차원이 다르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