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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뉴스 단상

by choco 2012. 7. 16.

TV뉴스는 2008년부터 거의 보지 않고 있어서 솔직히 망가졌다, 개판 됐다 해도 얼마나 망가지는지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는데 지난 주랑 오늘(아니 이미 어제가 됐음) 저녁 뉴스를 잠깐 보면서 진짜 얘네들이 제대로 언론 통제를 해서 망조가 들긴 했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전공자와 그 일가친척을 제외하고 발레를 내 돈 내고 찾아가서 보는 인구는 정말 한줌도 안 된다. 그게 그나마 한줌 정도로 늘어난 건 90년대 중후반 최태지 단장이 국립 발레단 수장이 되고, 마침 김지영, 김주원이라는 걸출한 발레리나에 그녀들과 멋진 시너지 효과를 이루는 이원국, 김용걸의 등장이 있던 때였다. 

 

마침 그 시기에 유니버설 발레단에도 문훈숙 단장이 현역을 마지막 시기를 달리며 농익은 표현력과 탄탄한 춤으로 모두의 눈을 호강하게 해주고, 또 만화에 등장하는 것 같이 화려한 춤을 선보이던 김세연에다, 전은선, 박선희, 그리고 남자 무용수로는 우당탕탕 뛰어다니다가 어느날부터 막 기량 상승을 하기 시작했던 황재원과 국내에서 활동하던 외국인 남자 무용수 중에선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었던 드라고스 미할차가 있었다.

 

그리고 제임스 전이 이끄는 서울 발레 시어터에는 당쉐르 노블인 드라고스 미할차와 대척점의, 색기 폴폴 풍기는 짐승남의 매력을 자랑하던 로돌프 파텔라가 있었고.

 

능력 되는 무용수에다 해설 발레 같은 성공한 기획들도 의욕적으로 쏟아져나오고 하면서 발레에 관심이 전혀 없던 일반인들이 공연장을 찾아오면서 발레 관람 인구가 들어났고, 이때는 '한국 발레스타 페스티벌' 같은 기획도 정말 수준 높게 진행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단군 이래 최고의 발레 붐임에도 불구하고  아주아주 가끔, 그리가로비치 같은 역사에 남을 대가가 왔다거나 하는 경우에 아주아주 짧게 리포팅되는 걸 제외하고는 9시 뉴스에 발레 관련 소식이 등장하는 건 정말 희귀한 일이었다.  물론 예술 프로그램이나 다큐 등에는 시시때때로 등장하긴 했음.

 

그런데 대통령 형님에다 그 측근들이 줄줄이 은팔찌를 차고 있고, 정 뭐시기 -이 사람도 내가 너무 싫어하는데 이번에 안 떨어져서 뒷목 잡았더니 역시 하늘이 있기는 한 모양- 일로 여당 원내 대표가 사퇴를 했다 말았다 난리 블루스인 이 판국에, 그리고 하루 이틀 국지성 폭우 때문에 4대강 덕분에 없어졌다던 홍수가 여기저기 난리가 났는데 9시 뉴스의 초반 메인 꼭지에 발레가, 그것도 아주 많은 시간과 비중을 들여서 등장하고 있다.

 

지젤에 대한 기나긴 소개를 보면서 난 우리 부친이 예술이나 공연 소개 프로그램을 틀어놓은 줄 알았었다.  지난 번에는 드라미틱 발레 어쩌고 하면서 로미오와 줄리엣에다가 6월에 공연했던 까멜리아 레이디까지 엮어서 또 길게 풀어놓고.

 

예술에 대한 관심은 물론 좋고 고마운 일이다.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발레에 관한 부분이니 다른 상황이었다면 아주 흐뭇하고 즐겁게 뉴스 꼭지를 봤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게 공중파 9시에 큰 비중을 갖고 방송해야할 그런 중요한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의문이다.   소위 꺼리가 없는 지금도 이 난리인데 올림픽 때 도대체 뭔 짓을 할지 벌써부터 두렵다.  임기 내에 올림픽이 2번이라니 진짜 하늘이 돕는 정권이긴 한듯 싶다.